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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회만 보아도 느껴지는 박경수 작가의 낙인이 이번 작품에서는 그닥 달갑지 않다. 달가운 것은 그의 예리한 비판의 눈 정도. 세월호에 대한 인상적인 대사라든가 적절한 패러디, 부정의가 어떻게 형성되고 살아남는지에 대한 예리한 시각 정도를 제외한 이야기의 줄기나 관계도는 그 전 작품과 다를 바 없고 냉정하게 말하자면 오히려 대부분의 지점이 헐겁다. 이제까지의 모든 박작 작품에서 그랬듯 이번 작품에서 역시 아버지가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주인공과 아버지의 관계는 애증의 관계로 설정되고 모친의 캐릭터는 변주조차 없이 있으나 마나한 존재로 반복된다. 전작들과 비교했을 때 나아진 점보다 반복변주되는 지점들이 눈에 띄고 연출 역시 탄력이 부족하다. 유혹하는 악의 속삭임과 양심의 소리를 제목화한 것도 촌스럽다. 유혹과 양심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의 내면 연기를 이상윤배우가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냈다. 이 지점은 박작가 전작인 펀치와 비교되어 큰 단점. 게다가 박경수 작가는 아무래도 멜로에는 소질이 없는 것 같다. 여남 주인공들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턱없이 설득력이 없다. 무엇보다 여캐에게 똑똑하다는 설정을 부여해놓고 어떻게 자기 몸을 무기로 협박한다는 설정을 넣었을까. 똑똑한 여성이라면 좀 더 효과적이고 창의적인 방법을 찾지 않겠어요? 너무나도 남성주의적인 세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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