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충동에 사로잡힌 한 남자의 지독한 이기심과 광기 어린 천재성
화가 폴 고갱의 삶에서 영감을 받은, 서머싯 몸의 대표작이자
세계대전 이후 인간 문명에 염증을 느낀 젊은이들에게 영혼의 해방구가 된 소설
“낯선 곳에 있다는 느낌, 바로 그러한 느낌 때문에 그들은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뭔가 영원한 것을 찾아 멀리 사방을 헤매는 것이 아닐까.”
‘어엿한 우리 문학’으로 다시 태어난 『달과 6펜스』
『달과 6펜스』는 근 15종에 이르는 번역본이 이미 소개되어 있을 만큼 국내에서 크게 환영받는 작품이다. 민음사는 The Royal Literary Fund와 독점 계약을 맺고, 꼼꼼하고 자연스러운 번역으로 높이 평가받는 송무 교수의 번역으로 『달과 6펜스』를 선보인다. 송무 교수는 일찍이 『영문학에 대한 반성』이라는 저술을 통해 기존의 영문학 정전들을 반성적으로 살피고 한국 내 영문학의 전망을 제시한 영문학자이다. 그는 번역에도 뛰어난 자질을 보여주고 있어 우리말과 우리 감수성에 대한 엄정한 자의식을 바탕으로 『달과 6펜스』를 번역했다. 작가적 수준에 도달한 송무 교수의 탁월한 산문 구사력이나 문학적 감수성은 『인간의 굴레에서』(세계문학전집 11, 12)의 번역을 통해 이미 증명된 바 있다.
생경한 번역투나 무책임한 기계 해석을 완전히 극복한 이번 『달과 6펜스』는 단순한 번역문학의 차원을 넘어 ‘어엿한 우리 문학’으로 읽히기에 손색이 없다. 신중한 어휘 선택, 촘촘하고 정확한 해석, 친절하고 상세한 각주 달기 등 한국 독자의 감수성을 섬세히 배려하는 번역자 자신의 각별한 노력이 돋보인다.
폴 고갱의 신화를 되살린 서머싯 몸의 최대 걸작
『달과 6펜스』는 서머싯 몸이란 일개 작가를 전 세계에 알린 결정적 작품이다. 예술에 사로잡힌 한 영혼의 광기 어린 예술 편력을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듬해인 1919년에 출판되어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곧 유럽의 여러 나라 말로 번역되어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그 인기 덕분에 그보다 4년 전에 나와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 『인간의 굴레에서』도 재평가를 받게 된다. 작가로서의 몸의 위치는 이 작품에 의해 확고해진 셈이다. 『달과 6펜스』는 출간 10년 만에 일군의 비평가들에 의해 ‘고전’으로 일컬어졌으며, 1940년대 들어서는 현대인들의 주목을 받는 가장 인기 있는 도서 가운데 하나로 인정받았다.
『달과 6펜스』는 20세기 세계 문단에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작품으로 평가받을 만큼 주인공의 개성이 강하게 드러난다. 예술을 위해 예사로운 인정이라든가 정상적 인간성을 기꺼이 내팽개치는 찰스 스트릭랜드의 괴팍한 편력은 거의 악마에 가깝게 묘사되고 있다. “내 생각에 예술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예술가의 개성이 아닐까 한다. 개성이 특이하다면 나는 천 가지 결점도 기꺼이 다 용서해 주고 싶다.”는 작품 초반 내레이터의 언급과 더불어 스트릭랜드의 악마적 예술혼과 비범한 천재성이 강하고 굵게 작품 전편을 관류한다. 여타의 부주제들을 압도하는 이 강렬한 인물 묘사는 수십편의 단편 습작을 통해 작가 자신이 닦아 올린 성격 연구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영국의 모파상’으로 불릴 정도로 서머싯 몸은 인간의 성격과 심리를 치밀하고 적나라하게 쫓고 있다.
이미 잘 알려진 대로 『달과 6펜스』는 저 유명한 프랑스 화가 폴 고갱의 생애를 모델로 하고 있다. 몸은 한때 파리의 화가들과 어울리며 보헤미안 생활을 한 적이 있는데, 이때 타히티에서 비참하게 죽은 고갱에 대해 듣고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달과 6펜스』보다 앞서 발표된 『인간의 굴레에서』에서도 분명 고갱이라 추정되는 화가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몸이 고갱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를 모으기 시작한 것은 세계대전 중이었다. 대전이 터지면서 정보국의 밀명을 받아 스위스에서 활동하다 병이 나는 바람에 미국에서 정양하게 되었는데, 거기에서 타히티를 비롯한 남태평양들의 섬들을 여행하게 된다. 몸은 고갱을 소재로 한 소설을 쓰기 위해 타히티를 직접 답사하기도 했다. 그곳에서 그는 고갱의 집에 들르기도 하고, 고갱과 동거했다는 여자와 인터뷰도 했으며, 고갱이 남긴 그림을 구입하기도 했다. 1917년에 다시 정보원의 신분으로 러시아에 파견되는데 이때 과로로 병이 악화되어 북스코틀랜드 병원에서 요양을 하게 된다. 『달과 6펜스』는 이 요양 기간에 쓴 작품이다.
