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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아름다운 색과 향기는 사라질지라도 남는 게 하나 있으니, 그 이름이로다." _ 하룻밤 사이에 많은 것이 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인문학이나 영미 고전을 전공해서 먹고 산다는 건 고대 그리스의 사상가나 수도승이 아니고서야 경쟁력이 없다고 한다. 정말이지, 돈을 버는데는 쓸모가 없다. 한때 칭송받았던 셰익스피어니 플라톤이니 아리스토텔레스니 하는 위대한 작가들과 학자들의 문장들을 쓰고 외우기를 반복하며 공부했던 노력 자체로는 인생의 전부를 한 장에 요약하는 이력서에 몇 줄 보태기에도 참 민망하다. 하지만 고귀한 존재가 되기 위해 몸부림 치는 인간을, 그 모습이 아름답기에 고귀한 존재인 인간을 관찰하며 나 자신에 대해 탐구하는 것도 아주 헛된 배움은 아닐 테다. 물론 고학력자라고 해서 반드시 지혜로운 것이 아닌 것처럼 문학, 역사, 철학, 예술을 공부한다고 해서 무조건 세상의 이치를 꿰뚫어 보는 통찰력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대신 이 학문들은 서로를 불신하고 공격하는 혼란 위의 첨탑에 매달려 맑은 소리를 내는 관대와 포용의 종이자, 가장 어두운 곳에서 밝은 빛을 내는 희망의 등불이 된다. 그렇게 되어야 한다. 스승과 함께 위험천만하고도 매혹적인 모험을 마치고 고서들을 찾아 전 세계를 여행하기로 한 아드소. 삶의 기로 앞에서 사랑의 열병을 앓으며 우왕좌왕했던 소년은 이제 슬픔과 미련이 아닌 깨닳음에서 비롯된 확신의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본격적인 여정을 시작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아름다움과 향기를 잃어도 이름을 남기는 장미처럼, 보거나 만질 수는 없지만 거룩한 진리를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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