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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속어

비속어

6 years ago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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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 2016

Avg 3.5

나는 오기였다가, 장모였다가, 제대로 등장하지도 않는 오기의 부인이었다가. 마치 오기가 자신을 죽이려는 장모에게 순간순간 미안함을 느꼈던 것처럼 나 역시 죽어 마땅한 오기에게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자기연민에 빠진 서술에 잠깐씩 매료되었으므로. 자신의 삶을 너무나 사랑해마지 않았던 오기는 마치 자의식이 너무나도 강하고 자존심은 드높지만 열등감이 강해 타인을 진심을 다해 사랑하지 못해 기어이 상대방을 얕잡아 봐야만 직성이 풀리는 일반적인 한국 남자같았다. 자기보다 잘난 여자는 절대 사랑할 수 없는 그런 일반적인 남자. 오기는 자신의 아내에 대해서 저평가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멸시하기에 이른다. 그가 기자가 되고 싶어했던 것을 단순히 성공하고 싶어서라고 단정지으며 '얕은 허영'이라고 평가하고 여러차례 퇴고를 보며 노력을 기울인 원고에 대해 효율적이지 못하다며 완성하지 못하는 원고를 비웃고 성범죄를 고발한 것에 대해서 아내가 처음 고발문에 대해서는 처음 글에 대한 효력을 느끼게 한 경험이라며 평가 절하한다. 자신에 대한 고발문을 쓰고 있는 줄도 모르고 '그 주제는 흥미로웠다'며 단숨에 평가자의 태도로 올라섰다가 기죽지 않는 아내의 태도에 기분이 상한 오기는 아내가 쓰고 있는 고발문에 대해서 일부러 관심을 거둔다. 그러니까 그는 정말로 일반적인 남자였다. 그럼에도 아내는 오기를 사랑했는데 아내는 자신이 사랑한 롤모델이나 다름없는 여자들의 사진과 젊었을 때 오기와 함께 찍은 사진을 책상 위에 올려두는데 오기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위에 아내는 여행지에서 사온 기념품들과 프레임이 특이하고 값비싼 액자를 죽 올려놓았다. 액자에 든 것 중 오기나 아내의 사진은 한 장뿐이었다. 연애 시절 함께 간 경주에서 2인용 자전거를 타다가 찍은 사진이었다. 아내의 젊고 예뻤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사진이지, 추억이 특별했던 건 아니었다. ] ㅗㅗ 오기는 곧 아내에게 질리는데 아내에게 질린 이유는 다음과 같다 [오기에 대해서도 자세히 적었다. 무슨 일로 오기와 다퉜는지, 화해를 청하며 오기가 무엇을 약속했는지 한 것을 적어두었다. 얼마 후에는 그 메모를 꺼내 들이밀었다. 오기에게 실망했다며 오기가 전과 똑같은 잘못을 저질렀다고 따져 물었다. 다짐이나 약속이 아무 소용없다고 화를 냈다. 오기는 다시 사과하고 진심을 담아 비슷한 약속을 했다. 얼마 후에는 아내에게 똑같은 방식으로 비난받았다. 오기는 곧 질렸다. 아내는 책상 위 달력에 오기의 귀가 시간도 적어놓았다. 바빠지면서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때가 많아졌다. 함께 저녁을 먹겠다고 했다가 자정을 넘겨 들어온 적이 여러 번이었다. (중략) 아내는 매번 화를 냈다. ] 아내의 정당한 요구와 분노에 대해서 오기는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고 아내가 자신을 향해 비난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대한 사랑이 식어가고 바람 피우는 것까지 눈치챈 아내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 임신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시험관 시술을 두 차례나 시도하지만 실패한다. 이에 대해 오기는 다음과 같이 독백한다. [ 한때 아내는 아기를 갖고자 노력한 적이 있었다. (중략) 인공수정에 여러 차례 실패하고 좀더 확률이 높은 시험관 시술을 시도했다. 잘 되지 않았다. 아내는 우울해했지만, 곧 이겨내는 것 같았다. 아내답게 포기와 체념이 빨랐다. ] 오기의 아내가 두 번째에 포기했던 건 의사로부터 모멸감을 느꼈기 때문이고 오기 역시 이를 알고 있었으나 이것에 대해 오기는 '아내답게 포기와 체념이 빨랐다'라고 말한다. 오기는 아내의 감정이나 상황에 대해 이해하려는 최소한의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았다. 오기는 결혼 후 박사 논문을 쓰고 평탄한 삶을 꾸려가지만 아내는 그렇지 못하는데 이것에 대해 오기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 오기는 스스로 제 삶을 꾸려가고 있었다. 