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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실

지하실

4 months ago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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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wedish Love Story

Movies ・ 1970

Avg 3.7

지하실 (jihasil.com) | OTT | 2025년 11월 15일 - 2025년 1월 15일 로이 안데르손의 데뷔작인 본 영화는, 두 청춘 남녀의 첫사랑을 통해 근대적 낭만의 종말 이후 삶의 냉소를 포착한다. 스웨덴 마을의 여름 풍경 속에서 펼쳐지는 소년소녀의 로맨스는, 사회적 불안과 가족의 단절이 서서히 스며드는 현실에 의해 균열된다. 이후 작품들에서 이어질 안데르손의 세계 - 정지된 구도와 블랙 코미디, 그리고 회색빛의 인간 군상 - 의 씨앗은 이미 여기서 심어졌다. 사랑의 순수함과 일상의 무력함을 교차시키며, 영화는 젊음이 싹트는 순간, 그것이 이미 시들어버리게 될 운명임을 점지한다. • 자신의 미학 스타일을 정립하기 전 로이 안데르손을 살펴볼 수 있는 작품이다. 물론 그의 영화들에서 반복되는 테마들이지만, 본 영화에서는 유난히 더 씁쓸한 정서가 맴돈다. 그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그는 이후 작품들에서 ‘사회 주변부’ 의 요소들을 원근의 방식으로 입체화하여 영화 전면에 내세우지만, 본작에서는 그러한 기교를 부리지 않는다. 대신, 소년과 소녀의 사랑이라는 ‘사회 중심부’ 의 사건에 집중하여 그 외의 요소들은 배경에 귀속시키는 전략을 택한다. 그리고 이에 따라서 관객들 역시 청춘 로맨스에 해당하지 않는 것들에는 눈길을 주지 않는다. 우리가 보고 싶은 건 인생에서 가장 싱그러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페로와 아니카의 러브스토리지, 그 바깥에서 어두운 기운을 내뿜는 어른의 사연들이 아니다. 젊은 남녀의 달달한 연애를 바라보기 위해서 우리는 다른 이들을 시야에서 지우고, 희생시킨다. 하여 영화가 그 결과를 드러내보일 때, 그 참담함은 시차를 두고서 찾아온다. <하나 그리고 둘 (2000)>도 생각나지만, 인물들의 대우가 불균형하단 점에서 이쪽이 더 신랄한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