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캉

Past Lives
Avg 3.4
한국을 잘 모르는 사람이 온갖 한국적인 것을 차용해놓고 성의까지 없는데 자아도취만 한가득 한국을 살아본 적 없는 것 같은 사람이 연기하는 네이티브 평범한 한국인은 최악이다. 평범한 한국인처럼 보이기 위해 입은 셔츠, 배바지, 배낭까지 다 어색하다. 정말 한국 토박이인데 저런 눈빛과 말투를 가졌다면 걸러야 한다. 도믿남 같은 싸한 기운이 스크린 너머로 다 전해지는데 캐릭터에 애정이 느껴질 리가. 극 중 '해성'은 좋은 대학을 나왔다고 하는데 "아 유 헝그리?" 이 한마디를 못 알아들어서 얼타고 있다. 한국에서 좋은 대학을 간 사람은 그 정도는 알아듣는다. 이 정도로 캐릭터가 허술하다. 그리고 12년이 지났음에도 해성의 술자리에서 '나 장기하요' 티 팍팍 내며 머리 스타일 하나 안 바뀌고 주름 하나 안 생긴 친구 배역까지 성의 없다. 이별 때문에 우는 친구 하나 있고 그걸 위로하는 남자 대학생 술자리씬은 진짜 무슨 스케치코미디나 웹드라마 단골 장면 아닌가? 해성이 이제 대학생이 되었음을 보여주려는 장면의 목적을 이렇게 뻔하게 다 드러내야만 할까? 사소한 것 역시 너무나 고민이 없고 진부하다. 이 영화는 휘발성 강한 평화로운 풍경 이미지를 내내 고집한다. 노을, 강물 같은 서정적인 이미지로만 영화가 완성될 수 있다고 믿는 듯이. 관객은 지겨운 감성 이미지 한가득 안에서 진전이 하나도 없는 둘의 대화를 들어야 한다. 별 시답잖은 말을 한마디 주고받을 때마다 10초를 넘기면서 대화를 하는데 정말 거북하다. 캐릭터를 좋아해야 대화에 녹아드는 거지, 둘 다 대체 뭔 생각을 하는지 몰라서 애정이 하나도 안 가는데 달달할 리 만무하다. 둘이 영화 내내 지겹게 하더니 끝에 가서 화룡점정을 찍는다. 나영과 해성은 ’아서‘가 한국말 못 알아듣는다고 전생이 어쨌니, 그때의 너를 사랑했니마니, 아주 정신 나간 대화를 다 한다. 전생이고 후생이고 나발이고 서로 키스라도 할 것마냥 쳐다보지 말고 지금 옆에 있는 남편이나 잘 챙겨라 이 양반아. 이 모든 문제는 둘의 관계가 애초에 유년 시절부터 재미없었고 그 재미없음이 성인이 돼서도 변함없이 유지된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둘의 어린 시절이 얼마나 절절했는지 알면 그게 바람일지라도 관객은 흔들린다. 그런데 이 영화는 가장 중요한 둘의 어린 시절 관계를 그냥 '서로 좋아했음, 엄마 따라 데이트도 했음.'으로 퉁쳐버린다. 이 정도 갖고 그렇게까지 애틋하게 서로를 쳐다볼 수 있다고? 이해불가다. 몽롱한 음악과 이미지로 채운다고 관계가 애틋해지지 않는다. 전혀 동의할 수 없고 성의 없고 진부한 장면과 메시지 종합선물세트. 집에서 영화관으로 이동한 내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