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rdet

A Quiet Passion
Avg 3.3
Dec 02, 2017.
시적인 순간들로 충만하며 에밀리 디킨슨의 영혼마저 담아낸 한 편의 영상시. 주변의 모든 것이 사라지고 부서져가지만 고결한 영혼을 지켜내려는 디킨슨의 안간힘과 조용한 열정을 보면서 감동을 받지 않을 재간이 없다. 아무리 감동적인 작품을 봐도 거의 울지 않는 나인데 이 영화를 보고 울었다. 테렌스 데이비스가 현존하는 최고의 영상 시인 중의 한 명임을 입증하는 작품이며 예술가를 다룬 영화들 가운데 최고작 중의 한 편임에 틀림없다. 영화는 매우 우아하며 에밀리 디킨슨 역을 맡은 신시아 닉슨의 연기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감이다. 촬영은 최고 수준을 보여주고 있는데 한 쇼트 한 쇼트가 회화를 연상시킬 정도로 아름답다. 실내 조명을 이 영화만큼 잘 쓴 작품은 많지 않다. 스탠리 큐브릭의 <배리 린든>이나 칼 드레이어의 <오데트>의 실내 장면들이 떠오를 정도였으니 말 다했다. 많은 장면에서 디킨슨은 얼굴의 반이 실루엣에 가려져서 표현되고 있는데 좀처럼 속내를 알 수 없는 그녀의 내면을 시각화하는 데 적절했다고 본다. 디킨슨이 죽어가는 장면의 묘사는 명백히 잉마르 베리만의 <외침과 속삭임>을 연상시킨다. 홀로 고독 속에서 투쟁하는 디킨슨의 모습은 칼 드레이어의 <게르트루드>를 떠올리게 하는 측면도 있다. 이 영화에서 카메라가 360도로 천천히 팬을 하는 장면이 있는데 영화가 어떻게 시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가 될 만하다. 개인적으로 올해 개봉작 중 최고의 자리를 다투는 영화가 될 것 같다. 많은 분들이 꼭 이 영화를 보시기를 바란다. 초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