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E
5 years ago

Rebecca
Avg 2.9
히치콕의 <레베카>와 달리, <레베카>(2020)는 잔뜩 드리운 억압의 공기를 뚫고 나가는 전복성을 좀 더 강조하고 싶어 보인다. 이를 위해 영화는 이전에 비해 무딘 서스펜스와 카메라의 존재감을 대신해, 초반부 호퍼 부인의 험담을 듣는 리액션 숏이나 무도회 씬의 혼란처럼 드 윈터 부인의 내적인 심리에 더 초점을 맞추려 한다. 다만 심리의 변화나 그를 통한 극복의 쾌감이 있다기엔 노선에 조금 애매한 면이 있는데, 마치 폴란스키 영화처럼 심리 묘사가 더 치닫는 것도 아니고 억압의 더께는 히치콕 <레베카>를 의식해야 그나마 와닿는 터라 댄버스를 무시하는 듯한 결말의 분전도 무미하다. 결국 안으로 파고 들지도, 밖으로 뚫고 나가지도 못한 채 조잡하게 머무는 것만 같다. 특히 남자 캐릭터들을 더 파렴치하게 만드는 한편, 드 윈터 부인을 주체적으로 돋우고 댄버스와 레베카 간의 묘한 연대감을 부각하는 등 현대적인 입맛의 각색을 포인트로 삼는 것 같지만, 레베카의 어떤 유령적인 존재감마저 희생시키고 설명적이고 감정적인 부연을 더 늘어 놓아야 할 정도로 큰 매력인지는 잘 모르겠다. 사실 너무 다른 셀링 포인트라 두 영화를 비교하는 게 괜히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지만서도, 비교가 되는 건 어쩔 수가 없어 모른 척하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