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재현

Still Life
Avg 3.9
수평’선’이라는 것에 집중해본다면, <스틸 라이프>는 선 아래로 침잠하는 것들, 그리고 선 위에 세워지는 것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선 위를 걷는 사람들에 대한 영화이다. 영화 내내 지아장커는 수면 아래로 잠기는 동네, 무너져 바닥으로 꺼지는 건물(계속 떠밀려가며 사는 주인공이 철거 노동자인 것은 아이러니하다.) 등 선 아래의 풍경과, 강 위에 세워진 다리라던가 뭐라 설명하기 힘든 높은 건물 등 선 위의 풍경 등 선 위의 풍경을 병치시킨다. 그 충돌이 중국의 시대상을 선명하게 그려간다. 그 두 세계를 나누는 기준은 누가봐도 돈인데, 따라서 그 선 위를 걷는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도 돈이고, 지아장커는 이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에 부끄러움이 없다. ‘지폐 속으로 사라진 고향’은 얼마나 아름다운 비유던가. 어쩌면 이것은 진실과 거짓에 대한 영화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그것을 ‘수면위와 수면 아래’로 비유하기도 하니까. 지폐 속 아름다운 땅이 품은 사라진 진실들. 급속히 발전하고 있지만 모두를 품고 가지는 못하는 암부를 지닌 현대 중국의 모습. 어쩌면 <스틸라이프>의 패닝은 그 경계를 걷는 사람들을 최대한 많이 담으려는 지아장커의 태도인지도 모른다. 구로자와 아키라는 비슷한 일을 샷 안에 인물들을 밀어넣고 멋지게 구성해 해냈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얏든.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참 아름다운 영화였다. 아, 여자 주인공의 이야기가 요상한 대구를 이루는 것이 좋았는데, 특히 그 에피소드에서의 분극화가 좋았다. 남편은 선 위로 건물을 올리는 사람, 그의 친구는 선 아래를 파내려가는 사람. 그리고 여자는 배를 타고 시작해서 배를 타며 이야기를 마친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우리 서로를 어떻게 멀어지게 만들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막아보려는 주인공들의 노력에 대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