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rykah

82년생 김지영
Avg 3.9
83년생 워킹맘으로서 일부 에피소드는 내 경험과 거의 100% 일치했지만, 전반적인 내용을 봤을 때 이 소설이 2017년 최고의 베스트셀러라는 사실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 사회 고발 소설이라 하기엔 깊이가 너무 얉고, 공감과 위로를 주는 소설이라 하기엔 무색무취의 주인공에게 감정 이입이 되지 않았다. . 문학이라기보다 성 차별을 다룬 기획 기사의 한 꼭지 같았다. 여성 차별과 혐오 사건을, 인물과 사건, 대사와 장면을 통해 보여주고 독자로 하여금 느끼게하기 보다, 객관적 통계와 사건들을 수집하여 장황하게 설명하며 '니가 여자라면 이 대목에서 분노해!'라고 강요하는 느낌이었다. . 주인공의 한없이 수동적인 태도도 답답했다. 이 소설은 주인공의 성격이나 대사, 행동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주인공이라고 해봐야 스토리를 이끌어나갈 힘도 의지도 없는, 그저 여성 차별과 혐오 사건의 '피해자'나 '목격자'로서만 기능하기 때문이다. . 결국 이 소설이 제기한 문제 의식 자체는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으나, 문제 의식의 중심에 있던 여성들은 스스로 성장하거나 불합리한 세상을 변화시키려 도전하기는 커녕 보호받고 치료 받아야만 할 존재로 끝을 맺는다(아니면 죽거나). . 소설이 언제나 사회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작가의 의도대로라면 소설을 통해 위로 받고 응원 받아야 할 여성이, 이 소설을 읽고 나서 더 위축된다는 점은 아이러니다. . 더구나 이 소설은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여성을 잠재적 피해자로 규정하면서 그 어떤 화해의 실마리조차 제시하지 않고 끝을 맺기 때문에, 사회 갈등과 분열을 조장할 수 있다는 비난도 면키 어렵다. . 끝으로, 소설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할 수 있는 사건 - 주인공이 다른 이들에 빙의가 된 이유나 개연성은 끝까지 찾을 수가 없다. 작가는 단지 평생 성차별에 고통 받다 미쳐버린 여자 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걸까? . 많은 리뷰어들이 평했듯 이 소설은 다큐다. (고로 문학적 가치는 그닥 없다는 뜻.) 실제로 있었던 사건들과 관련 자료들을 나열하여 여성들의 공분을 사는 것이 소설의 의도였다면, 이런 내용을 '그것이 알고 싶다'나 'PD수첩'이 아니라 왜 굳이 소설로 읽어야 하는 건지 나는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