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때와 죽을 때

황학주 · Poem
10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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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시선' 372권. 1987년 시집 <사람>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래 독특한 어법과 돌발적인 비유로 한국 서정시에 다채로움을 더한 개성적인 시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황학주 시인의 열번째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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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제1부 얼어붙은 시 그렇게 협소한 세상이 한사람에게 있었다 무덤으로 쓰다 겨울 여행자 백야 사랑할 때와 죽을 때 보내는 마음 바람의 분침 말한다, 나의 아름다운 우주목 받아적으면 소설이여, 그녀가 말했다 계단 높은 방 감자꽃 따기 입술 곳과 것 반지하의 눈 해변의 소 제2부 만년(晩年) 맑은 개천처럼 아란의 정오 아란을 돌아나와 아란에 닿다 아란, 흰 그림자 지는 절벽 입술은 흐릿하게 그 저녁에 암흑성(暗黑星), 투명 달맞이 고개 짝 내세(來世) 살구 떨어뜨린 살구나무처럼 올로마이야나와의 여행 목포 고흥 고향 필동 제3부 낙과의 꼭지 어느날 입에 봉지를 대고 울었다 연근,이라는 말의 뿌리는 많은 잠깐들 올리브나무에 스미는 저녁 직전 평면의 그림자 진학 망원 막차는 떠나고 나는 지나가야 한다 하얀 평일 비 오는 날, 희망을 탓했다 족발 먹는 외로운 저녁 싸이드미러 속의 바다 길고양이 벽돌 붕괴의 얼굴 우물터 돌 어떤 배웅 발문|송재학 시인의 말

Description

사랑과 상처의 아름다운 무늬, 고즈넉한 서정의 풍경 1987년 시집 『사람』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래 독특한 어법과 돌발적인 비유로 한국 서정시에 다채로움을 더한 개성적인 시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황학주 시인의 열번째 시집 『사랑할 때와 죽을 때』가 출간되었다. 『某月某日의 별자리』(지혜 2012) 이후 2년 만에 새롭게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사랑과 슬픔과 고독이 뒤섞인 고즈넉한 서정의 풍경 속에 감성적이고 “차가운 육감의 세계”(이근화, 추천사)를 펼쳐 보인다. 더욱 원숙해진 시선으로 생(生)에 대한 깊은 성찰과 “아직 우리 시가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날것의 체험”(송재학, 발문)을 섬세하고 정갈한 언어로 갈무리한 시편들이 둔중한 울림 속에서 서늘한 감동을 자아낸다. 한사람의 젖어가는 눈동자를/한사람이 어떻게 떠올리는지 모르지만/사람들은 사랑한다고 말한다/그러나 과거를 잊지 말자/파탄이 몸을 준다면 받을 수 있겠니//숨 가쁘게 사랑한 적은 있으나/사랑의 시는 써본 적 없고/사랑에 쫓겨 진눈깨비를 열고/얼음 결정 속으로 뛰어내린 적 없으니/날마다 알뿌리처럼 둥글게 부푸는 사랑을 위해/지옥에 끌려간 적은 더욱 없지//예쁘기만 한 청첩이여/목이 떨어지는 동백꽃처럼 좀 아프면 어때/아픔은 피투성이 우리가 두려울 텐데(「얼어붙은 시」 부분) ‘사랑과 상처의 시인’으로 불려온 황학주 시인은 무엇보다도 ‘사랑’을 가장 소중한 삶의 방식으로 여긴다. “온몸으로 서로에게 저물어가”(「진학」)는 사랑은 타자를 통해 자아를 발견하는 길이자 세상과 소통하는 통로이기도 하다. 하여 “아직 한번도 못 본/한사람을 위해 유랑하고 있는/시”(「백야」)는 “빨랫방망이로 두드려놓은/맑은 물”(「우물터 돌」)처럼 순결한 생의 바탕으로서 시인의 순정한 사랑과 다르지 않다. “숨도 쉴 수 없는/행복하게 외로웠던 순간들”(「그렇게 협소한 세상이 한사람에게 있었다」)을 마음속에 되새기며 시인은 사랑의 불가해한 현상 속에서 삶의 근원과 존재의 의미를 찾고자 한다. 어느날 야윈 눈송이 날리고/그 눈송이에 밀리며 오래 걷다//눈송이마다 노란 무 싹처럼 돋은 외로움으로/주근깨 많은 별들이 생겨나/안으로 별빛 오므린 젖꼭지를 가만히 물고 있다//어둠이 그린 환한 그림 위를 걸으며 돌아보면/눈이 내려 만삭이 되는 발자국들이 따라온다//두고 온 것이 없는 그곳을 향해 마냥 걸으며/나는 비로소 나와 멀어질 수 있을 것 같다/너에게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사랑은 그렇게 걸어 사랑에서 깨어나고/눈송이에 섞여서 날아온 빛 꺼지다, 켜지다(「겨울 여행자」 전문) 사랑은 으레 고통과 상처를 동반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심장을 싸맨 채 우는”(「짝」) 고통 속에서도 시인은 사랑을 발견해내며 “한 사랑을 겪은 눈물이 두 사랑을 겪은 눈물이 될 때까지”(「받아적으면 소설이여, 그녀가 말했다」) 사랑의 고통을 기꺼이 감내한다. “누구에게나 삶과 죽음은 일대일이다”(「올리브나무에 스미는 저녁 직전」)라고 말하는 시인에게 어쩌면 사랑의 완성은 곧 죽음인지도 모른다. 나는 겨울을 춥게 배우지 못하고/겨울이 모일 때까지 기다리지도 못했지만//누가 있다 방금 자리를 뜨자마자/누가 있다 깍지 속에서 풀려나와 눈보라 들판 속으로 들어가는//사랑이란/매번 고드름이 달리려는 순간이나 녹으려는 순간을 훔치던 마음이었다/또한 당신의 눈부처와 마주 보고 달려 있었다//이제 들음들음 나도 갈 테고/언젠가 빈집에선/일생 녹은 자국이 남긴 빛들만/열리고 닫힐 것이다//그때에도 겨울은 더 있어서/누가 또 팽팽하게 매달려 올 것이다/자유를 춥게 배우며/그 몸 얼음 난간이 되어(「사랑할 때와 죽을 때」 전문) 시인은 이제 어느덧 “저절로 살구 떨어지는 시간”(「살구 떨어뜨린 살구처럼」)에 들어섰다. “집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노숙”(「망원」) 같은 “생의 모든 간이역”(「망원」)에서 “날숨과 들숨의 행간 같은 삶과 죽음”(「아란을 돌아나와 아란에 닿다」)을 깊이 성찰하며 시인은 여전히 낮은 목소리로 사랑을 노래한다. 그리하여 “한참씩 눈을 감아도 좋은/긴 노래의 뒤편 같은 올리브나무 환한 적막”(「올리브나무에 스미는 저녁 직전」) 같은 시인의 고요한 삶의 한켠에 은은한 빛이 쏟아져내린다. 조용한 동네 목욕탕 같은/하늘 귀퉁이로/목발에 몸을 기댄 저녁이 온다//만년은 갸륵한 곳/눈꺼풀 처진 등빛, 깨져간다/눈꺼풀이 맞닿을 때만 보이는 분별도 있다//저녁 가장자리에서/사랑의 중력 속으로 한번 더 시인이여,/외침조차 조용하여 기쁘다//하늘 귀퉁이 맥을 짚으며/물 흐르는 소리에 나는 웃음을 참는다//땅거미와 시간을 보내는/혼자만의 땅거미 무늬가 내게 있다(「만년(晩年)」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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