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비평들

김성원 and 3 others
24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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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중반 한국에 싹을 틔운 '기계비평'의 지평을 가늠하는 <기계비평들>이 출간되었다. 이 책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고장 난 스마트폰을 고치는 데는 아무 소용이 없을 수 있으나, 통신사 약정 만료 기간이 닥칠 때마다 이상이 생기는 이 기계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넘어가는 무감각한 시민이 되지 않기 위한 안내서라 할 수 있다. 더욱 중요하게는, 2010년대 끝자락 곳곳에서 들려오는 기계들의 경고음을 들을 수 있게 해주는 학습 예제집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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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서문: 기계를 구해야 합니다 고립된 배: 세월호라는 기계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 전치형 수리공은 왜 선로 안쪽에 들어가야만 했나?: 구의역 사고의 내러티브와 기계비평 / 김성은 노량진 학습 유충의 테크노스케이프 / 임태훈 저항을 위한 무기의 잊힌 기억 / 김성원 철도, 기대와 기만의 규율적 테크놀로지 / 장병극 항모 민스크호는 왜 테마파크가 되었나?: ‘매뉴얼’의 내러티브와 기술 지배 / 강부원 제작자, 제작 공간, 운동 / 언메이크 랩 에필로그: 한국 기계비평이 걸어온 길, 그리고 미래 / 강부원