몸은 고갱의 생애가 지닌 낭만적 요소를 최대한 부각시키며 『달과 6펜스』라는 강렬하고 극적인 이야기를 창조해 낸다. 책 제목처럼 고갱은 ‘6펜스’로 대변되는 천박한 문명(이기적인 세속)을 거부하고 풍부한 상상력과 광적 열정을 상징하는 ‘달’의 세계로 투신하였다. 스트릭랜드와 마찬가지로 고갱도 증권 브로커였으며, 증권 일을 하던 20대부터 그림 그리기를 시작했다. 30대 초반부터는 전시회에 그림을 출품하기 시작했고, 35세가 되던 해에 증권 시장의 붕괴로 일자리를 잃고 전업 화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생활이 궁핍해지면서 부부간의 갈등이 심해지자 부인이 아이들을 데리고 그를 떠나 버리는데 이것은 처자식을 내팽개친 스트릭랜드의 경우와 좀 다르다. 파나마 운하에서 공사장 인부로도 일한 적이 있는 고갱은 결국 프랑스를 떠나 타히티에 정착한다. 그는 『달과 6펜스』의 아타를 연상시키는 13세의 혼혈 창녀와 동거하며 그림을 그린다. 그 뒤 그는 심장병과 매독 등의 병으로 건강이 악화되며, 절망감으로 약을 먹고 자살을 기도하기도 한다. 그러는 동안에도 그림을 왕성하게 그렸으나 건강은 계속 악화되어 나중에는 걸을 수 없는 정도가 된다. 1903년 고갱은 55세의 나이에 심장 마비로 사망한다.
한편 『달과 6펜스』를 비정상적인 예술 충동에 사로잡힌 한 예외적인 인물에 관한 이야기로만 볼 수는 없다. 실제로 이 소설의 많은 부분이 세속의 삶과 인간들에 관해 언급하고 있다. 몸은 런던의 문단과 사교계의 속물들, 마음은 순진해도 고뇌하는 예술 정신은 없고 잘 팔리는 그림만을 그리는 화가 스트로브, 육체적 관능만을 추구하는 블란치, 가정을 떠났을 때 저주를 퍼부었던 남편이 천재로 알려지자 그의 아내였음을 자랑하는 스트릭랜드 부인 같은 인물들을 날카롭게 풍자하고 있다. 20세기 영국 문학사에서 가장 풍자적인 소설가로 분류되는 서머싯 몸은 영국인이 빠져들기 쉬운 속물근성이나 위선적 경향을 냉철하고 비정한 필치로 파헤친다.
현대판 셰익스피어―20세기 대중의 고귀한 정전(正典)
『달과 6펜스』는 <소설은 재미있어야 한다>는 작가 자신의 지론을 가장 잘 구현하고 있는 작품이다. 『달과 6펜스』가 재미있고 수월하게 읽히는 이유는 그의 문체적 특성에도 있다. 회화체가 주를 이루는 그의 문체는 명쾌하고 간결하며 논리가 선명하여 지극히 자연스럽게 읽히고 이해하기 쉽다. 평이하고 재치에 넘치는 문장들이 평범한 어순을 따라 부드럽게 연속되면서 기막힌 솜씨로 인정을 꿰뚫고 있다.
서머싯 몸은 반세기 이상을 글쓰기에 매진해 온 작가로서 시 이외의 거의 모든 문학 장르를 다루어 왔다. 그러나 그의 위대성은 단지 다양한 문학 형식을 두루 섭렵해 내는 작가적 능란함에 있지 않고, 그가 쓴 작품들이 어김없이 독자의 흥미를 끌어낸다는 데 있다. 그는 대중들이 읽기에 재미있는 소설을 발표하면서, 전 세계 대중들을 자신의 애독자로 흡수하여 그들의 문학 수준을 고양시켰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문학의 귀중한 보급자’ 역할을 담당했으며, 현대판 셰익스피어에 비견될 만하다.
몸이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한 이야기꾼임을 자처한다고 해서 그를 한갓 통속적인 대중 작가로 치부해 버릴 수는 없다. 그의 글들은 적어도 많은 교양인의 마음을 만족시켜 주었다. 특히 『달과 6펜스』는 세계대전을 통해 인간과 인간 문명에 깊은 염증을 느낀 젊은 세대들에게 영혼의 세계와 순수의 세계에 대한 동경을 불러일으켰다. 가까운 현실 문제를 떠나 모든 이에게 내재해 있는 보편적인 욕망, 즉 억압
oasisdy
4.5
15살때, 중2병이 아니라 그냥 너무 좋아서, 이런 사람으로 살고 싶어서 책장 맨앞에 적어논 문구.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아름다움이 해변가 조약돌처럼 그냥 버려져 있다고 생각해? 무심한 행인이 아무 생각 없이 주워 갈 수 있도록? 아름다움이란 예술가가 온갖 영혼의 고통을 겪어가면서 이 세상의 혼돈에서 만들어내는, 경이롭고 신비한 것이야. 그리고 또 그 아름다움을 만들어 냈다고 해서 아무나 그것을 알아보는 것도 아냐. 그것을 알아보자면 예술가가 겪은 과정을 똑같이 겪어보아야 해요. 예술가가 들려주는 건 하나의 멜로디인데, 그것을 우리 가슴속에서 다시 들을 수 있으려면 지식과 감수성과 상상력을 가지고 있어야 해."
