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문학상, 문지문학상, 젊은작가상 수상작 수록!
백수린 세번째 소설집
인생의 여름 안에서 마주하는 불가해不可解라는 축복
비로소, 기어코 나의 작은 세계를 벗어나는 이들의 눈부신 궤적
소설집 『폴링 인 폴』 『참담한 빛』, 중편소설 『친애하고 친애하는』 등을 통해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한 백수린. 대체 불가능한 아름다운 문장과 섬세한 플롯으로 문단과 독자의 신뢰를 한몸에 받아온 백수린이 세번째 소설집 『여름의 빌라』를 선보인다. 현대문학상(「아직 집에는 가지 않을래요」), 문지문학상(「여름의 빌라」), 젊은작가상(「고요한 사건」 「시간의 궤적」) 수상작을 한 권에 만나볼 수 있는 『여름의 빌라』는 오직 백수린만이 가능한 깊고 천천한 시선으로 비로소-기어코 나의 작은 세계를 벗어나는 이들의 눈부신 궤적을 담은 작품집이다.
“머뭇거리면서, 주저하며 나아가는 날들 중 언젠가 내 글에도 아름다움이 깃들기를” 바라던 『폴링 인 폴』의 시절, “사라진 이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흔적을 애틋한 마음으로 주워모으는 사람이 되”기를 바랐던 『참담한 빛』의 세계를 고스란히 품은 채 『여름의 빌라』에 당도한 작가는 이제 “성급한 판단을 유보한 채 마음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직시하고 찬찬히 기록”(‘작가의 말’)하기를 소망한다. 2016년 여름부터 2020년 봄까지를 갈무리한 총 여덟 편의 이야기 속엔 작가의 눈앞과 마음 안에서 펼쳐진 풍경을 직시한 파노라마가, 인생의 여름 안에서 마주하는 ‘불가해’라는 축복이, 한 겹의 베일을 걷어내면 더할 나위 없이 우아한 생의 이면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인생의 불가사의에 대해 가장 우아하게 말하는 법.
그런 걸 찾는다면 이 소설을 읽어야 한다. _박연준(시인)
이제 백수린의 소설은 두 팔을 뻗어 자신이 스스로 단련한 근육을 통해
모어와 모국, 모성의 세계의 불균질함까지 나아간다. _김금희(소설가)
백수린 소설의 화자는 모름지기 조심스럽다. 이 사려 깊은 인물들이 지나온 “결정적인 한 장면”(「고요한 사건」)을 둘러싼 계절과 세월을 함께 좇아가보는 일이 그의 소설을 읽는 주요한 독법이자 체험일 것이다. ‘결정적인 한 장면’이란 그저 작가가 그려내는 클라이맥스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오히려 자신의 최선으로 사려 깊었기에 피치 못한 시차視差와 사각死角을 ‘이제 와’ 되짚고 대면하는 여정에 더욱 가깝다. 표제작 「여름의 빌라」와 「시간의 궤적」은 그때는 미처 보지 못한 이면의 진실이 오랜 시차를 두고 당도하는 이야기다. 서로 다른 삶의 조건을 가진 ‘나’와 ‘언니’(시간의 궤적」), ‘주아’와 ‘베레나’ 부부(「여름의 빌라」)가 일식하듯 포개어졌다 다시금 멀어지는 과정을 반추하며 비로소 생생한 과거에 다다르는 과정을 작가는 그려낸다. 선명한 상실의 감정 앞에서 단절이 아닌 마주하는 용기를 택하는 소설 속 화자들에게 상실은 더이상 상처가 될 수 없다.
모국에서든 이국에서든 유배의 감각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화자들, 이를테면 ‘전학생’ ‘아시아인’ ‘여성’으로서 내 안의 소수자성을 끊임없이 인식하고 제 위치를 살피는 백수린의 화자들에겐 딛고 선 모든 땅이 언제나 이국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그 경계는 쉬이 지워지지 않지만, 내 안의 이인異人을 부단히 인식하는 인물들은 타자의 삶을 예단하는 대신 자신의 삶으로 들여놓으며, 반대로 감히 타인이 되어보기를 경계하기에 고독해지는 인물이 탄생하기도 한다. 재개발지역에 불시착한 듯한 한 가족과 그 속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나의 고독과 한계를 한 폭의 정물화로 그려낸 「고요한 사건」, 어느 밤 힘겨워하는 노인을 돕는 ‘착한 일’이 초래한 비극으로 자꾸만 그날로 되돌아가는 한 남자를 그린「아주 잠깐 동안에」에는 작가가 오래도록 천착해온 경계의 윤리가 촘촘하게 구현되어 있다.
