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미인
5 years ago

Ran
Avg 4.2
Nov 02, 2020.
평생을 흑백 영화만 찍어온 감독이 맞나 싶을 정도로 색이 좋았다. 과거 일본의 원색들에게서 느껴지는 오묘한 정취는 부정할 수가 없더라구. 프랑스 자본으로 제작된 영화라고 하던데 아랍에겐 커피와 튤립을, 일본에겐 이 색감을 약탈하려 했던 그 문화사의 마지막 야욕을 본 것 같기도 하고. 언젠가 박민규 소설가가 다시 태어난다면 열강의 나라에서 태어나고 싶다고 한 적이 있다. 그때는 갸우뚱했지만 침략의 나라들만이 가진 진취적이고 초극적인 미감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뜻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 영화에 나오는 오만하면서도 아름다운 원색들이 그런 것이었을까. 그래도 대한 조선인이 보기에 어떤 색은 태연히 거짓말을 하는 게 보였는데. 가령 피의 색깔은 아주 새빨간 거짓이더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