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파댕이

Blitz
Avg 2.7
오시마 나기사가 연출한 <전장의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 Mr. Lawrence)>와 스티브 맥퀸이 연출한 <런던 공습(Blitz)>를 봤습니다. 노린 것은 아니지만, 하나는 재개봉을 최근에 하고 하나는 스트리밍을 최근에 시작해 거의 같은 시기에 보게 됐습니다. 공교롭게 두 영화가 공통점이 꽤 많은 부분이 있기에 같이 리뷰를 작성하게 됐습니다. 두 영화 모두 보통 전쟁 영화와 다른 곳을 조명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는데요. <전장의 크리스마스>는 전쟁 와중에 적들과 동침하며 자연스레 느끼게 되는 인간애를, <런던 공습>은 보통 영화였다면 서브 캐릭터로 안 다룰 듯한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당시에 존재했던 차별과 혐오를 조명합니다. <전장의 크리스마스>가 완성도와 별개로 많은 감독들에게 영향을 줬던 만큼, <런던 공습>도 혹시 나중에 그럴 작품이 될지도 모르죠. 일단 현재 97회 오스카 작품상에 노미네이트 확률이 꽤 높아 보입니다. 두 작품은 다른 공통점도 있는데요. 완성도가 낮고 산만하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습니다. 저는 사실 <전장의 크리스마스>가 이 정도의 이미지는 아니었는데, 이번에 극장에서 보며 깜짝 놀랐습니다. 영화의 감정선을 거의 하나도 따라갈 수가 없더라고요. 방만한 구성이 주요 원인으로 보이는데, 이에 대한 일례인 중후반부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플래시백 장면은 그 분량이나 삽입된 위치 모두 실소를 터뜨릴 정도의 수준입니다. 기타노 다케시의 얼굴로 시작해, 그의 얼굴로 끝나면서, 영화 제목에는 로렌스 대령이 들어가는데, 정작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인물은 다른 두 사람인 것도, 과연 이게 최선일까 계속 묻게끔 합니다. <런던 공습>도 두 인물을 중심으로 교차 편집을 하는 것이 메인 플롯인데 <전장의 크리스마스> 못잖게 산만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각 인물을 놓고 봐도, 러닝타임이 2시간이라 딱히 길지도 않은데 사족이 너무 많았고요. 저는 스티브 맥퀸의 <헝거>, <셰임>, <노예 12년>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아쉬움을 넘어, 제가 그 세 편을 잘못 본 거 아닐까 하는 극단적인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또한, 두 작품 모두 연기가 안 좋습니다. <전장의 크리스마스>는 카메라가 정적인데, 캐릭터들은 격정적으로 연기해, 시종 과하게 느껴집니다. <런던 공습> 역시 시얼샤 로넌이 고군분투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녀가 거의 영화에 이입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제가 여태까지 본 시얼샤 로넌의 커리어 로우입니다. 그래도 <전장의 크리스마스>가 좀 더 낫다고 느껴지네요. 음악이 너무 좋아서 그런지 제 이 영화에 대한 잔상은 긍정적이었고, 영화가 끝나고 나서 신기할 정도로 그 일련의 이상했던 것들이 다 미화됩니다. <전장의 크리스마스>라는 이데아에 가장 가까운 스코어일 것입니다. 피치 포크에서 역대 최고의 영화 음악 31위에 선정했던데, 작품성을 고려하면 더 대단한 업적으로 느껴지네요. 등급 :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