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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갈치

은갈치

6 years ago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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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한 나날

Books ・ 2019

Avg 3.5

Sep 28, 2020.

정말 끔찍한 일이야. 나는 생각했다. 그래도 뒤늦게나마 이유가 밝혀져 다행이었다. 소송이 진행되고 있으니 합당한 보상을 받겠지. 진심으로 그러길 빌었다. 기사에 실려 있던 사진들이 떠올랐다. 그 사람들은 살아 있고 숨을 쉬는 한 평생 산소통과 거기 연결된 호스, 호흡기에서 분리될 수 없었다. 나는 돌아누우며 생각했다. 그 사람들에게 합당한 보상이라는 게 뭘까. 그런 게 있을까. 나의 첫 직장. 나는 그 곳에서 26개월간 일했다. 스물여섯 봄부터 스물여덟 여름 무렵까지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갈 때 얼굴에 확 와 닿던 건조한 공기며 흰 책상들이 놓여 있던 모습이 선명하다. ​하지만 그곳에서 있었던 일들은 입에 올리지 않게 되었다. 어쩌다 첫 회사가 화제에 오를 때면 작은 광고대행사에 다녔다고만 대답한다.​ ​하지 않는 말들은 그것 말고도 또 있다. 별것 아니지만, 이를테면 이런 것, ​그곳을 나온 이후 나는 [채털리 부인의 연인]을 읽을 수 없게 되었다. 책상에 꽂혀 있으나 어쩐지 펼쳐 볼 마음이 일지 않는 책. ​나는 어디에서도 [채털리 부인의 연인]을 좋아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나는 그런 사람이 되었다. <가만한 나날 > "난 정말 자기가 잘 될 거라고 생각 못 했어"(p.154) ​ 갑자기 만나자더니 미안하다고요? 난 지금도 하루에도 몇 번씩 내 안에 있는 팀장님 목소리랑 싸워요. 넌 너무 약해. 넌 못할 거야. 후배들한테 혹시 팀장님처럼 하고 있지 않나 늘 깜짝깜짝 놀라요. 그런데 이제 본인은 상담받고 다 극복했고 새 출발 한다고? 기습적으로 연락해서 미안하다고 하면 끝이야? (p.155) <드림팀> 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