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미없는 건 바로 포기

양육가설
Avg 3.9
좋은 책이다. 통설을 뒤집어서 좋고, 근거가 있어서 좋다. 오은영으로 대표되는 양육, 육아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방식이 생각해보면 진짜 근거가 있는걸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몇번이고 다시 읽어볼만하다. . 단순히 육아와 관련된 내용 뿐 아니라, 10대, 청소년들이 어떻게 사회화 되는지에 대해서도 다룬다. 자라나는 아이가 겪을 또래집단을 예상해보기도 했다. . 이 책에 나온 얘긴 아니지만, 인간이 얼마나 소속감, 동료, 집단을 좋아하는지 보여주는 얘기가 있다. 금연 그룹이 있다. 모두 금연을 하기 위해 모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탈자(흡연으로 돌아간 사람들)가 나온다.몇개월이 흐르고, 모임이 종료될 때쯤 되면 90% 정도가 흡연자다. 이때 여전히 금연 중인 10%는 불안감을 느낀다. 모임에 속하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며, 동질감을 위해 흡연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낀다. 물론 90%도 그런 압박에 적극 동참한다. . 아래는 내 개인 네이버 블로그에 쓴 글. 복붙. . 5점 만점에 4점. #혹시 주마간산 한 건 아닐까? 부록1, 2를 빼곤 완독했다. 약간은 "두꺼운 책이니 꼭 다 읽어내겠다."는 이상한 목표의식 때문에 정독보단, 속독을 한 느낌이다. 아쉽다는 얘기다. 뭔가 책에서 알려주는 지식(지혜)의 정수를 내가 다 흡수하지 못한 것 같다는 느낌이든다. 언제고 다시 얽어도 좋을 책이다. 내 아이가 20살이 되어 자기 인생을 찾아가는 그날까진 계속 반복해서 읽어봐야 될 것 같다. #그동안의 통념들 그만큼 좋은 책이다. 우리의 통념을 반박한다. 통념 : 자식농사. - 뉴스에 끔찍한 범죄자가 등장한다. 그의 부모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진다. 그 범죄자가 청소년이라면 부모에 대한 비난이 더욱 거세진다. - 뉴스에 천재가 등장한다. 하버드에 수석입학한 한국계 미국인이다. 그의 부모를 조명한다. 어떤 교육법, 양육법이 있었는지 인터뷰가 쇄도한다. 즉 우리에겐 엄청난 믿음이 있다. 자녀의 성취, 비행에는 일정부분 부모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 부모는 자녀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것. 프로이트나 발달이론에서도 같은 말을 한다. 아이가 겪는 영유아기의 몇년 간의 부모와의 관계가, 한 인간의 평생 성격을 좌우한다고. #바보야. 문제는 친구들이야. 저자 주디스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쉬운 예로, 부모의 문화와 아이의 문화가 극명하게 다른 경우를 든다. 청각장애 부모와 건청인(청각 장애 없는 사람) 자녀가 대표적이다. 부모는 아이에게 언어를 가르쳐줄 수 없다. 헌데 아이 본인에게 청각능력에 문제가 없고, 친구나 또래 학교생활이 보장된다면, (전세계 어느 곳에서나) 건청인 자녀는 언어를 습득해서 문제 없이 사회의 일원이 된다. 어찌된 일일까? 부모는 언어를 알려준 적이 없는데? 또 다른 예로는 이민간 가정들이다. 이민 1세대 부모와 아이가 (예를 들면 초등학교 1학년 정도) 함께 이민을 간 가정을 보자. 부모는 본국의 문화를 버리지 못한다. 또는 버리지 않는다. 아이들은 아주 자연스럽게 정착한 나라의 문화를 받아들인다. 물론 종종 정체성에 혼란을 겪기도 하지만, 그건 부모가 본국의 문화를 끝없이 강요했기 때문이 아니라, 자라면서 친구들로부터 겪은 차별 때문이다. 즉 이 경우에도 아이들은 부모가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아도 새로운 나라(문화)에 아주 잘 적응한다. - 현대의 서구화된 많은 가정에서 부모들은 요청받는다. "아이가 말을 시작할 때 또박또박 반복해서 알려줘라." 라고 부모의 언어가 아이 어릴 때 큰 영향을 준다. 는 생각 때문에 그렇다. 헌데 앞서 말했듯, - 청각장애인 부모와 이민간 부모는 아이에게 언어를 알려줄 수 없었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알아서 말을 배운다. #죄수들은 간수(교도관)가 되고 싶어하지 않는다. 아이들 입장에서 부모가 어떤 존재일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아이들 입장에서 따라하고 싶은 사람은 부모가 아니라, 또래 아이들이다. 