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승

미움받을 용기
Avg 3.4
이 책은 세 가지 측면에서 비판할 수 있다. ① 아들러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고 그 사람의 입장에서 주장을 펼치겠다고 선언하지만 실제 아들러의 주장(아들러의 저작, ‘아들러 심리학 입문’에 기반)과는 다르다. ② ①의 내용을 차치하더라도 반박의 여지가 너무 많다. ③ 글을 쓴 형식이 내용의 이해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① 아들러와 기시미 이치로 ‘아들러 심리학은 트라우마를 명백히 부정하네. 분명히 프로이트의 트라우마 이론은 흥미진진한 데가 있어. 마음의 상처(트라우마)가 현재의 불행을 일으킨다고 생각하지. (중략)하지만 아들러는 트라우마 이론을 부정하면서 이렇게 말했네. ‘어떠한 경험도 그 자체는 성공의 원인도 실패의 원인도 아니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서 받은 충격으로 고통받는 것이 아니라, 경험 안에서 목적에 맞는 수단을 찾아낸다.’ (p36~37) 저자는 아들러가 트라우마를 부정한다고 말한다. 아마 프로이트와 아들러의 차이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이런 주장을 한 듯하다. 아들러는 현장에서 직접 환자들을 상담했고 그 경험을 토대로 논리를 쌓았다. 아들러가 직접 자신의 이론을 정리한 ‘아들러 심리학 입문’에는 상담 내용이 많이 인용되는데, 그 중 환자들에게 ‘인생 첫 번째 기억’에 대해 질문하는 챕터에 주목해보자. 아들러는 절대 트라우마 자체를 부정하지 않았다. 그는 ‘인생 첫 번째 기억’ 챕터에서 과거의 사건(첫 번째 기억)을 해석함으로써 개인의 삶 기저에 놓인 생각이나 삶의 태도를 밝힐 수 있다고 생각했다. 비록 나중에는 이론적 대립 때문에 갈라지긴 했지만 아들러는 초기 프로이트 학회에 학회장으로 10년간 몸담았다. 이런 그가 프로이트의 주장 중 핵심 소재인 ‘트라우마’를 완전히 부정했다는 것은 애초에 말이 되지 않는다. ② 허점투성이 논리 ‘자네는 화가 나서 큰소리를 낸 것이 아닐세. 그저 큰소리를 내기 위해 화를 낸 것이지. 다시 말해 큰소리르 내곘다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분노라는 감정을 지어낸 걸세.’ (p41~42) ‘분노란 언제든 넣었다 빼서 쓸 수 있는 ‘도구’라네. 전화가 오면 순식간에 집어넣었다가 전화를 끊으면 다시 꺼낼 수 있는.’(p43) 저자는 인간이 자신이 설정한 목적(그것이 좋든 나쁘든)에 맞춰 감정을 ‘사용’한다고 주장한다. 인간은 언제나 이성이 감정에 앞선다는 전제가 있어야 성립하는 주장이다. 짧은 순간이지만 감정을 꺼내고 사용하려면 목적, 상황에 알맞은 판단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충동에 의한 성범죄나 폭력을 저지른 사람에 대해 생각해보자. 보통은 저 사람이 순간의 욕구와 감정을 절제하지 못해 범죄를 저질렀다고 생각하겠지만, 이 책에 따르면 그는 성욕 혹은 폭력욕에 따라 감정을 일으키고 범죄를 저지른 셈이다. 인간의 이성이 언제나 감정에 앞섬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이렇다면, 근대 이후 많은 철학자들이 믿어온 이성의 가치는 몰락한다. 인간은 짐승과 구분시켜주며 인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고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하게 해준다고 믿어진 이성이 충동적 감정을 선택한 셈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복잡한 논리가 아니더라도 현실에서 인간의 이성이 감정보다 항상 앞설 수 있다는 말은 다소 받아들이기 어렵다. 저자는 미움받고 싶지 않은 인간의 욕망을 칸트의 ‘경향성’ 중 하나로 여긴다.(p185) 흥미로운 점은 경향성에 대한 각주다: 습관적인 감성적 욕망으로 이성적 사고법칙에 따르지 않고 감정의 법칙에 따라 저절로 생기는 것. ‘이성적 사고법칙에 따르지 않고’, ‘감정의 법칙에 따라 저절로 생기는 것.’ 저자도 감정이 이성의 판단을 벗어나 생겨날 수 있음을 인정한 셈이다. ‘개인이 사회적인 존재로 살고자 할 때 직면할 수밖에 없는 인간관계. 그것의 인생의 과제네.’ (p127) ‘아들러는 상대를 구속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아. 상대가 행복하다면 그 모습을 순순히 축복해주는 것. 그게 사랑일세. 서로를 구속하는 관계는 결국 깨지게 되어 있어.’ ‘(아들러가) 적극적으로 바람을 인정하는 것은 아닐세. 인간은 이 사람과 함께 있으면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사랑을 실감할 수 있네. 단 연인 사이나 부부관계에서는 ‘헤어진다’는 선택지가 있네.’(p132) ‘타인의 과제에 개입하는 것과 타인의 과제를 떠안는 것은 자신의 인생을 무겁게 짓누른다네. 만약 인생에 고민과 괴로움이 있다면 먼저 경계선을 정하게. 그리고 타인의 과제는 버리게.’ (p167) 두 번째로 사랑의 의무에 대한 책의 주장도 사랑의 본질적 성격에 어긋난다. 