그 사람에서 아내를 분리해 생각한 적은 없었다. 아내도 마땅히 그래야만 했다. 오기를 분리해 생각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었다. 스스로 제 삶을 꾸려야 한다는 뜻이었다. ] 오기는 장모가 아니면 돌봐줄 사람이 없는데도 장모가 자신의 재산에 대해 '우리가 가진 전부'라고 말한 것에 대해 불쾌감을 느끼고, 상간녀의 전화번호를 떠올리며 한밤중에 그에게 전화를 건다. [정확히 기억하는 번호가 있었다. 휴대전화에 저장하기 시작하면서 전화번호를 외울 필요가 없어졌지만, 그 번호만은 언제나 기억했다. 오기는 연락처 목록에서 여러 번 그 번호를 삭제했다. 오기도 어느 정도는 노력한 것이다. 노력은 오래가지 않았다. 전화번호는 또렷이 떠올랐고 오기는 쉽게 흔들렸다.] 서로의 치부를 목격한 후 그들은 마치 진정한 가족이 된 것처럼 보인다. [장모와 오기는 가족에게나 보일 법한 모습들을 알아가고 있었다. 장모는 오기 앞에서 소리를 내지르며 간병인을 내쫓았다. 신뢰할 수 없는 종교 모임의 사람들을 잔뜩 데려왔고 굽신거렸고 돈을 갖다 바쳤다. 자주 일본어로 혼잣말을 중얼구렸다. 오기도 마찬가지였다. 제 몸을 장모에게 내맡겼다. 장모는 오기의 사타구니를 닦고 짓무르지 않도록 파우더를 발랐다. 가득 찬 오줌통을 치웠고 실변이 채워진 변기통을 물로 씻었다. 아내가 죽고 나서야 그들은 더할 나위 없는 가족이 되었다. ] 오기를 돌보던 장모는 머지않아 딸이 남긴 메모를 통해 자신의 딸이 어떻게 지냈는지에 대해서 전부 알게 되고 그는 의도적으로 상간녀 제이를 집으로 초대한 후 오기의 오줌통을 대놓고 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오기와 제이 모두에게 수치를 준다. ["이 사람이나 나나 실은 똑같은 처지지요. 동병상련이오. 나는 과부고 이 사람은 홀아비니까요. 과부나 홀이비가 불쌍하기만 한 건 아니에요. 알고 보면 좋은 게 많죠. 그중에서도 과부한테 제일 좋은 점이 뭔 줄 알아요? (중략) 남편이 더 이상 바람피울 일이 없다는 거예요. 하하하.바람피우는 남편보다야 일찍 죽는 남편이 훨씬 낫죠." 장모가 크게 웃으며 오기를 쳐다봤다. (중략) "그럼 홀아비는 뭐가 좋은 줄 알아요? (중략) 자네가 대답하면 좋을 텐데. 아무리 오입질을 해도 바람을 피우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 제이가 방을 나서려다 재빨리 되돌아와 오기의 귀에 대고 말했다. "장모가 불러 모았어요. 나한테 전화했어요." ] 그리고 장모는 오기를 위한 연못을 만들기 시작한다. [ "나무가 아니에요. 연못이죠. (중략) 산 게 근사합니까? 추접하죠. 악착같이 그 좁은 구멍에서 살려고 해댈 텐데."] 오기는 자신이 바람피운 것에 대해 자신의 수고로움을 알아주지 못하는 아내에 대한 실망감 때문에 외로웠기 때문이라고 말하는데 자신을 위해 밥을 짓는 아내의 손이 가드닝으로 인해 거멓게 됐다는 이유로 역겹다고 말한 것은 오기이다. 오기는 제이와 바람피우면서도 다른 여자 그것도 자신의 학생에게 또 다시 한 눈을 판다. 그런데 여기서 자신의 아내가 제이와의 불륜을 추궁할 때는 '허탈했다, 상심했다'라고 표현하면서 제이가 학생과 잠깐 하룻동안 바람 피운 것에 대해 추궁할 때는 '진심으로 반성했다'고 말하며 여전히 제이를 사랑하고 제이가 자신의 사과를 받아주지 않자 자신의 인생에 공동이 생겼다고 말한다. 정말 분이 치밀어 올랐던 부분. 이러한 오기의 심리를 장모가 알았다면 아마 오기에게 다른 방식의 죽음을 선사하지 않았을까. 오기의 장인 역시 바람을 피워 교장까지 승진도 못하고 면직 처분을 당했는데 장모는 기분이 나쁠 때마다 이걸 약점삼아 자신의 남편을 '교장선생님'이라고 부른다. 교양을 유지하며 살고 싶은 장모의 인내심이 담긴 표현. 오기는 이런 상황에서도 살고자하는 욕망을 포기하지 못하고 기어이 도망을 시도해 장모가 파놓은 연못으로 기어 들어간다. 그리고 그때서야 삶의 통증을 느끼고 눈물을 흘리지만 여전히 아내의 슬픔과 눈물을 이해하지 못한다. 죽어 마땅한 자가 죽음을 목전에 두고 흘린 최후의 눈물로 이야기는 귀결한다. 다스케테쿠다사이다스케테쿠다사이. +덧 이야기는 더할 나위 없이 유려하게 흘러가고 심리적 긴장감도 팽팽해서 밤샘 상태에서 읽었는데도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 눈치없는물리치료사등장했을때 너무웃겼음 ㅋㅋㅋㅋㅋㅋ 작가님 진짜 남자 마음 속에 들어갔다 나오신 거 같음. 특히 그 간병인 육체나 자기 아내 은근히 깔볼 때 묘사가 진짜 대박임. 중고서점에 팔기 전에 101문장을 뽑아서 정리해뒀는데 처음 읽었을 때 보다 이렇게 정리하면서 다시 읽으니 오기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올라서 진짜 개쌍욕함. 나쁜놈. 오기욕으로백절까지할 수있을거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