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방향

김유림 · Poem
19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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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현대시학」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시인 김유림의 첫 시집이 '민음의 시' 263번으로 출간되었다. 김유림 시인의 첫 시집 <양방향>은 끊임없는 내레이션으로 이루어진 영화, 혹은 꿈속의 일과 현실의 일을 이어 쓴 일기 같다. 시편마다 회상과 상상, 장면과 독백이 풍성하게 담겨 있어 홍학으로 크로켓 경기를 하고 식빵 나비가 날아다니고 카드 병정이 걸어 다니는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연상케 하기도 한다. 김유림이 만든 시의 나라에서는 생각이 장면을 뜨개질하고, 문장은 경쾌한 발걸음으로 산책을 다닌다. 그런 나라에서 '사과'나 '흰 접시' 같은 단어들은 전에 없이 낯설게 느껴진다. 걷는 길과 머무는 시간은 한 방향이 아닌 양방향으로 흐른다. 과거와 미래, 왼쪽과 오른쪽, 안과 밖, 나에게 그리고 당신에게. 산책로가 미로가 되고 생각이 나라가 되는 곳. 시집 <양방향>은 그곳으로 독자를 초대하는 편지다. 이제, 우리 모두 수신인이 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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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1부 죽음과 티코 13 103호 몽테뉴브릭 14 프랑스 마레 지구 16 앙코르 와트 19 해송 숲 22 수영해 들어간다 24 산업과 운명 26 사랑과 꿈과 야망 29 푸른 바다 면도기 32 건넌다 34 하나의 사랑 37 미래의 돌 42 아마 은하철도 44 당신의 K. 46 이 상자 안으로 오이가 들어올 것이다 48 2부 이 상자 안으로 양이 들어올 것이다 53 모래 바구니 56 드가가 드가에게 58 재생 주택 60 부메랑 64 도둑맞은 편지 66 추신: 뒤에 덧붙여 말한다는 뜻으로, 편지의 끝에 더 쓰고 싶은 것이 있을 때에 그 앞에 쓰는 말. 69 행복 같은 것 72 재활용 74 해는 머리에서 머리까지 77 벤치의 앉은 역사 80 문제의 문제 83 공원이 아닌 나무 세 그루 86 확실히 서울 89 의복의 앉은 역사 92 쉬는 방법 94 3부 모자가 두 번 삼킨 보아뱀 101 유리코끼리 같아 107 유리코끼리 같아 109 창문이 아니라면 말한다 112 유리코끼리 같아 114 유리코끼리 같아 118 오늘의 쌓기 121 들어간다 124 고요한 밤 126 4부 봇의 이야기와 편지 131 J. 베이비 134 대화엔 길이 있다 136 에버랜드 일기 139 화가의 얼굴 142 물건의 미래 144 흑백 147 당신의 K. 150 양방향 152 옥탑방의 마무리 155 작품 해설 조재룡 미로의 미래 ― 생각, 그리고 편지의 탄생 159

