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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수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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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years ag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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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다 예쁜 말들

Books ・ 2011

Avg 3.9

<모두 다 예쁜 말들> 코맥 매카시, 민음사, 2008(1992) "피를 흘리지 않는 삶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인류가 진보하여 모두가 조화 속에서 살 수 있다는 주장은 사실 위험하기 짝이 없는 허상입니다. 이로 인해 고통받는 이는 가장 먼저 자신의 영혼과 자유를 포기한 사람들입니다. 결국에는 욕망의 노예가 되어 자신의 삶을 공허하게 만들 뿐이죠"(1992년 ≪뉴욕 타임스≫인터뷰에서)-p414.옮긴이의말 中 위 글에서 작가의 세계관과 소설의 주제를 조금 알 수 있다. 이 책은 도덕성과 동정심이 현실 세계의 폭력성을 만나 산산이 부서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표면적으로는 열여설 살의 카우보이 존 그래디 콜이 미국을 떠나 멕시코의 목장에 가서 목장주의 딸 알레한드라와 사랑에 빠지고, 결국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뒤로하고 미국으로 돌아온다는 내용이다.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멕시코 혁명에 대해 알아야 한다. 책의 배경은 1949년 멕시코 우아우일라 주이고, 우아우일라 주는 멕시코의 혁명가이자 혁명 후 대통령이 된 프란시스코 마데로의 고향이다. 알레한드라의 고모할머니(1877년생) 알폰사는 멕시코 혁명의 중심인물이며 독재자 포르피리오 디아스를 몰아내고 대통령에 취임한 프라시스코 마데로의 동생 구스타보와 연인 관계였지만 결혼하지는 못했다. 알폰사는 혁명의 실패와 연인의 죽음을 슬퍼하지만 묵묵히 운명을 받아들인다. 주인공 존 그래디 콜은 카우보이로 태어나 열여섯 살까지 카우보이로 살아왔다. 계속 카우보이로 살고 싶었지만, 어머니는 아버지와 이혼하고 목장을 팔아버린다. 존 그래디는 친구인 레이시와 무작정 멕시코로 떠난다. 멕시코에서는 계속 말을 돌보며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떠나지만, 지미 블레빈스라는 소년을 만나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휩쓸린다. 존 그래디는 동정심을 가지고 지미 블레빈스를 돕지만, 오히려 이러한 동정심이 주인공을 불행하게 만든다. 보통의 성장소설이 주인공의 고난과 고난을 극복한 주인공의 성장을 그린다면, 이 소설은 현실의 폭력 앞에 무너지는 주인공을 보여준다. 존 그래디는 도덕성과 동정심을 갖추고 있고 말을 돌보는 능력도 탁월하다. 하지만, 이상을 찾아 멕시코로 떠나는 여행은 너무 무모하다. 아무리 말을 돌보는 능력이 뛰어나도 아시엔다(목장)에서 그는 일꾼에 불과하다. 또한, 부패와 폭력이 일상인 멕시코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주인공도 어쩔 수 없이 폭력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엄청난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의 말뿐만 아니라 친구 레이시와 블레빈스의 말까지 되찾아 집으로 돌아오지만,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쉴 집조차 없다. ▣책에서 -흉터에는 신기한 힘이 있지. 과거가 진짜 있었던 일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거든. 흉터를 얻게 된 사연은 결코 잊을 수 없지. 안 그런가? -p189 - 그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힘겨운 삶을 사신 만큼 열린 마음을 갖고 계시리라 기대했습니다. 잘 못 생각했군. 그런 것 같군요. 내 경험상 고통을 겪었다고 해서 마음이 더 넓어지는 것은 아니더군. 사람에 따라 다르겠죠. -p317 -당시 나는 열일곱 살이었고, 나에게 이 나라는 철없는 아이의 손에 들린 값비싼 화병 같았어. 온통 열정이 감돌았지. 모든 것이 가능해 보였어. 난 우리 같은 사람이 수천 명도 넘으리라 생각했다네. 프란시스코 구스타보 같은 사람 말이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지. 나중에는 아예 그런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 같았어.-p323 -아버지처럼 구스타보도 학살과 폭력을 증오했어. 하지만 증오심이 부족했던 거야. 진실을 가장 크게 착각한 사람은 프란시스코였어. 결코 멕시코의 대통령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었어. 실은 멕시코인으로서도 부적당했지....<중략>....꿈과 현실 중에서, 소망과 실제로 기다리는 것 중에서 세상은 아주 가차없이 선택하지.-p330 -난 어쩔 수 없이 역경에 처했다는 이유만으로 동정하지는 않는다네. 운이 나빴을 수야 있지. 하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것이 다 용서된다고 생각하나?-p332 -넌 죽을 거야. 그거야 신이 알아서 할 일이지. 어서 움직여. 신이 두렵지 않아 보지? 신을 두려워할 이유는 전혀 없어. 오히려 신한테 따질 게 몇 가지 있지. -p373 #모두다예쁜말들 #코맥매카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