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ent
ithilien

ithilien

2 years ago

4.5


content

즐거운 일기

Books ・ 1984

Avg 4.2

죽음과 허무에 대해서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즐거운 일기’와 ‘시지프 신화’ 두 권을 쥐어 주겠다. 하지만 과연 이로써 충분한가? 읽고 사유하는 것은 전통적 정신분석에서 이야기하는 마음을 명료화하고 해석하는 기능은 수행할 수 있지만, 고착된 나의 마음을 치유하는 데에는 2% 부족한 면이 있다. 달리 말하면, 외상적 고통은 알면 알수록 사라지는 게 아니다. 더 선명하게 아프지만 좀 더 견딜만하게 되는 것이다. 현대 심리치료는 크게 두 단계로 이루어진다. 첫째는, 고통의 원인에 대한 해석이다. 내 고통의 현상이 정확히 무엇인지 명료화하고, 그것이 어떻게 반복되며,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탐색하는 것이다. 이런 작업이 충분해지면 둘째는, 재양육이다. 고착 혹은 중독으로 표현되는 외상적 기억이 더 이상 힘을 쓰지 못하도록 교정적인 경험을 반창고 삼아 이를 덮어야 한다. 외상과 반대되는 치유적 경험을 실제로 할 수도, 심상과 이미지를 통한 작업을 수행할 수도 있다. 어떤 것이든 고착에서 풀려나려면 온전히 퇴행할 수 있는 안전한 재양육 경험이 필요하다. 하지만 읽고 사유하는 것으로는 이런 재양육 단계에 돌입하기 어렵다. 읽고, 쓰고, 사유하는 과정이 고통을 익숙하게 만들 수는 있으나 본질적으로 나를 돌봐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결국 유일한 대안은 중독된 마음을 치유해 줄 해독제와 같은 사람을 찾는 것이다. 모든 이들이 문학에서 배운 심미안을 양껏 발휘하여 열렬히 사랑을 찾고 즐거운 일기를 한 땀 한 땀 써내려 갈 수 있기를 오늘 하루도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