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의 아테네, 베를린.도쿄.서울

전진성 · History
78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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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로 엮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세 도시 베를린, 도쿄, 서울을 다룬 책이다. 베를린과 도쿄는 '위로부터의 근대화'를 이룩한 후발 제국의 수도라는 공통점을 지닌 데 반해, 도쿄와 서울은 오랜 역사적 인연을 지닌 동일문화권 안의 제국-식민지 관계였다. 별 관련이 없어 보이는 서울과 베를린이 하나로 엮일 수 있는 것은 제국 일본의 수도였던 도쿄를 매개로 하나의 독특한 지리적 상상이 시간과 공간의 장벽을 뛰어넘어 영향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에 대한 가히 종교적인 동경이 프로이센 왕국의 수도였던 베를린을 상상의 아테네로 만들었고 이는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일본이 신흥제국의 수도 도쿄를 상상하는 모델이 되었으며, 종국에는 일제 식민지가 된 조선의 수위도시 경성에까지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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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 지은이의 말 ■ 감사의 말 ■ 프롤로그 ‘근대’라는 환(등)상 1부 프로이센 고전주의를 찾아서 1. 베를린, 중부 유럽의 아테네 슈프레 강가의 아테네: 그리스 열풍과 독일의 민족문화 | 프로이센과 아테네 | 프리드리히 광장 2. 민족과 국왕 사이에서: 프로이센의 궁정건축가 싱켈 미적 혁명으로서의 프로이센 고전주의 | 프로이센 고전주의의 여명, 신위병소 | 왕립극장과 구박물관 그리고 유원지 3. 텍토닉과 프로이센의 국가이념 텍토닉의 원리 | 국가 텍토닉 | 시간의 텍토닉, 역사 | 역사주의자 싱켈 4. 독일제국의 역사주의 건축 ‘문화민족’과 역사주의 건축 | 싱켈의 계승자 고트프리트 젬퍼 | 역사주의 건축의 본령, 네오르네상스 양식 | 제국주의의 첨병, 네오바로크 건축 5. 역사주의와 도시계획 싱켈과 렌네의 신고전주의 도시건축 | 호프레히트 계획안 | 현대적 도시계획의 등장 | 슈프레 아테네에서 슈프레 시카고로 2부 아시아의 프로이센을 넘어 1. 독일 역사주의 건축의 결정판, 칭다오 문화제국주의 | 독일제국의 동아시아 거점도시 칭다오 | 영국과 프랑스의 식민지도시들과의 차별성 | 칭다오 도시계획과 역사주의 건축 2. 메이지 일본과 프로이센: 이와쿠라 사절단의 시선 일본의 서구화 | 『실기』의 기본 노선 | 서구세계의 체험 | 『실기』에서 프로이센의 위상 3. 국가적 텍토닉으로서의 제국헌법 ‘아시아의 프로이센’을 꿈꾸며 | 프로이센식 헌법의 제정 | ‘국체國?’의 구현으로서 제국헌법 | 서구화와 일본화 | 일본의 문화민족주의 4. 도쿄의 발명 에도에서 도쿄로 | 긴자 벽돌거리의 등장 | ‘관청집중계획’과 중심의 발명 | ‘도쿄시구개정조례’ 5. ‘빅토리아’ 혹은 ‘빌헬름’?: 메이지 시대의 공공 건축 영국인 건축가 조사이어 콘더가 끼친 영향 | 일본 근대 건축의 대명사 다쓰노 긴고 | 독일파 건축가 쓰마키 요리나카 | 제국의 도구이자 도상으로서 건축 3부 아테나의 섬뜩한 환등상 1. 도시계획과 식민주의 제국 일본의 편집증과 분열증 | 일본식 도시계획의 탄생 | 제도부흥계획에서 식민지도시계획으로 | 만주국 수도 신쿄의 과시적 모더니티 2. 한성에서 경성으로 한성부 도시개조 사업 | 경성 시구개수 사업 | 도시계획의 합리성? | ‘조선시가지계획령’ | 도시계획의 식민성 3. 싱켈에게 바치는 오마주?: 경복궁 앞에 세운 조선총독부 청사 “경복궁 업셔지네” | 경복궁의 이념 | 경복궁의 모진 운명 | 조선총독부 청사의 등장 | 조선총독부 청사의 건축적 특징과 공간성 | 시공간의 식민화 4. 경성의 역사주의 건축물들 탁지부 건축소가 이식한 프로이센 고전주의 | 선은전광장의 대두 | 1920년대의 역사주의 건축 | 경성의 모더니즘 건축 | 멜랑콜리의 도시 5. 총독부 청사와 경복궁 사이에서 모더니티와 식민성의 싸움터, 서울 | 텍토닉의 희화: 여의도 국회의사당 | 대한민국의 문화민족주의 | 역사 바로 세우기? ■ 에필로그 기억의 터와 희망의 공간 ■ 주 | 도판 출처 | 참고문헌 | 찾아보기