Description

2000년대 중반 한국에 싹을 틔운 ‘기계비평’의 지평을 가늠하는 『기계비평들』이 출간되었다. 이 책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고장 난 스마트폰을 고치는 데는 아무 소용이 없을 수 있으나, 통신사 약정 만료 기간이 닥칠 때마다 이상이 생기는 이 기계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넘어가는 무감각한 시민이 되지 않기 위한 안내서라 할 수 있다. 더욱 중요하게는, 2010년대 끝자락 곳곳에서 들려오는 기계들의 경고음을 들을 수 있게 해주는 학습 예제집이라 할 만하다. 세월호, 구의역 스크린도어, 태안화력발전소 컨테이너벨트... 기계가 보내는 경고에 귀 기울이고, 위기에 처한 기계를 구해야 한다 한국에서 기계비평은 2006년 이영준이 펴낸 『기계비평』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문학의 정체성을 지키는 동시에 융합적 새 인문?사회과학의 가능성을 실제로 열어 보여준 기념비적 저작”(천정환)이라는 평에서 알 수 있듯, 기계비평은 그동안 학제적 경계나 분과에 닫혀 있던 비평에서 벗어나 인문학자가 실제로 기계 속으로 걸어 들어가 그 작동을 경험하고 비평가의 눈으로 기계와 인간, 사회와의 접면을 성찰한 글쓰기였다. 『기계비평들』을 기획한 임태훈은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의 상쾌한 충격도 잊을 수가 없다. 이런 재기 발랄한 작업이 한국 비평계에서 시도된다는 것이 기뻤다”고 하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이 시대의 기계 문화를 이야기하면서 함부로 웃을 수 없다”고 말한다. 아마 그 분기점은 2014년의 세월호 참사일 것이다. 심각한 통신 장애와 금융 서비스 중단을 불러일으킨 KT 통신망 화재, 42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고양시 배관 파열, 198명의 승객을 태운 KTX 열차 탈선, 고 김용균 씨가 참변을 당한 태안화력발전소, 3명이 사망한 한화 대전사업장 폭발까지... 이 모든 사고들이 이 책 『기계비평들』을 마무리하는 길지 않은 몇 달간 벌어진 일이다. 문제는 비슷한 사고가 앞으로도 벌어질 게 자명하다는 사실이다. 더 이상 기계와 인간, 기계와 사회를 분리해 생각할 수 없는 세상에서 기계가 문제를 일으킨다면, 그건 사회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임태훈의 말처럼 “지금은 인간도 기계도 처절히 실패하고 있는 시대다. 이렇게 살아가는 것을 긍정해선 안 된다. 이 시대의 아이들이 겪게 될 기계기는 달라져야 한다.” 기계의 비밀은 폭로되어야 하고, 은폐된 기술은 해방되어야 한다 이 책은 세월호로부터 시작한다. 외부 집필위원 중 한 명으로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종합보고서 초안을 작성한 전치형은 「고립된 배: 세월호라는 기계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서 소위 세월호 ‘교통사고론’이 어떤 방식으로 세월호를 우리 사회로부터 고립시키려 했는지, 바다 위로 떠오른 세월호를 세상과 연결하는 일이 왜 여전히 필요하고 중요한지, 신뢰가 무너진 기계의 실패가 한 사회의 실패로 이어질 때 우리는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 묻는다. 김성은의 「수리공은 왜 선로 안쪽에 들어가야만 했나?: 구의역 사고의 내러티브와 기계비평」은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목숨을 잃은 고 김 군의 사망이 ‘위험의 외주화’로 인한 사회적 타살이라는 큰 틀에 동의하면서도, 그를 둘러싼 더 두터운 내러티브를 살펴야만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다층적 맥락이 드러난다는 점을 밝힌다. “장애물검지센서, 지하철 운영 시스템, 고정된 광고판을 포함한 사건의 내러티브는 피해자의 사망을 더 폭넓은 방식으로 조명한다. 이 글의 문제의식과 방법론이 태안발전소 고 김용균 사건에 대한 우리 사회의 반성과 대책을 고민하는 일에도 닿을 수 있길 바란다. 임태훈의 「노량진 학습 유충의 테크노스케이프」는 경쟁률이 244.7 대 1에 달하는 공무원 시험 쏠림 현상에 대한 비평이면서, 노트북과 스마트폰에 머리를 파묻고 인터넷 강의를 수강하는 수험생의 삶에 대한 분석을 담았다. ‘학습 유충’이라는 단어는 1964년에 뉴욕세계박람회에 전시된 자동화된 학습 기계 모델에 대한 루이스 멈포드의 비판에서 따왔다. 『기계의 신화(The Myth of the Machine)』(1967)의 저자에게 이 기계는 가장 음흉하고 악랄한 통제 장치로 보였다. 불행히도 이 기계는 21세기 한국 사회에서 전성기를 맞이했다. 임태훈은 단기펜, 쫙펜 등으로 대표되는 에듀테크 시장의 최신 트렌드를 비판하면서, ‘학습 노동자’로서의 각성을 공시생들에게 촉구한다.” 김성원의 「저항을 위한 무기의 잊힌 기억」은 경찰의 인도를 받으며 청와대 인근까지 시위대가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고 진출할 수 있는 지금에야 비로소 가능해진, “기술 문화 비평만이 아니라 근현대의 시민운동사를 연구하는 연구자들에게조차 금기시됐던 기계에 관한 이야기다. 거대한 폭력에 저항하는 이들이 손에 잡아 든 무기에 대해 말하는 것은 아직도 위험하고 민감한 주제다. 이 글에는 돌, 몰로토프 칵테일(화염병), 페달 펌프로 만든 화염방사기, 박카스 병 사제 폭탄, 민주박격포” 같은 기계가 잔악하기 그지없던 공권력의 폭력에 맞서 만들어졌던 맥락을 복원한다. “장병극의 「철도, 기대와 기만의 규율적 테크놀로지」는 이영준의 『기계비평』을 향한 정격의 헌정을 담은 글이다. 철도 문화사 연구자인 장병극은 가족사의 이력부터 예사롭지 않다. 조부는 영주 공작창에서 일했고, 부친은 30년간 철도 공무원으로 근무했다. 어릴 때부터 기차와 함께 살았다. 장병극은 이영준이 『기계비평』에서 말했던 ‘철도 테크놀로지의 불연속성’이라는 개념을 계승한다. 이것은 기억의 단절을 의미한다. 120여 년의 한국 철도 문화에 부재한 기억들을 복원하고 그것들을 연결하는 작업을 위해선, 철도가 이 땅에 처음 등장한 이래로 어떤 기대를 받았고, 그 기대가 어떻게 기대로만 남으며 대중을 기만했는지” 드러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강부원의 「항모 민스크호는 왜 테마파크가 되었나: ‘매뉴얼’의 내러티브와 기술 지배」는 기계에 대한 국가와 자본의 점유가 집중된 ‘매뉴얼’의 문제에 주목한다. 구소련의 주력 항공순양함이었던 노보로시스크호와 민스크호가 처분되는 과정을 추적하며, 항공모함의 거대한 물성에 맞먹는 매뉴얼의 위상을 분석한다. 모든 기계와 기술은 기능과 원리를 설명하는 매뉴얼의 언어와 사회적 맥락에 얽힌 담론의 언어를 중층에 깔고 있다. 때로는 이러한 언어가 기계의 실체를 압도할 만큼 존재감이 과잉될 때가 있다. 강부원이 항모 민스크호의 해체 과정에서 발견된 매뉴얼을 통해 이 문제를 분석했다면, 언메이크 랩(최빛나, 송수연)의 「제작자, 제작 공간, 운동」은 박근혜 정부 시절의 창조 경제와 4차 산업혁명론에 힘입어 잠시 주목받았다 수그러든 메이커 운동의 허장성세를 비판한다. 언메이크 랩은 국내에서 제작자 운동을 선도했으며, 현재도 쉬지 않고 재기 발랄한 작업을 내놓으며 자가발전 중인 그룹이다. 이들이기 때문에 이 글의 따끔한 지적은 더욱 소중하다. 지난 정부의 정책적 얼개에 제작자 운동이 겨냥되면서, 활동가들의 자생적 활기는 정부의 탑다운 정책에 포획될 때마다 급속하게 소진됐다. 이 글은 정부 정책의 대리 시행사 역할에 멈춘 제작자 운동에 시효 만료를 선언한다. 제작자 운동은 정치적 슬로건에 복무하는 비루한 그림 만들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소년기에 접어든 기계비평의 미래 에필로그 「한국 기계비평이 걸어온 길, 그리고 미래」에서 강부원은 “무르익었다고도 혹은 척박하다고도 할 수 있는” 2000년대 중반 한국에서 기계비평이 출현할 수 있었던 사회적, 학문적 배경을 검토하면서 “기계에 대한 사유를 비평적으로 확장하는 작업의 실천이자 산물”로서 기계비평이 그동안 성취한 바를 중간 점검하고, 보완할 점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임태훈이 말한 대로 이제 겨우 소년기, 즉 질풍노도의 시기에 접어든 기계비평은 “우리 삶과 세계를 빼곡히 채운 기계와 기계들의 질서를 궁구하여 더 나은 삶의 실천에 닿고자 하는 노력”으로서 “자본의 힘에 휩쓸려 살지 않으려는 시민 됨의 공부법이 될 수 있다. 이 책의 핵심 목표는 그 공부를 위한 예제집”이자 앞으로 등장할 더 풍성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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