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갈치

가만한 나날
Avg 3.5
Sep 28, 2020.
정말 끔찍한 일이야. 나는 생각했다. 그래도 뒤늦게나마 이유가 밝혀져 다행이었다. 소송이 진행되고 있으니 합당한 보상을 받겠지. 진심으로 그러길 빌었다. 기사에 실려 있던 사진들이 떠올랐다. 그 사람들은 살아 있고 숨을 쉬는 한 평생 산소통과 거기 연결된 호스, 호흡기에서 분리될 수 없었다. 나는 돌아누우며 생각했다. 그 사람들에게 합당한 보상이라는 게 뭘까. 그런 게 있을까. 나의 첫 직장. 나는 그 곳에서 26개월간 일했다. 스물여섯 봄부터 스물여덟 여름 무렵까지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갈 때 얼굴에 확 와 닿던 건조한 공기며 흰 책상들이 놓여 있던 모습이 선명하다. 하지만 그곳에서 있었던 일들은 입에 올리지 않게 되었다. 어쩌다 첫 회사가 화제에 오를 때면 작은 광고대행사에 다녔다고만 대답한다. 하지 않는 말들은 그것 말고도 또 있다. 별것 아니지만, 이를테면 이런 것, 그곳을 나온 이후 나는 [채털리 부인의 연인]을 읽을 수 없게 되었다. 책상에 꽂혀 있으나 어쩐지 펼쳐 볼 마음이 일지 않는 책. 나는 어디에서도 [채털리 부인의 연인]을 좋아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나는 그런 사람이 되었다. <가만한 나날 > "난 정말 자기가 잘 될 거라고 생각 못 했어"(p.154) 갑자기 만나자더니 미안하다고요? 난 지금도 하루에도 몇 번씩 내 안에 있는 팀장님 목소리랑 싸워요. 넌 너무 약해. 넌 못할 거야. 후배들한테 혹시 팀장님처럼 하고 있지 않나 늘 깜짝깜짝 놀라요. 그런데 이제 본인은 상담받고 다 극복했고 새 출발 한다고? 기습적으로 연락해서 미안하다고 하면 끝이야? (p.155) <드림팀> 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