김도윤
3.0
여성의 인권은 어디로?
최안나
4.5
고갱에게서 영감을 받아 썼다는 굉장히 잼난 소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기인같은 주인공 스트릭랜드보다, 재능은 없는 네덜란드인에게 더 공감이 많이 갔다. 아쉽게도 그게 보통 사람의 위치니까.
붉은별
2.5
1 달과 6펜스는 세속적인 삶을 벗어나, 어떠한 예술적 충동에 휩싸여 오로지 그 욕망을 따라 ‘달’의 세계로 나아가는 스트릭랜드라는 한 남성의 이야기이다. 내면의 예술적 충동과 욕망에 이끌려 모든 것을 던져버리고 나아가는 스트릭랜드의 이야기는 흥미롭다. 내게도 그러한 충동이 존재하지만, 많은 것들을 쉬이 던져버릴 수 없기 때문에 그 어떤 사회적 시선이나 책임감도 개의치 않고 ‘달’의 세계로 자신을 내던지는 스트릭랜드에게 어떤 시샘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작품 속에 등장하는 모든 여성들이 스트릭랜드의 미지의 세계에 대한 강한 충동성과 그 의지를 표현하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수동적이고 평면적인 인물이라는 점이 무척 아쉬울 뿐이다. . 2 고전문학 작품을 읽을 때면, 문학 작품 곳곳에 드러나는 성차별적이며 여성혐오적인 표현들, 여성을 타자화하고 대상화한 지점들을 어떻게 읽어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맞닥뜨리게 된다. 고전작품의 문학성을 깎아내리려는 의도나 작가를 비하하려는 생각은 없다. 지금 현대에 가장 도덕적이며 훌륭하다고 평가받는 글들도 몇 십 년, 몇 백 년이 흘러 지금과 가치관이 바뀌어있거나, 인권이 더욱 확장되어있고 시민의식이 높아져있다면 미래에 비판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또한 그 시대의 도덕성과 인권감수성을 뛰어넘어 글을 쓴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내게 중요한 것은 여성혐오적인 표현과 성차별적인 문장을 어떻게 ‘재해석’해서 읽을 것인가이다. . 3 우리가 ‘고전’이라 칭하는 세계문학은 서구 백인남성을 중심으로 흘러왔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 이러한 문학작품들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서구 백인남성의 관점과 시각을 내면화하게 된다. 예술작품 속 젠더의 문제를 재평가하는 것은 이렇게 내재되어 있는 남성중심주의에서 우리를 해방시켜준다. . 4 서머싯 몸의 유려한 문체와 스트릭랜드의 예술에 대한 광기어린 열정이 나를 사로잡았지만, 그럼에도 내가 이 책을 좋아할 수 없는 것은 이 책이 실존 인물인 ‘고갱’을 모델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후기 인상주의 화가인 고갱은 실제로 스트릭랜드와 같이 타히티에 이주해 원색적인 화풍의 많은 예술작품을 그려 ‘원시주의’ 화가로 손꼽힌다. ‘달과 6펜스’에서 스트릭랜드가 어떤 예술적 충동을 위해 낙원을 찾아 헤매다 타히티에 정착했듯이 고갱이 낙원을 찾아 타히티로 갔다고 많은 책들이 묘사한다. 하지만 『고갱이 타히티로 간 숨은 이유』에서는 고갱이 타히티로 간 이유를 낱낱이 밝히며, 고갱의 인종주의와 제국주의를 비판한 바 있다. 실제로 고갱은 타히티에 이주해 여러 10대 초중반 소녀들과 동거하여 임신시켰다고 한다.
이근혜
5.0
과연 예술가에게 있어서 그의 재능과 예술성, 그리고 인간성과 윤리는 어떤 것인가?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고 판단해야 하는가? 어떤 것이 옳은 것인가.
coenjung
4.5
고전도 뛰어나게 재미있다는것을 보여준 고갱의 이야기
134340
4.0
나의 순리대로 사는 방향을 세상은 저항한다고 말한다
정태균
4.5
'힐링'만을 외치는 이 시대에 그 누가 이런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천천히 가는 것도 괜찮지만 한 번밖에 없는 인생, 모든 걸 불살라 재로 흩날리는 것도 동경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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