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ent
조종인

조종인

8 months ago

3.5


content

Swallowtail Butterfly

Movies ・ 1996

Avg 3.8

Jul 19, 2025.

좁은 방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비들은 평생 높이 날아갈 수 없다. 개중에 몇몇은 인간들의 호기심에 날개를 잡아 뜯기면서 영원히 비행 능력을 잃어버린다. 영화에 나오는 '옌타운'들의 삶이 이와 같다. 그들의 날개는 애초에 뜯긴 상태이다. 그들에게 위로 올라가는 건 불가능하다. 아게하에게 새겨진 애벌레 문신처럼, 그들에게는 땅에 딱 붙어서 살아가는 것만이 허락된다. 이 영화에서 계속해서 나오는 열화 된 이미지들은 이들의 망가진 삶을 대변하는 듯하다. 이들이 보여주는 매춘, 마약, 위조지폐 등의 행위는 물론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쉽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행위의 주체가 누군지에는 관심이 없다. 사람들은 심연의 겉면만 피상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그 심연 속에 누가 빠져있는지는 신경 쓰지 않는다. 심연 속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미끼'가 필요하다. 물론 예술가의 입장에서 그 미끼는 '예술 작품'일 테다. 이와이 슌지는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라는 작품을 통해, 심연 속으로 미끼를 던진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모든 관객들은 심연 속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리고 관객들은 그제야 알게 되었다. 그 심연 속에도 생명이 살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탁하고 어두운 장소에도 아름다움이 존재한다는 것을. ----- 아게하와 그리코에게 새겨진 나비 문신과, 이들이 만들어 낸 위조지폐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건 '진짜가 아니다'라는 점이다. 나비 문신은 나비를 흉내 낸 그림에 불과하기에 생명이 없고, 위조지폐도 지폐 변환기를 거치지 않는 한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하지만, 이들에게 그 존재의 진위여부는 상관이 없다. 그들은 '마이웨이'다. 자신들만의 삶을 살아가기로 결정했다. 옌타운은 일본인도, 중국인도, 미국인도 아니다. 세상은 그들에게 소속을 묻지만, 아이러니하게 그들은 어떤 곳에도 소속될 수 없는 존재이다. 그렇기에 옌타운 들은 누구도 가지 않는 길을 뚫을 수밖에 없다. 이 영화는 '마이웨이(My way)'를 외치며 모였던 그들이, 하나의 공동체를 이뤄 '아워웨이(Our way)'를 만들어가는 이야기로도 볼 수 있다. 그들은 장례식에서 돈을 태운다. 언뜻 보면, 돈을 벌기 위해 일본에 왔던 옌타운들이 죽어서는 돈에게서 해방되었으면 하는 의미로 보인다. 그런데 그 속에는 조용하지만 분명한, 저항의 목소리가 숨겨져 있다. ‘진짜’만을 허락하는 사회, 위조지폐처럼 ‘진짜가 아닌 존재’를 걸러내는 세계 속에서, 그들은 진짜 돈다발을 태워버리며 단호하게 외친다. "우리는 우리 식대로 살아가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