한편 「아직 집에는 가지 않을래요」는 이번 소설집 안에서도 “아주 우아하게 다른 방향으로 결을 뻗은 놀라운 작품”(김금희)이다. 모체에 가두어져 있던 욕망이 서서히 발화하는 과정을 담은 이 소설은 아주 낯선 아름다움을 목도하는 작품이 될 것이다. 또한 「폭설」 「아직 집에는 가지 않을래요」 「흑설탕 캔디」는 백수린이 그리고자 하는 여성과 여성의 욕망을 이채롭게 변주한 삼부작으로도 읽힌다. 더이상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 것이 아닌, 이제는 거울이 필요 없는 “자신의 인생을 특별한 서사”(「흑설탕 캔디」)로 다시 쓰는 여성들의 우아한 여정이 이 소설들엔 담겨 있다. 소설집의 마지막에 실린 「아카시아 숲, 첫 입맞춤」은 백수린의 한 시절을 닫는 소설로 부족함이 없다. 과거와 현재를 이음매 없이 오가는 한없이 서정적인 문장 속에서 순수와 도발을 넘나드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한 시절 역시 “내가 상상할 수 없는 일들로 이루어진 매혹적인 서사”로 채워질 것이다.
“어떤 이와 주고받는 말들은 아름다운 음악처럼 사람의 감정을 건드리고,
대화를 나누는 존재들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낯선 세계로 인도한다는 사실”
이제 그는 선량한 호기심으로 나와 타인을 가르는 경계선들을 세심하게 살핀다. 복잡한 갈등을 외면하지 않은 채로 공존의 공간을 모색하면서 말이다. (…) 낙관이나 비관으로 섣불리 기울어지지 않고, 손쉬운 납득을 위해 인물을 납작하게 그리고 싶은 유혹을 떨치면서 계속 이야기를 써나가겠다는. 백수린의 이야기가 지금의 우리에게 필요한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_황예인(문학평론가), 해설 「나의 작은 세계에서 벗어나서」에서
백수린 소설의 화자들은 더이상 여리거나 약하지 않다. 그들은 누구보다 기민하게 세계의 변화를 감지하고, 천천히 균열을 직시하며, 관계의 어긋남을 아프게 헤아린다. 그 예민함으로 외면을 택하기보다 공존을 모색하기에 조용하게 단단해진다. 손쉬운 이해나 혐오에 빠지지 않고 사랑으로 이행하려는 이의 행보와 입술은 언제나 무거울 수밖에 없으리라. 그렇기에 백수린이 그려내는 제자리를 찾아가기 위한 흔들림의 자취, 고요한 열정은 언제나 아름다움과 숭고함을 동반한다.
맑은 눈으로 세상을 응시할 때 담기는 풍경, 그리하여 너머와 다음을 예비하는 시선에는 때론 결기마저 서려 있다. 명쾌한 이치를 제시하기보다 복잡하게 아름다운 세계를 찬찬히 기록하려는 반짝이는 눈동자는 빛으로 형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시간 사이에 징검돌을 놓는 듯한 섬세한 문장과 그것보다 더욱 촘촘하게 직조한 감정의 플롯은 비좁은 나의 세계에서 벗어나도록 우리를 인도할 것이다. 상처와 과오를 기꺼이 꺼내 보이는 용기는 낯설지만 더 넓은 세계로 데려다놓는 길이 된다. “상서로운 눈이 내린다던 소설小雪의 밤”(「고요한 사건」)에서 소서小暑의 여름의 빌라에 이르기까지, 그 길에서 만나는 애틋함도 슬픔도 기쁨도 불가해함도 모두 축복이 되기를.
윤오
5.0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 나는 당신이 안온한 혐오의 세계에 안주하고픈 유혹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사랑 쪽으로 나아가고 분투하는 사람이라는 걸 안다. 그리고 나는 이 여름, 그런 당신의 분투에 나의 소설들이 조금이나마 힘이 되어줄 수 있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바라고 있다. 작가의 말 중에서 올 여름 내가 가장 사랑할 책이다.
성유
4.0
사람은 어째서 이토록 미욱해서 타인과 나 사이에 무언가가 존재하기를 번번이 기대하고 또 기대하는 걸까요.
