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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영화는 영화 그 자체보다 함께 봤던 사람, 그날의 온도, 당시의 기분과 호흡으로만 온전히 기억되기도 한다. 내게 이 영화가 분명 그럴 것이다. 나는 오늘 엄마와 함께 이 영화를 봤고, 지금은 오직 그 사실만으로도 영화의 내러티브와 관계 없이 멋진 극 한 편을 보고 나온 기분이다. 게다가 이번이 엄마의 첫 시사회 관람이었다는 점, 그 영화가 마침 <맘마미아2>였다는 점, 영화를 보는 그 짧은 새에 엄마와 내가 동시에 늙고 깊어 갔다는 점, 그것이 우리를 죽음의 두려움에서도 언제고 열심히 살아내게 만들 거라는 점이 오늘의 의미를 충분히 더했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언젠가 다가올 엄마의 부재를 영영 떨칠 수가 없었는데, 결국 그 슬픔이 도저히 참을 수 없어져 눈물이 마구 쏟아지던 순간 엄마는 참 타이밍도 기막히게 내 손을 끌어다 잡았다. 그렇게 가만히 잡아 주고만 있었던 그 단단하고 다정한 손이 또 너무 명백해서 나는 곧 한없이 마음이 가라앉다가도, 갑자기 그 순간이 뭐라 말할 수 없이 낯설어지기도 했다. 내 옆에 앉아 있는 사람이 나를 낳았고, 오래 길렀고, 내 이름을 수없이 많이 불렀었으며 동시에 나와 지금 같은 마음일 사람이라는 게 너무나 마법 같았기 때문이다. 유치한 비유라면 어쩔 수 없으나 나는 엄마를 대하는 매순간 이렇게 무서우리만치 순진한 의구심이 든다. 정말, 정말로. 아마 나는 다시 한 번 느낀 걸 테다. 엄마는 내게 믿을 수 없는 걸 믿게 만드는 가장 절대적인 사람이라고. 그러니 어느 날 엄마와 자연스레 이별하더라도, 또는 그런 생각에 지금껏 지나 보낸 시간들이 너무 아득해지더라도, 이제는 막연히 슬퍼하지 않으려 한다. 엄마와 나의 존재를 떠나 우리의 사이는 이미 영원 속에 있으니까. 누가 뭐라든 내가 순진하게 그렇게 믿을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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