Description

생각이 살아 움직이는 이상한 시의 나라 마르지 않는 이야기로 가득한 시의 미로 2016년 《현대시학》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시인 김유림의 첫 시집이 민음의 시 263번으로 출간되었다. 김유림 시인의 첫 시집 『양방향』은 끊임없는 내레이션으로 이루어진 영화, 혹은 꿈속의 일과 현실의 일을 이어 쓴 일기 같다. 시편마다 회상과 상상, 장면과 독백이 풍성하게 담겨 있어 홍학으로 크로켓 경기를 하고 식빵 나비가 날아다니고 카드 병정이 걸어 다니는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연상케 하기도 한다. 김유림이 만든 시의 나라에서는 생각이 장면을 뜨개질하고, 문장은 경쾌한 발걸음으로 산책을 다닌다. 그런 나라에서 ‘사과’나 ‘흰 접시’ 같은 단어들은 전에 없이 낯설게 느껴진다. 걷는 길과 머무는 시간은 한 방향이 아닌 양방향으로 흐른다. 과거와 미래, 왼쪽과 오른쪽, 안과 밖, 나에게 그리고 당신에게. 산책로가 미로가 되고 생각이 나라가 되는 곳. 시집 『양방향』은 그곳으로 독자를 초대하는 편지다. 이제, 우리 모두 수신인이 될 차례다. ■‘아는 단어’를 무너뜨리는 도미노 로레알 르 엑스트라오디네어 벨벳 라커 103호 몽테뉴브릭 입술에 발라 보았습니다 창백한 내 얼굴에 벽돌을 발라 넣자 화사해 보입니다 몽테뉴가(街) 벽돌로 쌓은 주택 1층 03호에 사는 아득한 사람 같습니다 아침마다 다른 세기에 눈뜨는 꿈을 꾸는 사람 같습니다 거리가 이만큼 벌어집니다 -「103호 몽테뉴브릭」에서 김유림의 시는 주로 차분한 진술로 시작한다. 마술사가 놀라운 마술을 보여 주기 전 태연한 표정을 짓는 것처럼. “로레알파리 르 엑스트라 오디네어 벨벳 라커 103호 몽테뉴브릭 입술에 발라 보았습니다”하고 시작하는 시처럼. 그러나 시인은 차분한 목소리로 우리를 깜빡 속이고는 줄줄 흐르는 생각의 급류를 태워 우리를 아는 곳으로부터 “다른 나라”, “다른 세기”만큼 멀리 보낸다. 상상의 거리는 벽돌색 립스틱에서 파리의 겨울만큼 벌어진다. “입술에 대고 손가락을 더듬자 벽돌이 묻어납니다 더, 더듬어 가서 열쇠를 꽂으면 이국의 언어가 방주처럼 떠다니는 103호”(「103호 몽테뉴브릭」)까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와르르 무너뜨리는 김유림의 시들은 도미노 같기도 하다. 우리는 시에 등장하는 하나하나의 낱말들, 사물의 이름은 여지없이 잘 알고 있으나 시를 다 읽고 난 뒤에는 알쏭달쏭한 기분이 된다. 정말 내가 알고 있던 그것이 맞는지 의심하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돌파해야 할 게임이 아니라 놀이에 가까워서, 우리는 단지 김유림의 트릭에 기꺼이 빠져 들면 된다. ■메모 같지만 대화, 독백 같지만 편지 돌다리를 두드리려면, 집에서 나와 냇물을 찾아가야 하고 물살이 세지 않아야 하고 예상치 못한 폭우가 내리지 않아야 한다 이 세 가지 경우를 전부 충족하는 경우는 드물다 자가용이 있어야 하고 하다못해 자전거가 있어야 한다 돌다리를 두드리려면 얕고 잔잔한 냇물에 누군가가 돌다리를 이미 놓았어야 하고 돌을, 되도록 평평한 돌을 이고 와서 소매와 바지를 걷고 물속으로 걸어 들어갔어야 한다 -「건넌다」에서 시집 『양방향』은 한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 같지만 가만히 귀 기울여 보면 여럿이 수런거리는 듯한 시편들로 채워져 있다. 곰곰이 읽다 보면 그 수런거림은 다름 아닌 독자인 우리가 시의 문장을 읽는 동안 되묻거나 맞장구를 치고 있기 때문이라는 상상도 가능하다. 시인은 촘촘히 겹치며 나아가는 문장을 쓰는데, 사이사이 우리가 물음표를 찍고 맞장구를 칠 자리를 만들어 놓는 것을 잊지 않는다. 수록 시 「건넌다」는 언뜻 보면 ‘돌다리를 두드리는 방법’에 대한 메모처럼 보이지만, 누군가가 “돌다리 두드리려면 어떻게 해?”하고 물어서 시작된 대화 같기도 하다. 또? 그래서? 그러면? 그렇지 않을 땐? 하고 이어지는 긴 문답. 이 대화는 유쾌하고 독특하면서도 지금 대화를 나누는 우리의 안부를 미세하게, 들키지 않게, 걱정해 주는 것 같기도 하다. 사소하고 자잘한 일상을 기록하다가 머나먼 과거와 오지 않은 미래 사이, 언젠가의 우리에게 안부를 묻는 엉뚱하고 다정한 편지. 시인은 편지 같은 시를 쓰며 제안한다. 우리 서로를 알아가 보자고. 복잡한 마음을 한번 나눠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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