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니라 그가 나의 꽃

이원하
22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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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후 첫 시집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를 펴내며 신선한 시와 독보적 재능으로 이름을 알린 이원하 시인의 첫 산문집. 시인이 되기 위해 제주로 내려가 살면서 외로움과 고독 속에서 시를 쓴 시작기詩作記이자 동시에 사랑하는 상대에게 전하는 고백과도 같은 산문들이 낱낱이 담겨 있다. 한 편 한 편의 산문들은 시인이 쓴 한 편 한 편의 시와 결을 같이 하면서도 산문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보다 솔직하고 내밀한 이야기들이다.우리는 사랑 앞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까. 모두가 다 전문가처럼 매뉴얼을 다 열어본 것처럼 사랑하면 좋겠지만, 사랑은 할 때마다 매번 처음이라서 우리는 어렵고 서툰 모습을 보이고 만다. 오늘은 말하겠다고 결심하지만, 고백은 내내 입술에만 머무르고 마음과 행동이 따로 논다. 그러곤 돌아와서 그날의 일들을 곱씹어보며 진심을 되짚는다. 시인 역시 그랬다. 그의 앞에서 하지 못한 말들은 쌓여만 가고 표현하지 못한 진심들이 흩어질까 고스란히 글에 담았다. 시인이 때론 혼잣말로 때론 연서로 때론 속삭이듯이 써내려간 글의 사이사이는 시인이 머무른 공간에서 직접 눈에 담고 찍은 사진들이 마치 책 사이에 끼워진 꽃잎처럼, 책갈피로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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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동경은 편지조차 할 줄 모르고눈 감으면 나방이 찾아오는 시간에 눈을 떴다서운한 감정은 잠시라도 졸거나 쉬지 않네요당신이 꽃으로 글을 쓸 때 나는 당신으로 시를 쓰지요동쪽에서 서쪽으로 이어진 긴 하루의 동선여전히 슬픈 날이야, 오죽하면 신발에 달팽이가 붙을까조개가 눈을 뜨는 이유 하나 더바다는 아래로 깊고 나는 뒤로 깊다이 시계는 느리게 가니까 다른 걸 쳐다보라고 했어요입에 담지 못한 손은 꿈에나 담아야 해요섬은 우산도 없이 내리는 별을 맞고한입 크기의 연어 조각으로 오늘을 지우고 싶어코스모스가 회복을 위해 손을 터는 가을필 꽃 핀 꽃 진 꽃첫 눈물을 흘렸던 날부터 눈으로 생각해요약속된 꽃이 오기만을 기다리면서 묻는 말들아무리 기다려도 겨울만 온다더 중요한 건 말하지 않아도 돼싹부터 시작한 집이어야 살다가 멍도 들겠지요선명해진 확신이 노래도 부를 수 있대요네팔에서의 밤들네팔에서의 날들빛이 밝아서 빛이라면 내 표정은 빛이겠다빈 그릇에 물을 받을수록 거울이 넓어지고 있어요바다를 통해 말을 전하면 거품만 전해지겠지풀로 뒤덮인 길과 팔짱을 끼던 날이었어요마음에 없는 말을 찾으려고 허리까지 다녀왔다동백은 예쁘고 할말을 숨긴 소녀그는 나보다 아름다워요그늘을 벗어나도 그게 비밀이라면귤의 이름은 귤, 바다의 이름은 물가만히 있다보니 순해져만 가네요하고 싶은 말 지우면 이런 말들만 남겠죠장미가 우릴 비껴갔어도 여백이 많아서 우린 어쩌면참고 있느라 물도 들지 못하고 웃고만 있다비어 있는 모든 집들은 그가 사는 집이다나는 바다가 채가기만을 기다리는 사람 같다나무는 흔들릴 때마다 투명해진다풀밭에 서면 마치 내게 밑줄이 그어진 것 같죠제주를 떠나 있어 보려고요‘부다페스트’라고 발음하면 어떻게 들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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