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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2학년이었나 3학년이었나. 네이버 배너광고에 상식 수준의 문제 몇개만 풀면 자동으로 응모되는 퀴즈 이벤트가 있었다. 1등은 노트북, 2등은 닌텐도DS, 3등은 미키마우스 MP3였다. 당시 닌텐도가 너무너무나 갖고 싶었던 나는 정말로 순수하고 깨끗한 믿음으로 2등에 당첨되어 닌텐도를 받게 해주신다면 세상에서 가장 착한 어린이가 되겠다고 하나님께 매일 기도했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가족이나 친구에게 열심히 선행과 봉사를 베풀고 다녔다. 그리고 나는 2등에 당첨되었고 우리 집으로 분홍색 NDS가 배송되었다. 그걸로 동숲이나 마리오나 젤다를 열심히 했던 기억은 아직도 선명하다. 여전히 닌텐도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게임 회사다. 여튼 그래서 지금도 하나님을 믿냐고? 아니, 이제 나는 그 어떤 신도 믿지 않는다. 당첨운이라곤 딱히 없는 팔자에 어떻게 그런 작은 기적이 일어났는지, 정말로 신이 어린 나의 기도를 들어준 건지는 알 수 없으나 나는 어느 순간부터 신이 모든 걸 들어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래서 기도하기를 그만뒀을 뿐이다. 지금의 내가 알 수 있는 건 그저 앞으로 다시는 그런 순수한 기도를 하지 못하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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