아이들 입장에서 인정받고 싶은 사람은 부모가 아니라, 또래 아이들이다. 교도소 예를 든다. 죄수들은 멋진 교도관이 되고 싶어하지 않는다. 죄수들은 죄수들 사이에서 인정받는 "잘나가는 죄수"가 되고 싶어한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아이 입장에서 어른은 다른 세상 사람, 다른 존재다. 아이들이 되고 싶은 사람은 어른이 아니라, "잘나가는 아이"다. 자기들 무리에서 주목받는게 목표다. 그러니 당연히 부모의 행동, 규율, 말투를 모방하지 않는다. 또래의 문화를 학습한다. #바보야. 문제는 유전이야. 또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요소가 유전이다. 아이가 비행청소년 써클에 가입했다고 한다. 그러면 아이는 원래 그러지 않았는데 친구 잘못만나서 물이 든 걸까? 아니면 자신과 가장 비슷한 아이들을 찾아간걸까? 부모가 "우리 아이는 원래 안 그랬어요." "저희 앞에서는 순한 양이에요." 라고 하는 말은 사실일 수 있다. 아이는 친구 앞에서와 부모 앞에서 다르게 행동한다. 생각해보면 우리 모두가 그렇다. 우리는 어디에 누구와 있느냐에 따라 다르게 행동한다. 저자 주디스는 성인에게 나타나는 성격은 상당부분 유전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부모는 양육지침을 통해 아이에게 삶의 철학을 물려준게 아니라, 그냥 본인 유전자를 물려줬다. 입양된 아이들은 양부모보다 친부모와 더 비슷하다. 범죄율도, 이혼률도 그렇다. #상관관계의 위험성 이 책이 완벽하지 않은 건, 저자가 직접 본인의 이론을 증명하기 위해 대대적인 실험을 진행하진 못했다는 것이다. 다만 다른 유명한 이론들에 허점은 잘 지적했다.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 오해다. 브로컬리를 많이 먹는 사람일수록, 건강했다. 라는 명제는 참이다. 데이터도 그렇게 나타난다. 헌데 이건 브로컬리를 많이 먹었기 때문에, 건강해진건 아니다. 오히려 건강한 사람들이 그냥 브로컬리를 많이 먹은 걸수도 있다. 또 부모의 체벌이 증가할수록, 자녀의 폭력성이 증가한다. 는 것도 상관관계가 나타난다. 헌데 이건 자녀가 폭력적이라서 부모가 체벌했을수도 있다. 또는 체벌, 폭력성과 같은 공격성이 심한 문화를 부모와 자녀 모두 같이 갖고 있을 수도 있다. 즉 우리는 부모가 아이를 잘못키웠다. 라고 받아들이지만 진짜로 이들 뒤에 흐르고 있는 거대한 해류는 "부모와 아이모두 폭력적인 집단 문화 속에 살고 있다." 뿐일 수도 있다. 즉 상관관계는 절대 인과관계가 아니며 보다 근본적인 제3의 요인 때문에 양쪽이 동시에 벌어지기도 한다. #편식 집에선 편식하는 아이가, 어린이집에선 잘 먹는다면 이는 "부모의 올바른 식습관 지도" 덕분일까? 아니겠지. 집에선 편식하니까. 그럼 뭔가?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다른 인격으로 행동한다. #학교폭력, 왕따 문제에 부모가 나서기 어려운 이유 책에선 다루지 않는 내용인데, 왕따 문제가 자꾸 떠올랐다. 이지메의 구조. 라는 책 등 다양한 곳에서 접하고 내린 나만의 결론이기도 한데 인간은 집단의 규칙을 스스로 창조할 수 있고, 그 규칙을 외부인이 받아들이지 못하면, 규칙을 바꾸는게 아니라, 그냥 외부인을 무시한다. 일본에서 이지메로 인해 한 아이가 자살을 했고, 전문가들이 학교에 투입됐다. 강당에 모아놓고 심각성에 대해 전문가가 얘기하자 한 학생이 손들고 말한다. "아저씨가 잘 모르나본데, 저희만의 방식이 있어요. 걔가 그걸 따르지 않았구요." 나만해도 학교에서 벌어지는 각종 암투, 시기, 모함, 따돌림, 편가르기를 부모가 이해할 거란 생각은 안 했다. 또 잘못된 일을 어른들에게 말한다고 해서 바뀔 거란 생각도 안 했다. (물론 바뀐다. 반을 없애고, 전학보내고, 학교를 해체하고, 가해자를 구속시키면 바뀐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판을 깰 수 있다는 생각을 못한다. 나도 그랬고) 동의하는 구절 "누가 아이를 사회화했으며 누가 아이에게 문화를 전파했는지 알아보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바로 아이에게 귀 기울이는 것이다. 아이가 언어와 억양을 습득하는 곳이 곧 아이가 문화의 다른 요소들을 습득하는 곳이다." "헤드스타트 같은 프로그램이 아이에게 미치는 효과는 단기적으로만 나타나며, 때로는 효과가 전혀 없는 경우도 있다. 흥미로운 점은 부모의 행동을 개선하려 한 프로그램일수록 효과가 미미했다는 사실이다. 