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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

JE

3 years ag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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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rope '51

Movies ・ 1952

Avg 4.1

흔히 들뢰즈의 표현을 빌려, 로셀리니 혹은 네오리얼리즘의 영화를 두고서 ‘견자의 영화’라고 한다는데, (그 사례로 인용되곤 하는) <이탈리아 여행>을 아직 보지 못한 탓에 잘은 모르겠지만 <유로파 51>만 하더라도 수긍되는 표현 같다. 비극을 겪은 뒤, 이끌리듯 점점 더 낮고 비참한 곳으로 향하며 현실을 마주하는 이레네. 어떤 알레고리나 디제시스가 아닌 사실적인 ‘현실’과 그 안에 담긴 (차마 행위로 이어질 수 없을 정도로) 사유에 충격을 가하는 풍경. 거친 소음을 내며 돌아가는 공장 기계와 이레네의 표정이 교차하는 편집마냥 논리적이고 정연한 리듬으로써가 아니라 거칠고 부조리하게 틈입하며 이레네의 세계에 균열을 낸다. 물론 이레네는 그들을 위한 헌신이라는 행위로 이어지긴 하지만, 그런 자신의 행위를 충실히 설득해내지 못하는 그녀의 모습이야말로 사유 불가능성에 대한 방증처럼 보인다. 이레네의 언어, 세계로는 설명할 수 없는 종류의 어떤 것. 창살에 갇힌 채 기존의 삶을 떠나보내고 새로운 세계를 택하는 엔딩이 역설적으로 숭고하고 아름다워 보이는 것도 단지 종교적인 상징처럼 엄습해오기 때문이 아니라, 현실의 목도라는 단순하고 명징한 사건을 통해 그처럼 인식론, 가치론, 존재론 같은 게 마구 뒤엉킨 전회를 이뤄냈기 때문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