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파편은 차갑게 살을 에고 미래는 어두움일 뿐인 혼돈 속에서 인간들은 떠나야 할지 남아야 할지를 몰라 서성인다. 그들은 잡다한 가구로 가득찬 집을 들락날락거리고, 아직도 반쯤 무너져있는 도시를 온종일 돌아다니며 다만, 혹은 무려, 인간됨을 지속한다. 누군가가 소리치고 몸들이 부딪히고 카메라는 던져지고 총은 발사되고 시간은 잘게 잘려 파편이 된 후에야, 누군가는 남고,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떠나고 싶지만 떠나지 못한다. 그리고 누군가는 분명, 아직도 마음을 정하지 못 했다, 그리고 사실 떠나느냐 남느냐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