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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
star3.5
비교적 평면적인 서사를 감각적인 카메라가 뒷받침하니 세련된 전기 영화가 완성됐다. 타이틀 롤을 맡은 배우 페카 스트랭은 게이 포르노 화가 ‘토우 크라우넨’의 얼굴을 한 채로 러닝타임 내 거의 모든 장면을 성실하고 빼곡하게 채워낸다. 외국인 관객들에게 북유럽은 판타지다.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엔 무지와 환상이 적당히 뭉쳐 섞여있단 말이다. 북유럽 사회를 향한 외국인 오디언스들의 얄팍한 이해의 정도를 북유럽 창작자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톰 오브 핀란드>는 그것이 사실이 아닐 수 있음을, 혹은 지금은 실제가 되었더라도 어둔 과거를 아주 곁에 두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폭로하는 화법의 작품이다. 게이 포르노 작품을 핀란드에서 발표했냐는 팬의 질문에 “바티칸에서 발표하는 게 더 쉬울걸요”라는 대답을 내놓는 주인공의 대사에서 그것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핀란드는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작으로 이 작품을 내놓는다) 영화 중반, 나이 들어 미국 땅을 밟은 크라우넨의 마음을 감각해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겨울에서 여름으로, 눈의 나라에서 햇살의 세계로. 섹시한 가죽들에 둘러싸여 이제는 게이 문화의 아이콘이 된 늙은 예술가의 모습이 담긴 엔딩 역시 강렬한 에너지를 남긴다. 퀴어니스는 당신께 영원한 젊음을 주었다는 것을. 혹여 내가 성소수자 정체성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지금 내가 다양한 정체성들을 몸에 휘감고 여기 바로서 있을 수 있는 이유는, 과거에 그것에 목숨을 건 사람들 덕분이다. 나는 그들과의 연결고리를 항상 생각하고 경의를 표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토끼를 닮은 당신은 폴짝 뛰어 하늘로 갔겠지. 그 곳에선 무한한 사랑을 나누길 바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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