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애필

키노 씨네필
Avg 4.0
May 28, 2024.
1. 스티븐 연은 새 작품이 나올 때마다 연기력이 눈에 띄게 늘어서 나를 놀라게 하는 배우였는데 그의 퍼포먼스가 점점 더 좋아지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인터뷰를 읽는 동안 불합리하고 모순 투성이인 이 세상을, 그리고 스스로를 이해하고자 부단히도 애썼을 스티븐 연의 모습이 텍스트 너머로 전달되었다. 지금보다 앞으로 훨씬 더 좋은 배우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인터뷰어였던 김보라 감독의 차기작도 하루빨리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2. 송강호는 한국 영화계를 지탱해온 배우이고 그게 오랜 시간 당연한 사실로 여겨져 왔기에, 나는 그가 얼마나 훌륭한 배우인지를 종종 잊어버리곤 한다. 이번 인터뷰는 대배우로서의 면모를 다시금 일깨워주는 인터뷰였다. 배우는 일종의 감정 숙련자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는데, 좋은 연기를 선보이기 위해선 감정 너머에 있는 것을 직관적으로 파악하고 영민하게 계산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송강호가 <브로커>로 칸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을 당시에 <기생충> 때 받지 못한 상을 이제야 받은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나는 그게 가당치 않은 말이라고 생각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필모그래피 중 재앙에 가까운 <브로커> 안에서 유일하게 중심을 잡아준 인물이 송강호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통해 여전히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했다. 3. 홍상수와 김민희가 심심치 않게 언급되고 심지어 그 둘만을 위한 코너까지 마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키노 씨네필에 응답하지 않았다. 근데 내게는 그 무응답이 20년이 지난 키노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하고 확실한 응답처럼 느껴졌다. 20년 전의 홍상수와 김민희였다면 인터뷰를 거절하지 않았을 것 같아서. 4. 모두가 동의한 것은 아니라고 서론에서 밝혔지만 대안적 작가주의 12인의 명단에 신카이 마코토가 포함되는 건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 그가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는 둘째 치고, 다른 감독들처럼 작가에 대한 심도 있는 탐구가 아니라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한 내용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어서 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차라리 일본 애니메이션 코너로 따로 분류했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론을 제기하는 대신 나의 명단을 알려달라고 했지만 아쉽게도 12명을 채우지 못해서 그건 힘들게 되었다. 5. 과거 키노가 연재됐을 당시를 추억하는 글을 읽을 때마다 부럽고 질투가 났다. 대체 키노가 어땠길래 다들 그 시절을 그리워하고 추억하는 걸까 궁금하기도 하고, 내가 영화를 사랑하기도 전에 돌연 폐간해버린 키노가 원망스럽기도 했다. 한편으론 이 사람들 덕분에, 그리고 키노가 이들의 영화에 대한 애정을 지탱해 주고 결속시켜줬기에 지금의 나도 존재한단 생각이 들어서 고맙기도 했다. 젊은 세대들도 키노와의 추억을 쌓을 수 있도록 언제라도 꼭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다. 이왕이면 빠른 시일내에 꽤 자주. 6. 다 읽고 나서 작년 부국제에서 관람했던 <노란문: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가 떠올랐다. 아마 이들과 내가 20년 어쩌면 그 이상의 격차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봉준호 감독이 말했었던 1인치의 장벽을 넘는 게 단순히 다른 문화권의 영화를 즐기는 일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영화라는 하나의 거대한 언어를 이해하고 시공간을 초월해서 서로와 연결되는 멋진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