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기연
8 years ago

Aparajito
Avg 3.9
아버지의 죽음과 성직 대신 고등교육을 택함으로써 아푸는 구 세대와 절연한 듯 보이지만, 집이란 공간에 기둥처럼 버티어 서서 점점 곰삭아 가는 '어머니'란 역할을 부여받은 한 여성의 존재에 무지하단 점에선 여전히 아버지 세대의 모순을 극복하지 못했다. 1편에서 가정에 부재한 채 프레임 외부로 벗어나 있던 아버지의 역할을, 2편의 아푸는 단지 별개의 프레임을 부여받았을 뿐 여전히 이어받고 있는 셈이다. . 영화는 어머니의 고개를 돌리는 운동과 기차의 운동을 연결하는 몽타주 이후로 줄곧 어머니와 기차를 일종의 대립항처럼 제시하는가 하면, 아푸의 계몽(enlightenment)의 상징인 램프의 불빛(light)을 어머니의 죽음의 상징인 반딧불이의 불빛으로 뒤바꾸어 인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여전히 가정을 통해 드러나는 사회적 모순을 시각화해 보인다. . 아푸 시리즈는 여성을 희생해 가며 남성이 가부장제 하의 훌륭한 일원으로 성장해 가는 성장 서사라기보다는, 오히려 구 세대와 다른 방법론을 탐구하며 표면적 성장을 이뤄감에도 다시 한계에 부딪히고 결국 또 한 번 길을 떠나야 하는 변증의 서사에 가깝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