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엉차는 우는 사람에게 좋다

박다래 · Poem
20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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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현대시》 신인추천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박다래의 첫 번째 시집 『우엉차는 우는 사람에게 좋다』가 민음의 시 335번으로 출간되었다. “막연히 관조하지도, 무례하게 자기 시선을 강요하지도 않으면서 자신이 관찰하는 대상을 성찰하게끔 하는”, “자기만의 호흡”을 지녔다는 데뷔 당시 심사평은 이미 고유한 세계를 구축한 젊은 시인을 향한 기대감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박다래의 시는 사라짐의 주위를 맴돈다. 시적 화자들은 끊임없이 이동하지만, 도달하려는 목적지는 없다. 그들에게는 오직 이동한다는 행위만이 남아 있다. 무언가를 태우며 사방으로 퍼지는 연기처럼. 도시인의 여유로운 산책도 아니고 근대인의 낭만적인 방랑도 아닌, 불에 타 훼손되는 의미의 흔적을 좇는 성실한 이동. 이것은 사라진 신을 위한 순례와도 같다. 불타는 세계를 감지하며 그곳에 머무는 일. 구원 없는 세상의 잔잔한 몰락에 함께하는 일. 이는 더 나은 세계를 향한 진보나 초월과는 무관하다. 『우엉차는 우는 사람에게 좋다』가 갖는 미덕이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는 신이라는 거대한 원천이 자리를 비운 시대를 살고 있다. 원인에서 결과로, 믿음에서 구원으로 나아가는 명확한 가치 체계의 확립을 기대하기 어려운 시대에, 박다래의 시집은 독자들에게 낯선 구원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것은 “우엉차는 우는 사람에게 좋다”는, 우연히 맞아떨어진 말장난으로부터 전에 없던 의미의 길을 만들어 내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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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1부 기름 부으심을 받은 자 13 콘셉시온 18 우리 셋은 다 같아 19 두고 온 것 22 레지나와 함께하는 밤 산책 25 어느 낮처럼 선명하게 보일 것이라고 28 메모리얼 서비스 30 절두산 34 오늘의 운세 36 우엉차는 우는 사람에게 좋다 38 열린 문 40 가까운 곳에 사찰이 있어 모기가 적은 편은 아니었지만 43 2부 로스 안데스 49 엘리는 나의 오랜 선생님 52 그것과 무관했다 55 민호에게 집은 현대미술이다 58 그러다가 영원히 못 쓰게 된다고 60 계귀국 62 콕콕 64 아이들은 내가 지나갈 때만 캐치볼을 한다 69 존 스몰츠 70 야외 수업 74 마른 눈 76 광교 78 3부 부암(付岩) 83 자연사박물관 84 소곤소곤 별 86 친구에게 빨간 운동화를 선물했다 88 말리부 오렌지색 91 지선은 소파를 밖에 내놓는다 94 숲과 초원은 아파트가 건설된 후에 만들어졌다 97 보호구역 100 푸른 살구 101 얼어 있는 숲 104 한밤의 음독 106 자하(紫霞) 108 암전 111 수경 재배 114 바깥의 당신은 그것을 모른다 116 서치라이트 118 4부 남자의 이름은 정수 123 구파발 126 높은 성 128 이사 130 노들 131 마중말 134 지혜 씨의 무화과 136 Babushka 138 패치워크 141 윈드밀 142 양고기 스프 144 디펜스 146 좋은 사촌 147 야앵 150 해설- 남진우(시인·문학평론가) 불타는 예배당에서 흰 토끼 구하기 153

Description

신 없는 세상의 순례자가 되어 희미한 시대에 바치는 기도문 ■ 사라짐을 응시하기 창밖에서 메케한 연기가 들어오고 있다 (……) 아직은 무너진 것들의 속이 비어 있어 사라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교회는 오래도록 불탔다 마을엔 말라붙은 유기물이 남았고 ―「기름 부으심을 받은 자」에서 원래 있었으나 지금은 없는 것. 그것들은 전부 어디로 사라졌을까? 부재에 관한 실존적 질문은 이 시집에서 거꾸로 뒤집힌다. 사라진 것들이야말로 이 세상을 이루고 있다고. 시집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는 무언가가 세상에서 사라지고 있음을, 그리고 우리는 아주 멀리서만 그것을 목격할 수 있음을 자각하게 한다. 그러므로 사라짐을 응시하는 일은 과거를 사후적으로 발명하는 일과 비슷하다. 누군가가 버려둔 소파를 보면서 그곳에 앉았던 사람을 상상하듯이. 공룡의 발자국을 보고 그의 이동 경로를 짐작하듯이. 이 시집은 “흘러간 곳에서 두고 온 것을 찾는” 시선을 통해 이 세계를 부재의 증상으로 현상시킨다. ■ 불투명한 꿈속의 말장난 오늘 밤에도 그 택시를 탈지 모르지. 집 앞에 강이 흐르고 있는데 그곳을 어떻게 건넜을까. 강가에 미색 돌들이 빛나고 있어. 창밖 연기가 생생해. 누구도 끄지 않는 불. 잠들어 있을 거야. 그 안온한 시간 동안. 택시를 타고 어딘가로 갈 때까지. 모든 것이 타기 전에 다시 어딘가로. 강의 깊은 곳으로. ―「어느 낮처럼 선명하게 보일 것이라고」에서 박다래 시의 화자들은 사건의 한복판이 아닌 현장에 남은 흔적에 등장한다. 무언가가 없어져 버린 ‘사건’에는 연루되지 못하면서 그것이 종결되고 남은 흔적에만 접근할 수 있는 것이다. 어딘가에 몰두해 있을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이 이곳저곳을 이동하면서 목격하는 것은 박물관에 박제된 바다악어의 시체, 타고 남은 유기물뿐이다. 그들에겐 성취해야 할 목적도, 달성해야 할 단계도 없다. 이는 구원을 기대하기 힘든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연기처럼 퍼져 있는 부조리함의 감각이다. ‘선명한 낮’의 시대가 끝나고 불투명한 꿈의 시대를 사는 이들에게, 구원은 신의 강인한 음성이 아닌 말장난과 같은 우연에서 촉발된다. ‘지나’를 ‘진아’나 ‘진하’로 부르는 것처럼. 시인은 원인과 결과 사이, 언어와 의미 사이, 믿음과 신성 사이의 틈새를 벌리며 이 세대만의 기도문을 작성하는 중이다. 우엉차는 우엉, 하고 우는 사람에게 좋다는 농담 같은 진담을 곁들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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