다른 사람의 과제에 개입하는 것을 철저히 반대한 저자다. 그의 철저한 개인주의(이기주의X, 최종 목표는 공동체헌신)에서 사랑은 진정으로 자유로운 상태를 목표로 한다. 극단적인 예시로 사랑하는 사람이 바람이 났고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 사람에게 ‘개입’하지 말고 ‘관계 끊음’을 실천하라고 한다. 셰익스피어는 ‘얼마나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고 말했다. 무한히 발산하는 사랑은 유한한 언어로 표현할 수 없다. 그만큼 강력한 것이 사랑이고 사랑은 사람을 일정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는 힘을 지녔다. 강력한 사랑의 특징 중 하나는 소유욕이다. 상대방의 애정은 온전히 나의 것이라는 믿음은 질투와 안정감을 동시에 낳는다. 이 책은 그 소유욕을 개입이라며 훌훌 털어놓으라고 말한다. ‘칭찬한다는 행위에는 ‘능력 있는 사람이 능력 없는 사람에게 내리는 평가’라는 측면이 포함되어 있지.’(P226) ‘칭찬의 배후에 있는 상하관계, 즉 수직관계를 보여주는 거지. 인간이 남을 칭찬할 때 그 목적은 ‘자기보다 능력이 뒤떨어지는 상대를 조종하기 위한 것’이라네. 거기에는 감사하는 마음도, 존경하는 마음도 일체 없지.’(P226) 세 번째로 저자는 칭찬을 혐오한다. 칭찬을 ‘능력 있는 자가 없는 자에게 내리는 평가’로 여기기 때문이다. 말 같지도 않은 소리다. 칭찬의 평가는 무능력자도 얼마든지 유능력자에게 할 수 있다. 내가 영화 ‘조커’의 감독 토드 필립스에게 ‘영화가 정말 멋졌다’고 말하면 나는 그보다 우월한 지위에 있는 사람이며, 그가 다음 영화를 만들 때 교묘히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조종할 수 있는가? 물론 어떤 사람은 칭찬에 목말라 남의 기준에만 맞는 주체적 삶을 살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칭찬에 집착한 객체의 잘못이지, 주체의 잘못이 아니다. 심지어 저자는 ‘명령이 아닌 자신감을 불어주고 스스로 과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하는’ 지원을 하라 하는데(P231), 이는 칭찬에 대한 설명에 가까운 문장이다. ‘누군가를 무조건 신뢰해봤자 배신당할 뿐이다라고 생각하고 있나? 그런데 배신할지 안 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자네가 아니야. 그것은 타인의 과제지. 자네는 그저 ‘내가 어떻게 할 것인가’만 생각하면 되네. ‘상대가 배신하지 않는다면 나도 주겠다.’라는 건 담보나 조건이 달린 신용관게에 불과해.’ (P266) ‘누군가가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다른 사람이 협력하지 않더라도 그것은 당신과는 관계없습니다. 내 조언은 이래요. 당신부터 시작하세요. 다른 사람이 협력하든 안 하든 상관하지 말고.’ (p243) 마지막으로, 이 책은 공동체 헌신을 위해 남이 하지 않더라도 먼저 조건 없는 신뢰를 행하라 한다. 세상 사람 모두가 언젠가 지구 공동체를 위해 헌신할 것이라는 그의 낙관적 기대에 나는 이 책을 읽는 이에게 차라리 공산주의를 믿으라고 말하고 싶다. ③ 베스트셀러, 워스트북 거슬릴 정도의 일본 말투를 제외해도 이 책이 택한 대화의 방식은 너무 구리다. 계속해서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의 ‘대화’를 언급하는 걸 보면 그들의 토론방식이 탐났던 모양인데, 애초에 접근방식의 수준이 너무 허접하다. 저자(철학자)에 맞서는 인물(청년)을 감정적이고 멍청하며 심지어 쉽게 자신의 주장을 포기하고 수긍하는 허수아비로 만들어놨다. 전형적인 ‘허수아비 때리기’ 전략이다. 바보 같은 인물을 설득했다고 주장에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오글거리고 가여운 형식 때문에 이 책의 ‘읽는 재미’는 산산조각났다. 재미가 아닌 책의 내용, 즉 아들러의 철학이 궁금한 사람은 차라리 ‘아들러 심리학 입문’이나 기시미 이치로의 ‘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을 추천한다. 후자는 이 책과 담고 있는 내용은 거의 비슷한데, 바보 청중이라는 역겨운 그릇에 담아내지 않았다. / <기억에 남는 문장> 1. 실연으로 인해 ‘나’의 존재와 가능성을 모조리 부정당하는 것. 사춘기의 실연에는 그런 측면이 강하다. 2. 인간관계에서 상처받지 않는 것은 기본적으로 불가능하네. 인간관계에 발을 들여놓으면 크든 작든 상처를 받게 되어 있고, 자네 역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게 되지. 3. 인간은 ‘이 사람과 함께 있으면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사랑을 실감할 수 있네. 열등감을 느끼지도 않고, 우월함을 과시할 필요도 없는, 평온한, 지극히 자연스러운 상태라고 할 수 있지. 4. 인정욕구에 사로잡힌 인간은 얼핏 타인을 보는 것 같아도 실제로는 자기 자신밖에 보지 않아. ‘나’ 이외에는 관심이 없지. 즉 자기중심적이라네. / 군대에서 읽은 책 (048/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