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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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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years ago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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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렌 굴드, 피아노 솔로

Books ・ 2002

Avg 4.0

1. 운명은 대칭 관계를 좋아하지만, 곧 그것을 피하고 깨트려 버린다. - <골트베르크 변주곡>의 악보에 의하면 30개의 변주 다음에 처음 연주한 아리아를 그대로 반복해서 연주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마지막 아리아가 처음 것과 아주 다르게 들리는 것은 둘 사이를 가르고 있는 30개의 변주 때문이다. 단어들을 조합해 글을 쓸 땐 이런 방법이 불가능하다. 오로지 음악만이 반복될 때마저 그대로 반복되지 않는다. 음악의 힘, 혹은 불합리성이 여기에 있다. 그것은 삶의 의미가 언제라도 재연될 수 있다고 믿도록 한다. 아리아 다 카포처럼. 2. “멀리서 들려오는 음악을 생각하듯.” (슈테판 츠바이크, <낯선 여인의 편지> 중에서) - 슈만(마지막 (피아노 소악곡) 작품 제21번, <다윗동맹 무곡집> 18번 작품 제6번)이나 베르크의 곡(보체크), mes. 419-421)에서 찾아볼 수 있는 ‘먼 데서 들려오듯이' 라는 지시어는 가장 내밀하며 내면으로부터 솟아오르는 듯한 음악들을 지칭한다. 우리 안에 있는 음악은 세상에 완전히 속해 있지는 않은 무엇이다. 황량하고 벌거벗은 세상조차도 아닌, 그것은 세상의 부재이다. 3. “그래, 이렇게밖에는 될 수 없었어.” - 발설된 것은 방금 전까지도 생각할 수 없었지만 이젠 돌이킬 수 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예술은 가장 높은 사명을 지닐 때 거의 인간적이 아닌 무엇이 되어 버린다"고 언젠가 굴드도 말한 적이 있다. 4. 누군가를 향한 긴 명상, 각별한 사랑의 작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