Description

“기억과 망각의 예술이라 할 수 있는 건축과 도시계획은 그 본성상 기술적 사안이기에 앞서 담론적이다. 고대 아테네와 그 분신인 프로이센 고전주의에 대한 기억과 망각 속에서 베를린, 도쿄, 서울이 근대적 수도로 만들어져가는 과정을 건축설계와 도시계획 그리고 도시민들의 반응 등을 망라하여 다루었다.” 1. 아테네를 상상한 도시, 베를린.도쿄.서울 ―이 책이 말하다 《상상의 아테네, 베를린·도쿄·서울》은 하나로 엮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세 도시 베를린, 도쿄, 서울을 다룬다. 베를린과 도쿄는 ‘위로부터의 근대화’를 이룩한 후발 제국의 수도라는 공통점을 지닌 데 반해, 도쿄와 서울은 오랜 역사적 인연을 지닌 동일문화권 안의 제국-식민지 관계였다. 별 관련이 없어 보이는 서울과 베를린이 하나로 엮일 수 있는 것은 제국 일본의 수도였던 도쿄를 매개로 하나의 독특한 지리적 상상이 시간과 공간의 장벽을 뛰어넘어 영향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에 대한 가히 종교적인 동경이 프로이센 왕국의 수도였던 베를린을 상상의 아테네로 만들었고 이는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일본이 신흥제국의 수도 도쿄를 상상하는 모델이 되었으며, 종국에는 일제 식민지가 된 조선의 수위도시 경성에까지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다. 중앙청은 파르테논 신전과는 시대적으로나 장소적으로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정치적·역사적 가치를 놓고 볼 때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그러나 원형의 ‘모방’이 아니라 ‘희화’라는 차원으로 본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근대 일본이 자신의 국가적 정체성을 수립하는 데 있어 독일 프로이센의 모델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일제의 프로이센 수용은 단지 법제와 군제, 과학기술 영역만이 아니라 민족적 정체성의 가장 뿌리 깊은 핵심에까지 걸쳐 있었다. 그런데 정작 근대 독일은 민족적 정체성이라는 점에서는 극히 예외적 사례에 속한다. 수많은 나라로 갈려 있던 독일어권 지역에서 공통의 민족적 뿌리 찾기는 자연스러운 체험에 바탕을 둔 기억의 장소가 아닌 관념적으로 설정된 외딴 공간에서 이루어졌다. 다름 아닌 고대 그리스! 근대 독일의 지식인들은 거리상으로나 시대적으로나 머나먼 그곳을 동경하며 상상 속의 동질성을 모색했다. 당시의 ‘그리스 열풍’을 주도했던 것은 독일 지역의 맹주로 급부상한 군사 강국 프로이센이었다. 이른바 프로이센 고전주의preußischer Klassizismus는 이러한 흐름의 문화예술적 결정판으로, 중부 유럽의 아테네로 자처하던 수도 베를린에서 활짝 꽃피웠다. 이는 동양의 베를린이 되고자 했던 일제의 수도 도쿄에 일부분이나마 제법 유사한 형태로 이식되었다. 도쿄를 상상의 아테네로 만들어가던 일제는 스스로의 필요에 따라 쇠잔한 식민지 조선의 심장부에 프로이센 고전주의의 제도적·정치적·공간적·미학적 원리를 이식했다. ― 본문 28~29쪽 2. 근대적 도시공간 서울의 탄생 ― 이 책에서 듣다 서울·베를린·도쿄라는 근대수도의 계보학을 탐사하는 《상상의 아테네, 베를린·도쿄·서울》은 수도 서울의 식민지도시적 성격에 주목함으로써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전체의 성격을 이해하기 위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모더니티와 식민성의 모순을 고스란히 떠안은 채 탄생한 대한민국은 그 태생적 모순을 일제로부터 물려받은 문화민족주의의 논리와 냉전적 반공주의의 창검으로 불식하려 해왔다. 이 가운데 문화민족주의는 민족의 유기체적 통일성을 강조하는 독일적 정신세계에서 발원하여 반혁명적 부국강병을 모색하던 제국 일본의 사상적 본류를 형성한 것으로, ‘문화통치’의 전략적 온기 속에 식민지 조선에도 뿌리를 내렸다. 근대화를 실현할 민족의 주체적 역량을 강조하는 대한민국의 문화민족주의가 식민지 과거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은 뼈아픈 역설이다. 