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상훈남

Jo Pil-ho: The Dawning Rage
Avg 2.5
Mar 19, 2019.
여기 못된 성격을 가진 경찰 한 명이 있다. 자신이 형사라는 점을 악용해서 온갖 범죄를 일삼고, 본인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그 어떠한 추잡한 짓이라도 하는 수염난 아저씨. 욕도 많이 하고, 툭하면 뒤통수를 때리고, 하여튼 착한 사람은 아니다. 말 그래도 정말 악질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 중 그는 유일하게 '어른'으로 변화해간다. 어린이들과는 다른, 어른. 가슴이 한켠이 답답해지는 건 아마 영원히 잊지 못할 그날의 쓰라린 기억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슬프고, 고통스러웠어도 늘 그랬듯 일상을 지내다보면, 무감각해지기 마련이다. 영화가 슬프다기보다는, 참 먹먹하다. 따스한 햇빛 아래 교실에 놓여진 수많은 꽃다발과 편지들을 보니까 정말 아름답더라. 사고가 나기 전에도 학생들이 웃으며 수업을 듣는 교실의 풍경은 더 아름다웠을 텐데, 먹구름이 아닌 해가 떠있는 건, 지금도 어디선가 웃으며 그 편지들을 읽고 있는 평범한 학생들을 위해. 밤을 새고 조조로 관람했는데, 피곤한 상태여서 그런지 중후부반부턴 조금 질질 끌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필호와 미나가 생성하는 유대감이 조금 어색하게 느껴졌고, 박해준의 연기는 좋았지만 선악 대립구도가 세우는 긴장감이 다소 약했다. 팝콘무비를 기대하고 갔으나 예상치 못한 무거운 전개에 쉽게 웃거나 희열을 느끼지 못했다. 영화는 그럭저럭 볼 만했고, 먹먹하게 재밌었다. 이 영화의 명장면 🎬 1. 모텔 꿈이 있던 아이를 잃은 부모의 모습은 처참하다. 삶의 의욕을 느끼지 못하고,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강을 하염없이 바라보기만 한다. 그런 그를 지옥에서 구해주는 건 다름 아닌 필호였다. 처음엔 그가 따뜻한 위로 한 마디 건네줄 줄 알았다. 그러기는커녕 겉옷 하나 걸치지 않은 런닝 바람에, 제일 협조도 안 하다가, 무심코 휘두른 유리조각에 이마를 다친다. 그 때 송지원의 아버지는 화풀이하고 있는 자신을 한심하게 여겼을지도 모른다. 딸이 보고 싶다고, 이런 삶을 싫다고 무작정 이러면 안 되는 건데. 근데 피를 흘리고 있던 필호는 냅다 덤벼댄다.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꾼 건 그저 악질 한 명. 2. 조필호와 권태주 이정범 감독의 전작들과는 다른 매력의 움직임을 엿볼 수 있어 좋았다. 아저씨나 우는 남자에선, 화려한 무술과 정신없이 돌아가던 카메라가 좀더 긴장감 있는 액션신을 탄생시켰다면, 이번 악질경찰에선 그런 것들이 전부 생략됐다고 볼 수 있다. 조필호와 권태주가 미나의 집에서 조우할 때 흐르는 미미한 서스펜스와 이내 그들이 보여주는 그라운드 액션은 매우 현실적이었으며, 후반에 보여주는 필호의 강한 면모는 앞서 나온 움직임과는 상반되어, 그의 변화를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싶은 이정범의 연출이 돋보인다. 어른이 되기 위해, 어린이와 싸우려 하지 않고, 소중한 무언가를 지킬 줄 아는, 그런 별볼일 없는 어른이 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