이 프로그램들은 주로 전문가가 아이들의 집에 방문해 부모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게 진행되었는데, 그 결과 아동학대는 확실지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런 프로그램들은 집 밖에서의 아이의 삶과 학교에서의 태도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즉, 일란성 쌍둥이들의 몸무게는 함께 자랐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이란성 쌍둥이들보다 비슷하다. 그리고 입양아의 뚱뚱하고 마른 정도는 양부모 또는 새 형제자매들과는 관련성이 없다." "뚱뚱함과 날씬함의 유전 가능성은 0.70 정도로 성격 특성의 유전보다 다소 높은 수치를 보인다." #흥미로운 연구 결과 그리하여 연구자들은 아기일 때 입양된 덴마크 남성 4,000명에 대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다. 데이터를 살펴보면 아이를 입양 보낸 부모들 중에는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이 많지만 아기를 입양한 양부모 중에는 범죄자가 별로 없었다. (아마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원가정이 입양을 보내고, 경제적으로 넉넉한 가정이 입양을 한다. 는 것과 같은 맥락인 듯) 드물지만 - 선량한 원가족, 범죄자 부모로 입양된 사례도 있다. - 이런 가정의 아이들은 (전체 입양아 중) 15% 정도가 범죄자로 성장했다. (여기까지 본 우리의 생각 "아. 부모가 범죄자인 곳으로 입양되서, 애들도 범죄를 저지르는 비율이 15% 정도 되었구나. 역시 부모의 영향이 있네. 반면 원가족, 양부모 모두 범죄자가 아닌 집에 입양된 아이들은 - (전체 입양아 중) 14% 정도가 범죄자로 성장했다. (여기까지 보면, 그냥 입양 경험이 있는 아이가 약 14~15%정도 범죄자로 큰다. 는 섣부를 결론을 내릴 순 있으나 양부모가 범죄자라는 것은, 아이에게 아무 영향을 못 미쳤구나.라는 합리적인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이어지는 데이터 범죄자 친부모 → 선량한 양부모인 경우는 20%가 범죄자로 성장했다. (5%p 갑자기 상승) 역시 유전인가? 범죄자 친부모 → 범죄자 양부모인 경우는 아이들은 25%가 범죄자로 성장했다. 아니 역시 환경인가? (도시 지역 범죄율이 높다.) "친부모가 범죄자일 때 아이가 범죄자가 된 것은, 아기를 입양한 범죄자 가정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살고 있던 지역 때문이었다. 소도시나 시골 지역에서는 범죄자 가정에 입양됐더라도 아이가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높지 않았다." 485쪽 이혼에 관한 쌍둥이 연구는 다른 설명을 제시한다. 1,500쌍이 넘는 성인 일란성/이란성 쌍둥이들은 자신의 결혼 생활가 부모의 결혼 생활에 관련된 질문에 답했다. - 부모는 결혼 유지 & 자녀는 이혼한 경우 : 19% - 부모가 이혼 & 자녀 이혼 : 29% (제법 높아졌다.) - 이란성 쌍둥이 형제가 이혼 & 나머지 쌍둥이도 이혼 : 30% - 일란성 쌍둥이 형제가 이혼 & 나머지 쌍둥이도 이혼 : 45% 이 책의 집필목적은 저자, 옮긴이가 친절히 밝히듯 - 전문가들의 육아 방침에 - 죄책감, 스트레스 받는 부모들에게 짐을 덜어주기 위함 이라고 한다. 저자 또한 자신의 주장에 맞는 연구들만 취합했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한국에 범람하는 수많은 육아 전문가들의 방침들에 의심이 간다. "어떤 근거로 저렇게 확신에 차서 얘기할까?" "양적 데이터, 과학적 연구방법을 통해 도출된 결론일까?" "혹시 상관관계 정도가 있는거 아닐까?" "연구자의 편향이 들어간 건 아닐까? 보고 싶은 것을 끄집어낸 연구 결과들은 아닐까?" 체벌은 아이를 망칠까? 반대로 무비판적 수용을 해주면, 아이가 건강한 성격을 갖게 될까? 조건부로 사랑을 주면 - 예를 들면 시험 100점 맞아야 칭찬해주는 부모라면 - 아이는 자존감이 떨어질까? 그냥 낮은 자존감도 유전된거 아닐까? 입양된 아이들은 거의 모든 면에서 양부모가 아니라 친부모를 닮더라. 는 뻔한 문장 하나만으로도 아이들에게 내가 줄 수 있는 건 - 유전자 - 였고 그 외에는 없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었다. “It may be that trying to be happier is as futile as trying to be taller” 행복해지려는 노력은 키가 커지려는 노력만큼 덧없다(Lykken & Tellengen, 19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