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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

정연

3 months ag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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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 of Cinema

Movies ・ 2025

나는 슬플 때, 기쁠 때, 심심할 때, 바빠 뒤지겠을 때 극장에 있다. 그 검은 상자에 두세 시간씩 갇혀 울고 웃고 극장을 나와 내 세상이 뒤집힌 걸 느낄 때면 난 정말이지 마술을 사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쓸데없이 비싸고, 때로는 무용하다는 취급을 받으며, 눈물 나게 아름답고 질투 나는 마술을. 극장에 이렇게 자주 발을 들이게 된 이유를 떠올려보자면 역시 슬펐기 때문이다. 슬프고 슬프고 또 슬퍼서 새 집을 가지고 싶었다. 그러니 이제는 극장에 들어서 티켓을 뽑으면 고향에 온 기분이다. 상영관 오픈을 가만히 기다리는 관객들이 익숙하다. 분명 처음 마주치는 이들이겠지만, 그들 역사에 내 역사와 같은 영화가 있으리라 생각하면 전부 내 고향 사람들 같다. 사실 씨네큐브 근처에 사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 좋아하는 영화를 보러 이곳까지 오는 그 마음을 너무 잘 아니까. 그런 마음들이 똘똘 뭉쳐 이 세상 어떤 공간보다도 극장에서 환대받는 기분이다. 물론 극장에 간다고 없던 꿈이 생기진 않겠지. 꼬인 인생이 술술 풀리지도 않을 거다. 그러나 가만히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이런 것들이 찾아온다. 영화를 보던 그 순간의 나를, 사람들을 떠올릴 수 있다. 여전히 잘 지내고 있을 침팬지가, 오랫동안 보지 못해도 우연히 마주치면 눈물 날 먼 친구들이, 이제는 곁에 없는 소중한 내 시네필들이, 그리고 그 시절의 내 마음이 여전히 여기, 영화 앞에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영화 뒤편을 상상할 수 있다. 필름에 입술을 갖다 대 뒷면을 찾듯, 영화 뒤에 선 스태프들과 극장을 굴리는 사람들, 잠깐의 출연을 위해 수 시간을 기다리는 배우들(특히, 보조출연)을 떠올릴 수 있다. 그들의 이름을 하나 하나 부르며 고맙다고, 수고했다고, 머지 않아 여기서 또 만나자고 약속할 수 있다. 비를 맞지 않을 수 있다. 거기 축축하게 있지 말고 이리 와. 장건재 연출 <영화의 시간>의 그 장면은 극장이 우리에게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아서 눈물이 주룩주룩 나왔다. 삶의 비가 그치지 않는 것만 같을 때 극장으로 가자. 거기서 잠시, 같은 처지의 사람들과 비를 피할 수 있다. * 영화가 상영관에 앉아 눈을 반짝이는 사람들—고도와 소희와 영화를 비출 때 나도 힐끔힐끔 옆자리에 앉은 사람들의 눈을 봤다. 극장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집중력은 정말로 力이다. 그 눈빛에서 수많은 힘을 얻어갈 감독들을 생각하면 나는 그게 그렇게 부럽다. 서울은 내게 씨네큐브와 에무시네마, 명씨네 그리고 아트나인이 있어 겨우 살아갈 만한 곳이 되었고...... 내 극장의 시간들을 만들어준 극장들에게 백 번 절해도 모자르지. 씨네큐브 25주년을 축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