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현대시》 신인추천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박다래의 첫 번째 시집 『우엉차는 우는 사람에게 좋다』가 민음의 시 335번으로 출간되었다. “막연히 관조하지도, 무례하게 자기 시선을 강요하지도 않으면서 자신이 관찰하는 대상을 성찰하게끔 하는”, “자기만의 호흡”을 지녔다는 데뷔 당시 심사평은 이미 고유한 세계를 구축한 젊은 시인을 향한 기대감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박다래의 시는 사라짐의 주위를 맴돈다. 시적 화자들은 끊임없이 이동하지만, 도달하려는 목적지는 없다. 그들에게는 오직 이동한다는 행위만이 남아 있다. 무언가를 태우며 사방으로 퍼지는 연기처럼. 도시인의 여유로운 산책도 아니고 근대인의 낭만적인 방랑도 아닌, 불에 타 훼손되는 의미의 흔적을 좇는 성실한 이동. 이것은 사라진 신을 위한 순례와도 같다. 불타는 세계를 감지하며 그곳에 머무는 일. 구원 없는 세상의 잔잔한 몰락에 함께하는 일. 이는 더 나은 세계를 향한 진보나 초월과는 무관하다. 『우엉차는 우는 사람에게 좋다』가 갖는 미덕이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는 신이라는 거대한 원천이 자리를 비운 시대를 살고 있다. 원인에서 결과로, 믿음에서 구원으로 나아가는 명확한 가치 체계의 확립을 기대하기 어려운 시대에, 박다래의 시집은 독자들에게 낯선 구원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것은 “우엉차는 우는 사람에게 좋다”는, 우연히 맞아떨어진 말장난으로부터 전에 없던 의미의 길을 만들어 내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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