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외딴곳을 지나 최첨단 노화 연구실까지!
장수의 과학을 가로지르는 매혹적인 여행
★ 2023 영국 왕립협회 과학도서상 최종 후보작
★ 2022 《빌트 데어 비센샤프트》 올해의 과학책
★ 2022 《선데이타임즈》 최고의 책
★ 《뉴욕타임스》 에디터스 초이스
불멸의 비법을 찾아나서는 것은 한때 돌팔이 의사와 모험가의 몫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과학이 발달하면서 인류는 그 어느 때보다 건강히 오래 사는 비결에 가까이 다가서게 되었다. 과연 과학은 노화 방지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 어떤 것이 장수에 도움이 되며, 우리는 건강히 오래 살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 해답을 찾기 위해 덴마크의 분자생물학자 니클라스 브렌보르는 지구촌 외딴곳을 지나 최첨단 연구실에 이르는 생물학 여행을 떠난다. 그린란드상어, 미국사시나무, 벌거숭이두더지쥐 등 자연계의 장수 기록 보유자들을 만나 이들의 생명 연장 비결을 살펴보는가 한편, 노화 연구의 최신 동향과 성과를 전하며 수명 연장이라는 과제를 다방면으로 탐구한다. 치실질의 중요성, 헌혈의 효과, 단식의 원리 등 장수에 관해 기억할 만한 사실들과 유용한 조언도 담았다. 자칫 복잡하고 심각해질 수 있는 ‘노화’라는 주제를 경쾌하게 안내하는 이 책은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에 진입해, 26개국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다.
늙지 않는 바닷가재, 거꾸로 나이 먹는 해파리…
지구촌 생명체의 다양한 노화 전략
노화란 모든 생명체가 따라야 하는 보편적 자연법칙이기에, 흔히 그 쇠퇴 양상도 동일하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노화는 무척 가변적인 과정이며, 자연에는 매우 다양한 노화 패턴이 존재한다. 브렌보르는 자연계에서 탐색을 시작해 종에 따라 제각각인 노화의 양상을 살펴본다(1장). 동물 중에는 인간보다 훨씬 오래 사는 종도 있고, 노화 없이 오래 사는 종도 있으며, 심지어 나이를 거꾸로 먹는 종도 있다. 이 책의 제목에도 등장하는 어떤 해파리 종은 성체였다가 미성체 상태인 ‘폴립(polyp)’ 단계로 되돌아갈 수 있는데, 이런 과정을 무한히 반복하는 게 가능하다. 포식자에게 잡아먹히거나 병들어 죽지 않는 한 이론적으로 불멸할 수 있는 생명체인 것이다.
인간 세계도 다르지 않다. 백세인이 유별나게 많이 사는 장수촌 ‘블루존(Blue Zone)’을 들여다보면 얼마나 오래 사느냐에 있어서 인간끼리의 차이가 엄연히 존재함을 알 수 있다(2장). 이 책은 이 같은 인간 수명의 격차를 ‘유전 대 환경’이라는 고전적인 틀로 분석하며, 수명에 대한 두 가지 요인의 공헌도를 따져 본다(3장). 수명의 격차는 유전 탓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유전의 영향은 20~30퍼센트밖에 되지 않고 나머지는 환경의 영향이다. 다시 말해, 장수 문제는 자신이 하기에 따라서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유전의 영향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이른바 ‘장수 유전자’로 알려진 포크헤드박스 O3(FOXO3), 알츠하이머병 위험 인자인 아포지단백 E(APOE)-ε4 유전자 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유전자는 “마법도 운명도 아니”며, “그냥 특정 단백질에 관한 코드를 품고 있을 뿐”이다. 브렌보르는 유전자가 어떤 식으로 사람들 사이에서 차이를 만들어 내는지 안다면, 약물이나 기술을 동원해서 그런 효과를 모방할 방법을 찾아낼 수도 있다고 강조한다. 생물학적 차이가 있더라도, 후천적 노력과 과학으로 수명 격차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왜 늙는가’에 대한 생물학의 대답은?
100세 시대, 더 오래 살게 된 우리가 알아야 할
‘늙는다는 것’의 과학
노화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결국 ‘생명체는 왜 늙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저자도 시인하는 것처럼 노화의 근본 원인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이미 과학계에는 수백 개에 달하는 노화 관련 이론들이 나와 있는데, 이 책은 진화생물학의 관점을 집중적으로 소개함으로써 노화 현상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의 틀을 제공한다(4장).
