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붉은별

달과 6펜스
Avg 3.8
1 달과 6펜스는 세속적인 삶을 벗어나, 어떠한 예술적 충동에 휩싸여 오로지 그 욕망을 따라 ‘달’의 세계로 나아가는 스트릭랜드라는 한 남성의 이야기이다. 내면의 예술적 충동과 욕망에 이끌려 모든 것을 던져버리고 나아가는 스트릭랜드의 이야기는 흥미롭다. 내게도 그러한 충동이 존재하지만, 많은 것들을 쉬이 던져버릴 수 없기 때문에 그 어떤 사회적 시선이나 책임감도 개의치 않고 ‘달’의 세계로 자신을 내던지는 스트릭랜드에게 어떤 시샘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작품 속에 등장하는 모든 여성들이 스트릭랜드의 미지의 세계에 대한 강한 충동성과 그 의지를 표현하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수동적이고 평면적인 인물이라는 점이 무척 아쉬울 뿐이다. . 2 고전문학 작품을 읽을 때면, 문학 작품 곳곳에 드러나는 성차별적이며 여성혐오적인 표현들, 여성을 타자화하고 대상화한 지점들을 어떻게 읽어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맞닥뜨리게 된다. 고전작품의 문학성을 깎아내리려는 의도나 작가를 비하하려는 생각은 없다. 지금 현대에 가장 도덕적이며 훌륭하다고 평가받는 글들도 몇 십 년, 몇 백 년이 흘러 지금과 가치관이 바뀌어있거나, 인권이 더욱 확장되어있고 시민의식이 높아져있다면 미래에 비판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또한 그 시대의 도덕성과 인권감수성을 뛰어넘어 글을 쓴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내게 중요한 것은 여성혐오적인 표현과 성차별적인 문장을 어떻게 ‘재해석’해서 읽을 것인가이다. . 3 우리가 ‘고전’이라 칭하는 세계문학은 서구 백인남성을 중심으로 흘러왔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 이러한 문학작품들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서구 백인남성의 관점과 시각을 내면화하게 된다. 예술작품 속 젠더의 문제를 재평가하는 것은 이렇게 내재되어 있는 남성중심주의에서 우리를 해방시켜준다. . 4 서머싯 몸의 유려한 문체와 스트릭랜드의 예술에 대한 광기어린 열정이 나를 사로잡았지만, 그럼에도 내가 이 책을 좋아할 수 없는 것은 이 책이 실존 인물인 ‘고갱’을 모델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후기 인상주의 화가인 고갱은 실제로 스트릭랜드와 같이 타히티에 이주해 원색적인 화풍의 많은 예술작품을 그려 ‘원시주의’ 화가로 손꼽힌다. ‘달과 6펜스’에서 스트릭랜드가 어떤 예술적 충동을 위해 낙원을 찾아 헤매다 타히티에 정착했듯이 고갱이 낙원을 찾아 타히티로 갔다고 많은 책들이 묘사한다. 하지만 『고갱이 타히티로 간 숨은 이유』에서는 고갱이 타히티로 간 이유를 낱낱이 밝히며, 고갱의 인종주의와 제국주의를 비판한 바 있다. 실제로 고갱은 타히티에 이주해 여러 10대 초중반 소녀들과 동거하여 임신시켰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