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CW

고통 구경하는 사회
Avg 3.8
Feb 13, 2024.
카메라가 꺼진 뒤 기자가 남긴 미욱한 애씀의 흔적과 책을 덮은 뒤 우리가 느끼는 미련한 자기반성의 접점 뉴스와 미디어가 범람하는 시대에 생산자는 타인의 고통을 전시하고 대중은 그것을 거리낌없이 구경한다. 대중은 기자를 ‘기레기’라고 쉽게 비하하지만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각자가 1인 미디어가 된 시대에 고통을 중계하는 문제에 대한 윤리적 잣대는 비단 래거시 미디어에만 적용되진 않을테다. 타인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때로는 그것을 전시해야만하는 직업인으로서의 딜레마를 다루는 김인정의 사려와 고민은 심해만큼 깊다. 그것은 단순히 인종과 성별, 장애, 계급을 넘어 인간사의 갈등을 다루는 모든 문제에서 우리는 어떠한 태도로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해 기어코 숙고하게끔 만든다. 돌덩이처럼 무거운 고민을 안고 던져지는 무수한 질문은 외형적으로는 기자 본인이 몸담은 저널리즘을 향해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이를 소비하는 대중들에게 가닿는다.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지만 반대로 수요가 공급을 낳기도 한다. 나 또한 매일 뉴스보기에 시간을 할애하며 타인과 사회 정의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만족과 효능을 얻었다. 그런 약팍한 우월감을 지닌 나에게 그는 묻는다. 내가 뉴스를 소비하는 방식이 과연 윤리적인가? 그리고 이 사람, 글을 정말 잘 쓴다. 사실을 토대로 짧고 간결하게 써내려가는 저널리즘의 글쓰기를 넘어 떠다니는 질문 사이를 헤집어가며 깊은 사유를 이끌어내는 긴 호흡의 문장이 탁월하다. 202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