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탑구
2 years ago
2.5

In Water
Movies ・ 2023
Avg 3.2
패닉이 올 정도로 아름답고 우울한 영화다. 설명을 극도로 싫어하는 감독이 대비까지 들먹이며 배우에게 직접 영화의 맥락을 설명하 듯, 형식과 이야기는 더 간명하고 노골적으로 변했다. 그 만큼 감독의 심정이 절박하다는 것이 느껴진다. 물안의 자유로운 존재들을 보며 동경하지만, 이것은 감독 본인의 선택으로 인해 운명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걸 안다. 감독은 명예를 위해 영화를 찍는다고 대놓고 설파한다. 그 와중에 시야는 점점 흐려져 간다. 어쩌면 감독에게 시력을 잃는다는 건 사형 선고이자 가장 큰 두려움이다. 죽음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정신 차리라는 큰 호통이 들린다. 그는 숭고한 그 여인을 떠올리며, 영화를 찍겠다고 다시 결심한다. 그가 죽음을 선택하는 건 버림 받을지 모르는 상황에 대한 유일한 대비책이자 감독의 명예를 지키는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는 물 안에서 명예와 자유를 얻는 것일 수도 있다.(아웃포커싱으로 찍은 파도와 그의 사라짐을 보면 그 장면이 그저 슬프기만 한 것이 아니라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김민희의 노래와 자살을 택하는 남자. 이보다 더 슬픈 영화를 최근에 본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