《상상의 아테네, 베를린·도쿄·서울》은 수도 서울의 현실을 넘어서려는 시도이다. ‘모던’하면서 ‘한국적’인 수도란 늘 공염불이었다. 조선총독부 청사가 그 근대적 외관 덕분에 오래도록 민주공화국의 심장부로 군림하다가 갑작스레 식민지 과거의 수치스러운 유산이라며 척결되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이식된 근대문명이 반민족적 내지는 식민주의적 원죄를 지녔음을 알려준다. 물론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서, 존재한 적도 없었던 민족의 성소를 부활시키는 방안은 그저 눈속임에 지나지 않는다. 민족의 성소로 부활한 경복궁은 한국인의 가슴에 사무친 추억의 장소도, 미래한국의 이정표도 아니며 기껏해야 낡은 문화민족주의를 고수하는 박제화된 공간일 뿐이다. 우리가 희망을 걸어야 할 곳은 오히려 치열한 현실의 한복판이다. 이곳에서 우리는 주어진 담론적 질서에 길들여지는 동시에 그것을 은연중에 넘어선다. 베를린-도쿄-서울을 횡단해온 건축과 도시경관은 모더니티라는 특수한 담론 질서가 어떻게 보편적 진리로 관철되고 또 어떻게 물질적 현실과 유리되는지에 대한 증언이다. 일제강점기의 경성 도심부는 이미 1910년대 말이면 근대적 구조와 경관을 상당히 갖추지만 1920년대 중반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계획한 바대로 제 모습을 찾게 되었다. 무엇보다 1926년에 조선총독부 신청사가 제 기능을 시작했고 그보다 한 해 전에는 경성의 전 시가지를 내려다볼 수 있는 남산 중턱에 조선신궁이 완공되었으며 경성의 가장 핵심적인 기간시설로 꼽을 수 있는 경성역이 그보다 며칠 앞서 현재의 서울역 자리에 문을 열었다. 광화문통에서 남대문통으로 이어지는 경성의 핵심축이 완성된 것이다. 경성역이 자리 잡은 일대는 조선시대에는 도성 밖이라 그다지 인구가 많지 않던 곳으로, 용산을 중심으로 형성된 일본인 거주지가 본정 지역으로 확대되는 과정에서 교통의 거점으로 떠올랐다. 이곳에는 1900년 경부선의 역사로 건립된 목조의 남대문정차장이 있었고 1925년 9월 경성역사가 준공되기 이전에 이미 명칭은 경성역으로 바뀐 상태였다. 경인선 개통과 함께 건립되기 시작한 철도역사는 여객보다는 화물 운송용이었고 철도 운영에 직접적으로 필요한 시설만 갖추었던 관계로 인천역사, 남대문정차장, 용산역사 등 모두 규모가 작고 병영식의 조야한 형태에 머물렀다. (…) 철도역사가 옛 도시의 성문에 해당한다고 볼 때 조선시대 도성 한양의 관문이던 숭례문을 옆으로 밀쳐내고 등장한 경성역은 새로운 근대도시의 관문에 다름 아니었다. ― 본문 547~548쪽 3. 기억과 건축이 빚어낸 불협화음의 문화사 ― 이 책에서 보다 《상상의 아테네, 베를린·도쿄·서울》은 한 나라의 수도를 창조하는 데 있어 특정한 지리적 상상과 결부된 기억행위가 주요하게 작용한다. 저자 전진성은 이 점을 주로 건축적·도시계획적 재현을 통해 규명하고 있다. 건축과 도시계획은 공학적 기술이기에 앞서 하나의 담론이자 정치적 테크놀로지이다. 흔히 ‘중앙청’이라는 이름으로 기억되는 옛 조선총독부 청사는 베를린의 심장부를 수놓았던 건축가 프리드리히 싱켈의 장엄하고 강직한 건축기풍을 고스란히 투영했다. 싱켈이 상상했던 아테네가 국왕과 신민이 일체화되는 프로이센식 권위주의 국가의 이상을 내포했던 만큼, 그러한 과도한 상상력이 식민지 조선에까지 여파를 남긴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대륙을 뛰어넘어 얽혀진 근대 수도의 계보학은 도시 간의 관계사나 영향사를 넘어 건축적 재현을 포함하는, 도시에 대한 담론의 형성에 주목한다는 점에서 문화사적 접근이라 할 수 있다. 《상상의 아테네, 베를린·도쿄·서울》은 상상의 아테네라는 담론의 기저에 놓여 있던 보다 근본적인 담론을 문제 삼는다. 이른바 ‘모더니티’ 내지는 ‘근대’라는 이름으로 포괄되는 가공할 담론은 유럽의 변방국이던 프로이센 왕국과 극동의 메이지 일본, 그리고 이후 식민지 조선 모두에게 혁명적 변화를 요구하는 동시에 그것을 억누를 반혁명의 논리마저 제공했다. 그것은 위기이자 기회였다. 상상의 아테네는 권위주의 국가 프로이센을 ‘모던’하게 치장하는 역할을 수행했으며 일제의 식민지에서는 무조건적으로 타당한 ‘근대문명’의 모습으로 관철됨으로써 식민지 피지배자들의 거부 의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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