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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타는제트기

리듬타는제트기

4 years ag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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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의 정치 성의 권리

Books ・ 2012

Avg 3.7

이 책은 순전히 권김현영 씨 때문에 다시 선택한 것이었다. 이미 <남성성과 젠더>편과 중복된 작가들이 많아 읽을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권김현영씨의 이름을 보고 망설임 없이 선택했다. <남성성과 젠더>는 권김현영씨가 주체로 편집을 맡은 것 같았는데, 이번 <성의 정치 성의 권리>는 동성애자 인권운동으로 유명한 한채윤씨가 서문을 맡았다. 이번 책은 수준이 많이 떨어진다. 이거 무슨 길거리에서 나눠주는 교양잡지 수준의 글들이었다. 예전에 신촌을 지나가면 근처 대학출신의 파릇파릇하고 젊은 여자애들이 나눠주는 페이퍼들에 실릴만한 글들이다. 

역시나 독자들의 관심을 끌어야 하니 제일 첫 섹션은 권김현영씨가 장식한다. <성적 차이는 대표될 수 있는가?>로 여성정치가와 그녀들을 바라보는 여성 젠더들의 이율배반적인 시선들을 미국 대선과 한국을 비유해서 아주 맛깔스럽게 잘 설명해 놓았다. 개인적으로 이 권김현영 작가에게 관심이 많이 간다. 타고난 인문학 문장가이며 문장에 군더더기가 없다. 글이 사이다 같다. 청량하다. 분명 소설에 쓰이는 감정적 문장과는 다르다. 인문학에 특화된 문장가 라고나 할까. 잠시 출판사에 연락해 개인적으로 메일을 보내 볼까도 생각해 본다. 당신의 글을 읽었습니다. 인문학의 탁월한 문장가이신 당신의 글을 읽고 감복하였습니다. 당신의 지적인 글은 모든 여성을 지금 당장, 롸잇 나우. 여성운동가로 변모시킬 그런 계몽적 사상이 가득합니다. 춘원 이광수 다음으로 이렇게 계몽적인 글은 처음 읽어봅니다. 개인적으로 얘기를 나누고 싶은데 아메리카노 좋아하세요? 라고 보내면 답장이 안 오겠지? 어쨌든, 그래서 그냥 그만 두기로 한다. 여성학에 대해서 관심이 별로 없었는데 이 분 글이 다 그쪽 분야니 이분 글을 읽으려면 여성학에 관심이 있어야 한다는 딜레마가 형성된다. 이렇듯 자기모순은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 

<괴물을 발명하라> 섹션에서는 <남성성과 젠더>에서 솔직히 관심 없는 트랜스 젠더 수술 얘기로 하품을 자아냈던 루인 작가가 감정적 글쓰기로 나를 탄복시켰다. 아마도 본인도 글을 쓰면서 벅차오르는 감정에 잠시 양쪽 코 끝을 잡고 찡-한 감정을 느끼셨겠지. 나쁘지 않았다. 매번 비슷한 내용이라는 것이 흠이긴 하지만. 이렇듯 <감정적 글쓰기>는 <가끔씩>(강조)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문장을 만들어 낸다. (찔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상 깊었던 내용이 김주희 씨의 <성매매 피해 여성은, 성 노동자는 누구인가?>였다. 집장촌에서 성매매를 하는 여성곁에서 몇년간 생활한 느낌을 적은 글인데 솔직히 문장이 너무 평범해 국어책 읽는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아무래도 실제 겪은 일이라 내용이 살아 있었다. 이 글을 권김현영씨가 썼다면 지금쯤 마음속 불이 십이지장에서 갈비뼈까지 옮겨 붙었겠지. 란 생각을 해본다. 이렇듯 글에서 문체란 이리도 중요한 것이다. Anyway, 나쁘지 않다. 개인적으로 이 3개 섹션 빼고는 별로였다. 하지만 인문학 책 치고는 무겁지 않아 1시간만 투자하면 술-술- 그다지 짱구 굴리지 않아도 읽히는 것이 자음과 모음 하이브리드 총서의 장점인 것 같다. 아직까지 읽었던 <권태>나 <남성성과 젠더>는 참 좋은 책이었다. 다음 읽기 타겟은 <사유의 악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