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씨네프레소

A Rainy Day in New York
Avg 3.3
티모시 샬라메란 치트키 1. 싱그러움이 가득한 영화다. 우산도 없이 만난 비가 주인공들을 적시며 마음 속 꿈과 사랑을 소생시킨다. 영화는 아직 꽃을 피우지 못한 망울처럼 군데군데 불완전한 모습이지만, 자신의 절정기를 지나는 20대 배우들의 생동력만큼은 온전히 담아냈다. 2. 이야기는 캠퍼스 커플의 여행으로 시작된다. 학보사 기자인 애슐리(엘르 패닝)가 유명 영화감독 인터뷰를 위해 떠나는 뉴욕 여행에 남자친구 개츠비(티모시 샬라메)가 동행한다. 개츠비는 인터뷰만 끝나면 여자친구와 뉴욕에서 낭만적인 데이트를 할 수 있으리라 꿈꾸지만 그녀는 좀체 돌아오지 않는다. 인터뷰 때문에 애슐리를 만난 영화감독과 시나리오 작가, 배우가 각각 그녀에게 반하면서다. 이런 사정을 알 리 없는 개츠비는 잠깐 시간이나 때우려는 요량으로 전 여자친구의 동생 챈(셀레나 고메즈)을 만났다가 깊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3. 연인 간의 엇갈림을 다루는 건 우디 앨런 감독 전매특허이지만 이번 영화에선 심심하게 느껴지는 감이 있다. 남녀 주인공 모두 자신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탐색하는 시기를 거치고 있어서인지, 둘의 욕망이 부딪칠 때의 스파크도 강렬하지 않다. 4. 하지만 이 작품엔 시선을 붙드는 힘이 있다. 무엇보다도 주연 티모시 샬라메 캐스팅이 절묘하다. 어쩐지 병약해 보이는 그의 이미지는 이번 영화에서처럼 불안한 내면을 지닌 역할을 만났을 때 상승 작용을 일으킨다. 다소 밋밋한 서사의 밀도와 대화의 긴장감을 이른바 '퇴폐미'로 보완한다. 피아노를 치며 노래하는 장면에서도 내공이 돋보인다. 표현력이 달리는 것도 아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레이디 버드' '뷰티풀 보이'를 통해 다져온 연기는 이 영화에서 한층 안정적인 수준에 도달했다. 5. 코로나19로 해외여행 갈증이 생긴 관객에게도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다. '미드 나잇 인 파리'(2011), '로마 위드 러브'(2012)에서 보여줬듯 우디 앨런은 장소가 지닌 환상성을 배가하는 능력을 타고난 감독이다. 이번 영화에선 뉴욕 명소 곳곳에 녹아 있는 로맨틱한 감성을 한껏 우려낸다. 특히, 개츠비가 챈과 영화 속 키스신을 찍는 그리니치 빌리지에서의 순간순간이 명화 속 한 장면 같다. 촬영은 아카데미 촬영상을 3차례 받은 비토리오 스토라로가 맡았다. 6. 최고의 수다쟁이 우디 앨런에게 정신없이 드리블 당하는 92분을 기대했다면 이 작품은 충분치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캠퍼스 커플의 계획에 없었던 비가 그들에게 최고의 시간을 선물했듯, 관객은 영화 군데군데서 뜻밖의 즐거움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