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귀은

못생긴 여자의 역사
Avg 3.5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나온 깊고 묵직한 한숨이 도대체 몇 번이나 되었는지 모르겠다. *최근 한 여자연예인과 남자연예인의 열애기사가 떠서 이슈가 됐다. 이슈의 빌미는, 여자가 남자보다 12살이나 연상이라는 사실이었다. 열애설기사 밑에 달린 대부분의 댓글들에는 나이 든 여성이 젊은 남자와의 만남 속에 비교적 퇴물로 보는 인식들과 비난 혹은 조롱이 주를 이루었다. . . ‘대게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외모와 외향에 더 많이 신경을 쓴다’, ‘여자와 남자가 거울을 보면 대게 여자들은 자신의 몸보다 부정적으로 느끼는 경향이 크고 남자들은 만족하는 경향이 크다’, 등등. 나 역시도 그랬고, 대부분 우리들은 그런 말들과 인식이 만연하다. 얼마 전에 남자인 친구와 통화를 하는데, 오랜만에 보게 될 친구한테 ‘나 살이 많이 쪄서 못 알아볼 수도 있어. 살 조금만 더 뺴면 만나자’ 라며 우스갯소리를 했는데 ‘에이, 그런 거 왜 신경 쓰냐, 나도 살 엄청 많이 쪘는데 뭐 어때’ 라고 하더니, 뒤이어 ‘하기사, 남자랑 여자는 다르지. 남자야 뭐 크게 상관없지만, 여자는 신경이 많이 쓰이긴 하지.’ 라고 말했다. 친구의 어감은 나쁘지 않았고 물론 나쁜 의도가 없는 말이었기에 그 순간에는 인지하지 못했는데, 돌이켜보니 뭔가가 이상하다싶었다. 왜 여자랑 남자는 다르고, 여자는 신경 쓰이고 쓰여야하는 일이고, 남자는 그것이 별 일이 아닐 수 있는 일이 되는 거지? 왜? 왜? 그리고 몇 일 뒤에 이런 일이 또 있었다. 다른 남자친구와 얘기를 나누는데, 거친 일을 많이 하다 보니 손이 많이 투박해지고 건조해서 텄다고 했더니, ‘그래도 신경 써야지. 여자 손이 거칠면 되나’ 하는 거였다. 물론 이 친구도 나쁜 의도는 전혀 없는 말이라는 건 알았다. 아니, 나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다. 아빠도 그런 말을 자주 하시니까. 같이 사는 남자선배도. “숙녀 손이 그렇게 거칠면 어쩌나”, “여자아인데, 걱정이다” 등등. 그 말들을 하는 사람과 받아들이는 나 역시, 그리고 우리 모두 너무 당연시 인식하는 바다. <여자는 곱고 예뻐야 한다>,<그렇지 못하다면 관리를 해야 한다>,<여자의 외모와 몸매수준은 사회적위치의 수준과 비례한다> 등등. 과연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더 많이 거울 앞에서 시간을 보내고, 외향을 꾸미는 것에 투자를 하고 외모와 몸매에 집착하며 그것을 자신의 주체로 삼는 것이 여성의 타고난 특성일까? 애초에 사회적인 억압과 관습에 억눌린 여성들의 역사가 없었다면, 현대 여성들의 모습은 아주 많이 달라있을 것이다. 많이 일깨우고, 목소리를 키우면서 조금씩 여성들의 억압들이 풀려가고 있는 시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우리의 무의식에 뿌리내려져버린, 무수한 편견과 차별들이 너무도 많다. 스스로마저도 당연하게 내면화시켜버린 사회 속 여성들의 억압과 차별들. 그렇기에 아직도 페미니스트운동이 필요한 것이고, 여성의 역사를 알 필요가 있는 것이다. 물론, 제대로 알고, 파악한 후 정당하게 운동하고 목소리를 키워야겠지. 무엇이든 본질을 엇나가버린 운동은 이미 변질 된 것이니, 목소리를 키우고 사회의 변화에 힘을 실으려면 잘 알고서, 내 목소리를 정당하고 떳떳하고 당당하게 내야 한다. 더 많이 알아야겠다. 더 많이 느끼고, 공부하고 파악해야지. *페미니스트는 아주 좋은 운동입니다. 일부 변질된 사람들과 왜곡시켜버린 집단들로 인해 정당하게 사회에 목소리를 내는 여성들이 두 번 상처받지 않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