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ay Oh

You Were Never Really Here
Avg 3.6
아물지 않는 상처는 온전히 내가 되었다. 적은 대사. 화면으로 모든걸 전달한다. Living with permanently open wounds. + 분석/스포 ... ( 스 포 주 의 ) 느낀 점 몇 가지: 영화 내에선 주인공에게 세 가지의 트라우마가 작용한다. 첫째는 어렸을 적 아버지가 어머니와 자신을 학대했던 기억, 둘째는 파병 나가서 초콜렛을 건네준 아이가 눈앞에서 초콜렛을 탐하던 다른 아이에게 살해당한 기억, 셋째가 인신매매 단속이 늦는 바람에 구하려던 이들이 다 컨테이너 안에 죽어있던 기억이다. 이 트라우마들은 PTSD처럼 주인공 삶의 일부가 되었으며,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계속해 떠오르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첫째 기억에서처럼 폭력을 행사하기 전에 얼굴에 수건은 덮어두는 것이나 아버지와 동일한 망치를 사용하는 것은 그런 아버지의 영향과 폭력적인 성향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게 되었음을 보인다. 아버지와 다른 점이 있다면 주인공은 이 폭력을 납치된 아이들을 구할 때 납치범, 인신매매범들을 상대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폭력이 비록 벗어날 수 없는 본성이 되었지만 이를 어떻게든 이롭게 사용하려는 듯이 말이다. 또한 어렸을 적의 자신과 어머니를 누군가가 구해줬었다면...싶은 욕망이 반영된 일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자신을 구해줄 '너는 여기에 없었다'라고 제목을 해석할 수도 있겠다. 후반부에 니나를 구하러 건물에 들어가기 전에 토하는 모습을 보아 주인공 스스로도 폭력을 반기지 않아 보인다. 싫지만 트라우마처럼 떨쳐버릴 수 없이 어쩔 수 없는 자신의 일부이기에. 감독은 관객 또한 이 폭력의 굴레에 빠지지 않게 해주려는 듯, 가능하면 누군가를 살인하는 장면을 쉽게 화면에 보여주지 않는다. 그나마 기억나는 장면은 천장의 깨진 거울을 통해 보는 장면. 자신의 어머니를 죽인 사람이 죽어갈 때조차 주인공은 그에게 진통제를 주고 숨이 끊어질 때까지 손을 잡아주고 같이 노래를 부른다. 개인적으로 영화에서 가장 강력하게 다가왔던 장면이다. 여러모로 망가진 사람이지만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한 가닥은 놓치고싶지 않았던걸까. 여기서 어머니를 죽인 사람이 어머니를 쏘았을 때 어머니가 자고 있었다고 주인공에게 얘기해준다. 감독이 허투루 넣은 장면이 없다 생각하면 이를 영화 초반에 주인공의 어머니가 집에 들어온 주인공을 놀래키려고 자는 척을 하는 장면을 떠올릴 수 있다. 당시 주인공의 반응을 보아 이는 어머니가 자주 하시는 장난으로 보인다. 어머니는 죽는 순간에 단지 자는 척을 하고 있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주인공은 알고도 살인자에게 안식을 안겨준 셈이고, 주인공의 본성은 선하다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영화 시작에 누군가를 처리하고 나올 때 받은 단순한 첫인상과는 상반되는 이미지다. 자신을 유일하게 반겨주던 사람인 어머니를 잃었다. 초반에 히치콕의 <싸이코>가 자주 언급되는데 이는 주인공이 살인자라는 것 뿐만 아니라 어머니와의 사이가 유독 소중했음을 암시하기도 하는 만큼 이제 주인공은 잃을게 없다 생각하고 니나를 구하러 간다. 하지만 도착한 그 곳엔 니나를 납치했던 주지사가 이미 니나의 손에 죽어있는 것을 발견한다. 니나는 누가 구해줄 필요가 없었단 사실과 자신은 어렸을 적 그러지 못했던 기억이 복합적으로 밀려오면서 그 자리에서 오열해버리고 만다. 자신이 나약하고 쓸데없다면서 말이다. 니나가 어쩔 수 없이 어린 나이에 살인을 저지르게 된 것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도 있었을 것이다. 니나와 함께 식당을 가서 니나가 예고없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자 주인공은 '내가 뭐하러 이러고 있나'싶었는지 총으로 자살을 한다. 그리고 식당에 있는 그 누구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이가 모두 주인공 상상이었음을 니나가 돌아오면서 알게 되긴 하지만, 이는 나쁜 일이 있어도 세상은 계속해 돌아간다는 메세지와 주인공의 불안정한 정신 상태를 한 번 더 상기시켜준다. 하지만 니나는 아름다운 날이라며 주인공에게 같이 떠나자고 한다. 그들이 떠난 식당 자리를 비추며 다시 영화의 제목을 생각해볼 수 있겠다. 식당의 그 빈자리. '너는 여기에 없었다'라는 말이 처음으로 희망적으로 다가오는 장면이다. 어쩌면 내일도 아름다울지 모른다는 희망과 함께 영화는 끝난다. 이를 모두 최소한의 대화와 트라우마/PTSD를 연상시키는 전개와 편집을 통해 이뤄냈다니 실로 대단하다. 짤막하고 순식간에 지나가는 회상 장면들은 런타임에서 몇 분도 채 안될테고, 런타임 자체도 90분 이내로 짧은 편이었는데... 신기하다. 의식의 흐름처럼 썼는데 뭘 이리 많이 썼나 싶다. 결론은 생각해볼 것도 많았고 개인적으로 재밌었던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