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BJ

Shusenjo: The Main Battleground of Comfort Women Issue
Avg 3.9
'주전장'은 일본계 미국인 감독이 위안부 문제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인터뷰하며 위안부 문제의 의의와 대립 양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다큐멘터리다. 위안부라는 소재는 한국 관객으로서는 새롭지 않지만, 외국인의 입장에서 좀 더 객관적인 시선으로 이 사안을 바라본다는 점은 분명 흥미로웠다. 감독은 일본계 미국인이다. 일본에서 강사도 했었기 때문에 일본에 대한 지식과 경험도 많지만, 그의 사고관을 보면 미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이 훨씬 강하다. 다큐 내내 내레이션을 직접하는 감독은 한국과 일본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들이 있지만, 한편으로 제목 '주전장'은 두 진영이 물리적으로 만나서 충돌하는 장소가 된 미국의 시민들을 주 타겟으로 삼은 듯한 인상을 준다. 일본계 미국인이라는 특수성이 있어서 그런지,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위안부 반대론자, 일본의 극우와 수정 역사론의 선봉에 서있는 인물들과 꽤나 자세하고 심층적인 인터뷰를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이 영화의 가장 핵심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여러 의견들과 가설들과 동기들을 심층적으로 다룬다. 분명 감독은 어느 정도 자신만의 시각을 가지고 다큐멘터리를 제작한다는 느낌이 들긴 했다는 점에서 완벽히 객관적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위안부 문제 반대론자들의 주장들을 타당한 논점으로 다루며, 이를 차근차근 반박하는 방식으로 영화를 전개한다. 영화의 포스터에 나오는 수많은 얼굴들은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터뷰 대상들로, 영화는 이들의 주장과 반론과 재반론을 치열한 토론처럼 편집하여, 마치 '100분 토론'처럼 한 테이블에 마주 앉은 사람들의 담론처럼 영화를 구성한다. 하지만 후반부에 들면서 방어적인 자세에서 공격적으로 어조를 바꾸며, 감독은 위안부 피해자들을 지지하는 측의 정당성과 이들을 비판하는 세력의 부당성을 동시에 강조한다. 내용을 보자면, 위안부에 대해 기본적인 상식과 관심을 가진 한국 관객에게는 큰 틀에서는 아주 새로운 이야기는 없다. 다만, 뉴스만으로는 접하기 힘든 다양한 디테일들과 반대론자들의 생생한 인터뷰들은 기존에 내가 알고 있던 지식들에 살을 붙혀주는 느낌이 들어 상당히 유익했다. 영화의 만듦새는 굉장히 잘 만든 유튜브 장편 다큐멘터리 정도라고 생각한다. 인터뷰 영상들을 보면 조명과 음향이 굉장히 잘 세팅돼있어서 보고 듣기도 편하며, 굉장히 많은 인물들이 등장함에도 누가 누구고 어떤 위치에 있는지 기억하기 어럽지 않았다. 큰 글씨 폰트를 화면에 박고, 방대한 정보 전달을 인포그래픽이나 자료 영상보단 감독의 내레이션에 더 의존하는 듯한 투박하고 직설적인 화법에서 전문 다큐멘터리안의 작품이 아니라는 점이 선명하게 보인다. 하지만 감독이 실제로 유튜버임을 생각해보면, 영화의 상당한 편집 수준과 탄탄한 기본기도 이해가되며, 2시간이나 되는 긴 러닝타임을 지루하지 않게 유지한 연출력에는 박수를 보낸다. '주전장'을 보면서 화가 나는 순간도 있었고, 어이가 없는 순간들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위안부 반대론자들의 의견을 들어봄으로써 위안부 문제에 대한 새로운 경각심을 환기시키며, 더 풍부한 지식이 생겼다는 점에 만족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길 원하는 것도 바로 그 이유에서다. 이 논쟁에서 올바른 역사관과 지식과 투지가 있어야 정의를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