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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노다 노보루가 죽은 걸 알았을 때도 여름날이었던 것 같다. 쓰라릴 정도로 아픈 자연광 아래 희게 표백된 공간에서 선배는 그가 얼마나 광기어린 촬영감독이었는지. 크레인에 올라타 파나비전을 지고 어떤 렌즈를 썼는지 설명했었는데 나중에 보니 다 키노 잡지에 나온 내용이었다. 영화와 아무 상관도 없는 어느 도시의 일꾼이거나 부랑자가 되어 있을 선배. 형 요즘엔 디지털로 필터 조절만 하면 이렇게 이와이 슌지 느낌을 뚝딱 낼 수 있나 봐. 그때의 영화광들은 이렇게 좋은 세상에 전부 어디로 가버린 걸까. 홍상수 영화처럼 열정이 산화해서 모두가 저질이 되었을 리는 없을 테고 그저 믿음을 잃은 냉담자가 되어버린 거겠지. 생각해보면 난 그 흔적을 찾으러 여기 들어와 있는 거 같은데. 그 형들도 아직 이런 영화 보면 옛 생각에 맘이 흔들리고 사르륵 무너지는 것이 있을까. 그치 나도 이제 모든 일에 심드렁하고 재미없는 사람이 되었는데. 마찬가지겠지. 그래도 잘 지내요. 그러길 바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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