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점이
4.5

웃는 경관
Books ・ 2017
Avg 3.8
이제까지 읽은 (그래봤자 네번째 편이긴 하지만) 마르틴 베크 시리즈중 가장 치밀하면서도 인간적이며, 사회 비판적이었다.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지만 사실 나는 일하면서 만나는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연민을 느껴. 대개는 자기 자신도 차라리 세상에 안 태어났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하는 부스러기 인생들이지. 그 사람들은 왜 이렇게 세상사가 뜻대로 돌아가지 않을까 고민하겠지만, 사실은 그들 잘못이 아니야. 그 사람들의 인생을 망가뜨리는 건 바로 포르스베리 같은 작자들이야. 자기돈, 자기집, 자기 가족, 그 잘난 사회적지위 외에 다른 건 염두에도 없는 천박하고 비열한 놈들. 어쩌다보니 떵떵거리고 살게 되었다고 해서 남들을 마구 부려도 된다고 생각하지…” 라며 분노하는 군발드 라르손. 딸에게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인 레코드판 ’웃는 경감의 모험‘ 을 들을 땐 거짓 미소조차 지을 수 없어서 가족들을 실망시켰지만 죽은 직장 동료 스텐스트룀의 마지막 흔적을 전해듣고 웃음을 터뜨리는 마르틴 베크. 그저 손에 잡히는대로, 본인들이 뭘 하는지도 모르고 일단 지르던 수사는 마치 퍼즐 조각처럼 모여서 마지막에 모여든다. 어딘가 모자라면서도, 어설프게 따뜻함을 보여주는 인물들이 더 마음에 남아 다 읽고 난 뒤에도 계속 생각하게 되는, 범죄소설 그 이상의 기능을 한 작품. * 시리즈 중 가장 훌륭하다고 평가받는 이 책은 1971년 미국 추리작가협회의 에드거상 최우수 장편상을 수상했다고 하며, 이를 기념하기 위해 마르틴 베크상을 제정하여 1971년부터 매년 훌륭한 범죄소설에 시상하고 있다고 한다. * 마지막 군발드의 대사를 읽으며, 2002년 3월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여대생 청부 살인사건이 떠올랐다. 이 소설은 50여 년 전에 쓰였지만, 아직도 그 때와 비슷한 일들은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는 현실에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