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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살이 되던 겨울, 아버지의 직장 때문에 온 가족이 멕시코에 가야 했다. 한국에서의 마지막 날 밤, 외할머니 집에서 평범한 소고기국을 먹었다. 마지막 날 밤인데 근사한 외식도 아니고 지극히 평범한 식사를 한다는 게 참을 수 없이 서러웠다. 나의 모든 일상과 이별을 한다는 게 구체적으로 어떻게 아픈 일인 지 몰랐지만 너무 먼 곳에 가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먼 곳에 가는 건데..소고기국이라니. 화기애애한 식사 자리가 서러웠다. 밥을 최대한 빨리 먹고 혼자 2층에 올라가 티비를 보며 눈물을 훔쳤다. 왜 눈물이 나는 지 정확히 모른 채로. 가족들이 한국에서의 마지막 밤을 더 거창하게 여기며 모두가 나와 함께 시끄럽게 울어줬더라면 괜찮았을까. 스물 다섯 살이 되던 겨울, 효창공원역 앞에서 나는 “저 카페 말고 다른 카페 가자”고 말했다. 역 앞 카페는 테이블들 사이 간격이 너무 좁아서 누군가가 우리의 대화를 듣는다면 우리가 헤어진 연인 사이지만 생일을 축하해주는 사이라는 걸 알게될 것 같아서, 생일 날 그에게 나와달라고 한 걸 들킬까봐서, 부끄러워서였다. 추운데 다른 카페를 꼭 가야겠냐며, 그러면 너가 찾아보라고, 그가 짜증을 냈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그 짜증 가득한 눈동자를 떠올리면 울컥했다. 이해할 수 없어서. 세상에는 끝나버리는 마음 같은 게 있다는 걸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지 몰랐으니까. 집 가는 길에 지하철에 앉아서 눈물을 훔치곤 앞 줄의 사람들과 내 옆 사람들이 다들 무언가에 충분히 몰두해있는지 확인했다.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것들은 끝이 나기 마련이고 헤어지기 싫은 것들과는 꼭 헤어져야 하더라. 그럴 때 온 세상이 나와 함께 울어줘도 모자랄텐데 세상은 바빠서 혼자 울어야할 때가 많다. <경애의 마음>은 혼자 울던 우리를 다독여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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