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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일

오세일

2 years ag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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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uvelle vague

Movies ・ 1990

Avg 3.8

의도적인 언어와 사운드 간의 마찰. 현학적인 대사들의 향연. 개인의 머릿속 관념이 내레이션으로써 언어화되어 사운드로 표출되는 여러 순간들. 어쩌면 이 모든 실험적 요소들은 관객들이 시도하는 텍스트의 해석을 고의적으로 방해하고자 하는 고다르의 그림이 아니었을까. '말만이 아닌 사실'을 강조하는 소제목들. 영화에서 그토록 부각하던 본질이 곧 끊임없이 스크린에 비추어지던 자연에 입각한 개념이라면, 어쨌든 인간과 영화 그리고 언어와 사운드 또한 모두 자연으로부터 시작된 성질이 아닐까. 계속해서 충돌하는 여러 사운드들의 겹과 해부된 플롯. 서로 다른 것들이 한데 모여 하나의 영화가 되는 과정. 개인적으로 고다르의 영화에 알랭 들롱이 출연한다는 사실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물론 멜빌과 비스콘티 등의 감독들과도 협업한 적은 있지만) 알랭 들롱의 이미지는 예술성과 조금은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기에. 그렇기에 영화의 기본 전제인 '충돌'에 의의를 둔다면, 감독과 배우의 불협화음적인 융합으로까지 느껴졌다. 사랑에 대한 의견, 부르주아적인 발언, 문학과 철학 등의 화두가 두서없이 쏟아지지만, 어느 순간 영화는 전복된다. 바로 알랭 들롱이 바다에 빠지는 순간. 서스펜스의 연출과 사운드의 급박함이 어우러지던, 적어도 이 영화에서만큼은 다소 마주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영화적인 조합. 그렇게 알랭 들롱과 지오다노의 역할은 변경된다. 마치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의 역전 세계. 인물 간의 계급을 포함한 모든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뒤섞인 듯한 이후의 전개. 어쨌든 끝내 그들의 사랑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하지만 과연 역전 세계에서의 알랭 들롱은 죽었던 그가 부활한 것일까, 아님 놀랍도록 똑같은 외관을 지닌 타자일까. 사랑의 물성은 바뀔 수도 있지만, 동시에 바뀌지 않는다. 고다르가 바라본 예술도 그러하지 않았을까. 기술적인 발전은 상업성을 야기하지만 그와 반대로 후퇴하는 미학. 누가 뭐래도 고다르는 후퇴하는 미학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은 몇 안되는 진정한 예술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