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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
star3.5
잿더미 속에서 다시 태어난 불사조는 죽기 전과 같은 새일까. 이전으로는 결코 돌아갈 수 없는, 재건되지 못하는 삶. 그렇다고 과거를 잊거나 지울 수도 없는 흉터와 문신, 미래를 꿈꾸는 것조차 힘겹고 서글프다. 이야기보다는 니나 호스의 연기가 더 복잡다단하고 풍부한 느낌인데, 영화 속 등장하는 그녀의 걸음들이 가장 오묘하다. 특히 과거도 미래도, 어느 쪽도 머물지 못하는 듯 (그야말로 유령처럼) 어두운 밤거리를 배회하는 느릿한 걸음이 유독 쓸쓸하다. 그래서인지, 반주 없이 홀로 목소리를 채우는 엔딩의 노랫소리가 더욱 오롯하게 울린다. 어쩌면 이 땅 위의 모든 타자를 위한, <현기증>의 따스한 후예. 전후 독일을 바라보는 시선이지만, 결국 언제든 살아 돌아오(고야 마)는 과거의 유령 혹은 망령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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