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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과 선율이 나르는 감정의 빛에 선명히 물든다. *이하 스포일러를 포함한 해석이 있습니다. 이 영화는 세 파트로 구성되고, 파트마다 프롤로그가 있다. 파트 사이에는 검은 화면이 등장한다. 검은 화면의 중앙 상단에는 점멸하는 원의 형상이 보인다. 그런데, 리틀과 샤이론 사이에서는 청색점멸이, 샤이론과 블랙 사이에서는 적색점멸이 나타난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후안은 물이고, 케빈은 불이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느낀 장면은 후안이 리틀에게 수영을 가르쳐주는 장면이다. 해변의 물속에서 후안은 리틀을 안고, 삶의 변두리에서 세상의 중심으로 데려간다. 그에게 절대 놓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그 순간 찾아온 안정감은 샤이론에게 얼마나 큰 것이었을까. 얼마나 큰 출렁임이 마음속에 일었을까. 견디기 힘든 순간들마다 샤이론은 물에 기대게 된다. 자신 보다 덩치가 큰 학생들 앞에서 성기를 노출해야 했던 사건 후에, 샤이론은 냄비에 물을 끓이고 그것을 힘겹게 들어 욕조에 부은 후 거품목욕을 한다. 구타를 당한 후에도, 악몽을 꾼 후에도 얼음물에 얼굴을 담근다. 케빈의 성교 장면을 목격하는 꿈에서나 케빈의 식당에서는 파도소리를 듣는다. 케빈의 집에서는 물을 달라고 한다. 샤이론의 무의식 속에서 물은 후안이다. “물 좋아해? 불도 소개시켜 줄게.” 해변에서 케빈이 샤이론에게 한 말인데, 정말 그렇게 한다. 이날, 케빈은 샤이론을 뜨겁게 만져준다. 샤이론의 마음에 불이 된다. 격정이 된다. 사랑이 된다. 물이 안정이라면, 불은 요동이다. 케빈은 불을 쓰는 직업을 갖는다. 케빈의 집에서 가스 불은 클로즈업 샷에 담긴다. 불은 케빈의 상징이다. 다시 한 번, 후안은 물이고, 케빈은 불이다. 물은 푸르고, 불은 붉다. 결국 리틀과 샤이론 사이에는 후안이, 샤이론과 블랙 사이에는 케빈이 빛을 내고 있는 셈이다. 빛은, 그리움이 아닐까. 그렇다면 두 번의 '블랙' 화면은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만 같다. 관객은 볼 수 없는 긴 시간 동안, 리틀과 샤이론은 후안을, 샤이론과 블랙은 케빈을 아주 많이 그리워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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