석미인
3.5
나는 위선의 뜻이 가짜 착함이란 게 아직도 어색하다. 당신과 나 사이를 [위해 그어놓은 선] 같은. 그런 거라 생각했었는데...
서재나리
4.5
여덞개의 단편 중 《흑설탕 캔디》와 《아카시아 숲, 첫 입맞춤》이 제일 좋았다. 백수린작가의 소설은 처음 접했다. 눈앞의 풍경을 그대로 글에 옮겨놓은 듯한 생생한 묘사에 마치 그림을 보는 느낌으로 책장을 넘겼다. '이게 바로 문학작가다'라고 온몸으로 내뿜는 섬세한 글도 글인데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를 직시하는 작가의 온기어린 시선이 마음을 몇번이나 건드렸는지 모르겠다. "예상치 못했던 일이 주는 즐거움. 계획이 어그러진 순간에만 찾아오는 특별한 기쁨. 다 잃은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으면 어느새 한여름의 유성처럼 떨어져내리던 행복의 찰나들."-흑설탕캔디中 이런 즐거움과 기쁨은 뭐니뭐니해도 타인과 엮일 때 가장 강렬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MSG 없는 음식이 건강엔 좋아도 좀 싱겁듯, 혼자서도 얼마든지 즐거울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과 부딪히다 보면 생각지 못한 자극을 받게 되고, 강도에 따라 그 순간이 살아가면서 계속 돌아보게 만드는 추억이 된다. 할머니가 프랑스에서 만난 피아노치는 이웃과의 나날이 그랬고, 날티로 무장한 학교친구와의 은밀한 하굣길 대화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어차피 삶은 혼자 살아가는거라고 매번 센척 하지만 사실 누구보다 사람과의 부대낌을 소중히 하는 내게 그것이 절대 헛된 기대가 아니라고 말하는 책이다. 마지막까지 곁에 남아있는 인연이 아니라면 큰 의미 없다 생각했던 적이 있다. "무엇이든 선택을 할 때면 그 대가로 미래를 지불해야 하는줄 몰랐던 천진난만한 날들이 이미 가마득히 멀어졌음"을 체감하던 시기, 관계에 대한 기대감보단 시작도 전에 회의감부터 밀려오던, 아직 한참 애기였으면서 스스로 어른이라며 괜히 시니컬해지던 때가 있었다. 물론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전체 인생을 놓고 봤을 때 함께였던 순간이 찰나에 불과해도 그 수많은 찰나들이 삶을 채운다는걸, 또 누군가와 잠시라도 유대감을 나눈다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이젠 알기 때문이다. 게다가 살면서 잠시 머물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날텐데 마지막에 옆에 있는 사람들만 의미가 있다면 삶에 무의미한 부분이 너무 많아진다. 그건 너무 슬프지 않은가. 그 '찰나의 순간'들이 결코 하찮지 않음을 말하는 책이라 좋았다.
simple이스
4.0
긍정, 부정을 아우른 다양한 감정 안에서 장마 뒤 무지갯빛처럼 스며드는 공감.
134340
3.5
진실을 드러내는 따뜻한 방식
Dongjin Kim
4.0
"우산을 써봤자 아무 소용도 없는 비였다. 언니는 이내 우산을 접더 니 비를 쫄딱 맞은 채 나에게 빗속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그리고 우리는 폭우 속을 달렸다. 웃음을 터뜨리면서. 머지않아 거짓말같이 비가 그치고 해가 날 거라는 사실엔 관심조차 없는 사람들처럼. 지금도 그날을 추억하면 빗속을 뛰어가는 언니와 나의 모습은 손끝에 닿을 듯 생생하고, 그러면 나는 어김없이 울고 싶어진다." (「시간의 궤적」, 39쪽) '여름' 하면 생각하는 것들이 몇 가지 있다. 김금희와 김애란의 소설들과 산문이라든가, 아니면 <싱 스트리트>나 <벌새>나 <걸어도 걸어도> 같은 영화들, 그 외 더 언급해두기에 크고 작은 사소함과 갖가지 애정과 기억들이 담긴 여러 작품들. 그 계절의 목록에 백수린의 『여름의 빌라』를 올려볼 수 있을 것 같다. 여름을 기억하게 될 몇 개의 아름다운 순간들을 문장으로 얻었다.
혜인
5.0
짐승을 한 마리도 치지 않고 빠져나올 수 있었으니 우린 참 운이 좋구나. /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기댈 수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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