진화생물학자들은 노화 현상 자체보다 ‘왜’에 관심을 가진다. 이들은 야생의 험악한 환경에서는 죽음이 확실시되기 때문에 결코 안 올지도 모르는 막연한 미래보다 지금 여기에 투자하는 것이 더 이로우며, 그렇기 때문에 진화가 노화를 수용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맥락에서 영국의 생물학자 피터 메더워는 설사 영생이 가능하다 할지라도 생명체가 불멸의 삶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얼핏 보면 늙어서 득 될 건 없는데도 결국 생명체가 노화하는 이유다. 저자는 해로운 돌연변이를 솎아 내는 ‘자연선택’의 힘이 번식 이후 약해진다는 진화론적 가정을 바탕으로 ‘돌연변이 축적 이론(mutation accumulation therory)’과 ‘적대적 다면발현 이론(antagonistic pleiotropy)’까지 나아간다. 이들 진화생물학의 노화 이론은 오늘날 분자생물학, 유전학 등 여러 분야의 노화 연구에 영감을 주었다.
현재 일반 생물학자들이 내세우는 노화 경로에 관한 가설은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손상이 쌓여 노화가 온다는 설명, 다른 하나는 생명체 안에 이미 유전적으로 노화가 프로그래밍되어 있다는 설명으로, 각각 노화를 ‘우연’과 ‘필연’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는 차이가 있다. 이 가운데 누가 옳으냐 하는 문제는 노화와의 싸움에서 어떻게 노화에 접근할지를 결정하지만, 아직 둘 중에서 어느 쪽이 맞는지 확신할 정도의 결과를 얻은 건 아니다. 따라서 저자는 노화 저지에 관심이 있다면 모든 가능성에 대해서 열린 태도를 취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지적한다.
노화의 비밀을 푸는 성장 신호부터
장수의 마지막 퍼즐 면역계까지,
늙는다는 것은 흰머리와 주름진 피부, 그 이상이다!
유전, 식습관, 운동, 스트레스 등 노화의 원인은 수없이 많고, 그만큼 연구할 거리도 무궁무진하다. 5장부터 17장까지는 노화 경로와 수명 연장에 대한 실험실의 성과를 폭넓게 담았다. 적당한 스트레스가 오히려 몸에 활력을 준다는 호르메시스 효과에서 시작해, 성장 신호 전달 경로인 인슐린유사성장인자-1(IGF-1) 및 엠토르(mTor)를 거쳐, 우리 몸의 쓰레기 수집 체계인 자가포식의 작동 기제까지 아우르며 이들이 수명 연장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하나의 이야기가 되도록 꿰어 낸다.
큰 틀에서 보면 우리 몸의 성장과 손상 복구 메커니즘은 상충한다.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성장 스위치를 켜는 인슐린유사성장인자-1(IGF-1) 및 엠토르(mTor)라는 신호 전달 경로는 우리 몸의 손상 복구 메커니즘인 자가포식을 차단한다. 이 말은, 곧 성장 신호를 차단할 경우 거꾸로 자가포식이 활성화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실험실에서는 자가포식을 촉진하면 수명 연장 효과가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저자는 “현재 자가포식을 활성화하는 최선의 방책은 다양한 성장 신호를 차단하거나 혹은 호르메시스 효과를 동원하는 것”이라고 정리하며 수명을 늘리는 ‘바이오 해킹’의 원리를 짚어 낸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노화를 통합해서 설명할 수 있는 단일한 이론이 없다는 것은 그 과정이 얼마나 복잡하고 다양한지 보여 준다. 생명체가 태어나 성장하고 번식하며 살아가는 생활사의 전 과정이 노화라는 생명 현상에 함축되어 있다. 저자는 신진대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떠맡는 미토콘드리아부터 염색체의 손상을 막아 주는 텔로미어(telomere), 생물학적 나이의 지표인 후성유전학 시계까지 망라해 수명과 장수의 과학을 가로지른다. 유전학, 분자생물학, 세포생물학, 미생물학, 생리학 등 다방면에서 어지럽게 전개되는 복잡한 과학 연구를 명쾌하고도 흥미진진하게 풀어 낸 이 책은 독일의 대중 과학 잡지 《빌트데어비센샤프트》의 2022년 올해의 과학책 ‘가장 독창적인 책’